▲호랑가시나무
김종길
납매는 고혹했다. 차분한 노란색의 꽃잎은 언뜻 산수유꽃 빛이나 개나리꽃 빛을 닮았다.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꽃은 잎보다 먼저 나와 향기를 내뿜는다. 단조로운 가지에 노란 봄이 무더기로 매달려 있다.
꽃은 아이 손톱만한데 커봤자 2cm 정도다. 이곳 언덕에는 모두 세 그루가 있는데, 모두 1m 정도의 작은 키다. 다 자라면 3~4m 정도는 된다고들 하지만, 한 그루만 꽃이 무성할 뿐 두 그루는 아직 겨울과 봄을 다투고 있다. 그래서일까. 땅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더 빨아들이려는 듯 꽃잎은 모두 아래로 향하거나 햇빛을 향해 살포시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매달려 있다.
중국이 원산지인 납매는 당매(唐梅)라고도 한다. 항아리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꽃은 깊숙하다. '납매(臘梅)'의 '납(臘)'자는 '섣달'이니 '섣달에 피는 매화'라는 뜻이겠다. 추운 겨울에 꽃을 피워 중국에서 즐겨 심다가 일본과 우리나라에 들어와 관상수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꽃이기도 하다.
겨울 끝자락에 꽃을 피워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사, 꽃소식이라는 뜻의 '화신(花信)', 추위를 뚫고 찾아온 반가운 손님에 비유해 '한객(寒客)'으로도 불린다. 납매는 예부터 옥매(玉梅 매화의 일종), 다매(茶梅 동백꽃), 수선(水仙 수선화)과 함께 '설중사우(雪中四友)' 중의 하나로 꼽히는 한겨울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