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문화마을 풍경
변종만
좋은 것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기술력도 좋아 오래된 주택들이 헐린 자리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아파트가 뚝딱 들어선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만 좋아하거나 헌 것을 마구 버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낡은 것들을 갈고 닦아 재사용하듯 요즘 벽화를 이용해 활기차게 탈바꿈하는 마을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앙시장 뒤편의 언덕에서 항구와 남망산조각공원을 내려다보고 있는 통영의 '동피랑', 미당시문학관 가까이에 있어 국화꽃 앞에서가 먼저 떠오르는 고창의 '돋음볕마을', 대표적인 달동네로 드라마 카인과 아벨을 촬영한 청주의 '수암골', 최대 규모 탄광지대의 번화가 사택촌이었던 태백의 '상장동'...
아파트가 즐비한 세상, 벽화 마을들이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낡고 허름한 담장에 알록달록 갖가지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벽화에 마을의 옛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벽화 마을에 가면 나이 먹은 사람들은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과 동떨어진 모습이 호기심의 대상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좁은 골목을 기웃거리기만 해도 서민들의 삶과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