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많았던 울산대왕암공원, 주민 땀으로 탄생

1000억 원 예산 들여 추진하려다 무산... 1만 5천그루 송림 폐목으로 작업

등록 2013.03.08 16:03수정 2013.03.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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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왕암공원 내에 만들어진 ‘생태 어린이 숲 놀이터’

대왕암공원 내에 만들어진 ‘생태 어린이 숲 놀이터’ ⓒ 박석철


8일 오전 10시, 울산 동구 일산동에 있는 대왕암공원. 지난해까지 빈터로 있던 대왕암공원 내 관리사무소 뒤편이 통나무를 이용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이곳은 울산 동구청이 1만여㎡의 규모로 지난해 12월부터 조성한 '생태 어린이 숲 놀이터'로, 오는 3월 19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놀이터를 만드는데 예산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창한 대왕암공원 송림 중 못쓰게 된 원목과 공원관리 작업자들, 지역 주민봉사단이 땀 흘려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이곳은 2년 전만 해도 구청장이 1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토목공사를 추진하면서 지역갈등을 빗었던 곳이라 더 값져 보인다. (관련기사: 1000억 원대 고래체험장 개발, "제발 놔둬라")

1000억 원 예산 들어가는 고래생태체험장보다 값진 어린이 체험장

지난 수년간 대암왕공원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두고 갈등을 겪었다. 전임 동구청장이 1000억대의 예산을 들여 대왕암고래생태체험장 개발은 추진하면서 "천혜의 환경을 훼손한다"는 반발에 부딪힌 것. 하지만 구청장이 바뀐 후 이 계획은 철회되고 대신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넓은 어린이 숲 놀이터가 들어섰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태 어린이 숲놀이터'는 어린이들의 자연체험 수업을 위한 이야기마당, 흙놀이장, 나무 징검다리 등의 놀이마당이 있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숲 속 오솔길, 뽀로로 등 만화 캐릭터를 활용한 포토존 등으로 꾸며졌다.

특히 이야기마당에는 어린이들이 둘러앉아 자연체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예쁜 통나무 의자를 설치했고, 소꿉놀이할 수 있는 나무집이 3채 만들어졌다. 또, 놀이와 걷기를 할 수 있는 나무 징검다리,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캐릭터 인형을 활용한 포토존이 3곳에 꾸며졌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숲 속 오솔길과 과일나무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학습공간 등도 있다.


a  울산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울산교육연수원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왼쪽 위에 전설이 깃든 대왕암이 보인다

울산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울산교육연수원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왼쪽 위에 전설이 깃든 대왕암이 보인다 ⓒ 박석철


울산 대왕암공원 주변은 삼국시대 때 인근에 있는 경주의 신라왕들이 나들이를 즐겨왔을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1960년대 전국을 다니다 이 주변을 조선소 부지로 낙점해 현재 인근에 현대중공업이 들어섰다. 공사 당시 대왕암 경관의 일부가 매몰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당선된 MJ(동구에서 5선을 한 정몽준 의원)계 정천석 전 동구청장은 울산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울산교육연수원을 정주영박물관으로 만들려고 하다 반발에 부딪히자 방향을 틀어 대왕암 바닷가에 1000여억 원이 소요되는 고래생태체험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야권의 반발을 불러 수년 간 진통을 겪었다. 그가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낙마한 후 2011년 재선거에서 진보성향 구청장이 당선되면서 고래생태체험장 추진은 흐지부지됐다.

대왕암공원은 신라 문무대왕(비)이 죽어서 호국룡이 되어 바다에 잠겼다는 울산 대왕암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유명세 못지않게 공원내에 들어선 1만5000여 그루의 송림이 장관을 연출한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9년 이곳을 명승지정 예고하면서 '제2의 해금강'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때문에 대왕암 송림은 울산이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한 후 울산12경 중의 한 곳으로 지정되면서 울산시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관람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1000억 원 고래생태장 추진 대신 이처럼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1만여㎡의 규모로 '생태 어린이 숲 놀이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이 송림에 기인한다.

a  대왕암공원 송림 폐목을 이용해 만든 오두막집

대왕암공원 송림 폐목을 이용해 만든 오두막집 ⓒ 박석철


담당부서인 동구청 공원녹지과 담당자는 8일 "대왕암공원에는 워낙 소나무가 많다보니 때때로 나이가 들어 죽는 경우가 있다"며 "이 나무들을 이용해 어린이 숲 놀이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대왕암공원에 상주하는 관리작업단과 일자리사업 참여자 등이 폐목을 이용해 오두막집을 짓고 징검다리와 통나무 의자 등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동구지역 주민 봉사모임인 '아랫목 예술봉사단'이 나무를 깎아 뽀로로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목각으로 만들어 포토존을 만들었다.

대왕암공원은 그 유명세로 연간 15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특히 주5일 수업 이후 주말이면 가족들이 즐겨 찾는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없어 아쉬움이 남았었다.

동구청 담당자는 "지금까지 대왕암공원에는 가족이나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거의 없었다"며 "이제 어린이와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체험공간이 만들어져 인기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대왕암공원 '생태 어린이 숲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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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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