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딸 서영이>의 등장인물 관계도
KBS
주인공 서영이(이보영)의 아버지 이삼재(천호진)는 어릴 적부터 물려받았던 지독한 가난 탓에 자신도 늘 자신의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아야 했었고, 쌍둥이 서영이와 상우를 얻게 되는 바람에 자신의 꿈(건축가)을 포기해야만 했던 아쉬움을 늘 마음 한구석에 담아둬야만 했다. 늘 가난의 아쉬움을 떨쳐내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이삼재는 무리수를 둬야만 했고, 결국 가난의 빚을 청산하지 못하고 도리어 자신의 가족들에게 떠안겨줘야만 했다.
이삼재의 모습은 IMF 시대를 겪으면서 초라해진 우리 시대의 일반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식들을 위한 소리 없는 헌신과 희생은 결국 닫혀 있던 서영이의 마음을 열게 하고 잃어버린 가족들을 되찾게 된다.
자신의 친구 강기범(최정우)의 회사에서 눈칫밥을 먹다가 자신이 꿈구던 길을 택하는 최민석(홍요섭)의 모습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회사를 벗어나서 홈쇼핑 모델을 거쳐 중년 여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배우의 길을 걷게 되는 최민석의 모습은 우리 시대 중년 가장들이 꿈꾸는 판타지가 아닐까 싶다. 최민석의 성공은 중년 아버지들에게 대리만족을 심어주는 존재라 할 수 있다.
모두가 꿈꾸는 해피엔딩으로 그려지는 결말은 다소 뻔해보이기도 하지만 상식을 초월하는 막장 내용들이 판을 치는 요즘 드라마의 행태로 볼 때, <내 딸 서영이>의 결말은 모두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마지막 회에서 혼자 산책길을 걸으면서 옛 상념에 젖는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의 모습을 뒤에서 조용히 쳐다보는 서영이 커플과 상우 커플의 모습은 애잔한 감동을 전달해준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도 언제 아버지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은 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전해주는 중심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맛깔나게 그려내면서 잠시 놓치고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막장코드 없이도 늘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KBS 주말드라마의 전통을 살려낸 수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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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의 중심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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