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500일 "평범하게 산다는 게 이렇게 어렵나"

피에스엠씨 해고노동자들의 500일차 투쟁 문화제 열려

등록 2013.03.16 18:23수정 2013.03.1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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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정리해고 철회 투쟁 500일차 투쟁문화제’가 15일 오후 7시 30분부터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앞에서 열렸다. 4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지역 사회의 관심을 부탁하며 새로운 투쟁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정리해고 철회 투쟁 500일차 투쟁문화제’가 15일 오후 7시 30분부터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앞에서 열렸다. 4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지역 사회의 관심을 부탁하며 새로운 투쟁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 ⓒ 정민규


a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정리해고 철회 투쟁 500일차 투쟁문화제’가 15일 오후 7시 30분부터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앞에서 열렸다.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정리해고 철회 투쟁 500일차 투쟁문화제’가 15일 오후 7시 30분부터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앞에서 열렸다. ⓒ 정민규


"막내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고 싶습니다."

15일로 500일을 맞은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바람은 단촐했다. "평범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았다"는 말로 그들은 지난 500일을 설명했다. 500일 전인 2011년 11월 2일은 노조가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간 날이었다.

방위산업체로 유명한 풍산그룹이 계열사였던 풍산마이크로텍을 매각하면서 이 회사 노동자들의 운명도 새로운 경영진에 넘겨졌다. 파업에 아랑곳하지 않은 새 경영진은 58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회사와 노동자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2012년 2월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구제신청을 낸 52명의 해고가 전원 부당하다고 판정했을 때만 해도 그들은 곧 공장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의 재심은 다시 일부만을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회사는 중노위의 판정 마저 따르지 않거나, 징계를 주는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복직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그 사이 회사의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임원이 70억 원대의 자사주를 임의로 매각하는데 연루된 뒤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회사도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였다. 소문에만 그칠 것 같던 분식회계는 증권선물위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면서 피에스엠씨의 주식은 매매정지를 당했다.

a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정리해고 철회 투쟁 500일차 투쟁문화제’가 15일 오후 7시 30분부터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앞에서 열렸다.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정리해고 철회 투쟁 500일차 투쟁문화제’가 15일 오후 7시 30분부터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앞에서 열렸다. ⓒ 정민규


그럼에도 항상 공장으로 돌아가야한다고 외치던 노동자들은 15일 저녁에도 공장 밖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에 머물러야 했다. 대신 이날은 피에스엠씨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온 400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였다. 한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500일을 맞은 피에스엠씨의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오후 7시 30분부터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앞에서 시작된 문화제는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밝고 희망을 노래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피에스엠씨와 마찬가지로 정리해고 사태를 겪고 있는 포레시아 노동자들이 경기도 화성에서 달려와 노래로 힘을 보탰고, 피에스엠씨 노동자들은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노동자스타일>로 화답했다.


말춤과 막춤, 팝핀댄스까지 어우러지는 잔치집 같은 분위기에 피에스엠씨 노동자들도 연신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여기저기서 피에스엠씨 노동자들을 성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정리해고는 피에스엠씨의 책임이 아니라 풍산재벌의 류진 회장과 부산시, 박근혜의 책임"이라며 "한진중공업 투쟁에 이어 풍산 투쟁에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여러 사람들의 성원에 힘을 얻는 피에스엠씨 노동자들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전하며 감사를 표했다. 문영섭 금속노조 풍산마이크로텍 노조위원장은 "동지들이 함께 해주는 마음을 받아서 전국에 흩어진 조합원들이 다시 모여 승리보고대회를 하는게 꿈"이라며 "힘찬 모습으로 다시 뵙겠다"고 인사했다.


피에스엠씨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다짐처럼 오는 21일 '40일 400백만 부산시민 만나기 투쟁 선포대회'를 연다. 4월말까지 진행하는 대시민 선전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피에스엠씨 정리해고 사태를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서울 풍산그룹 본사와 금융감독원, 풍산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 본사 앞에서의 상경 시위에도 나선다. 국회 여야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과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a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정리해고 철회 투쟁 500일차 투쟁문화제’가 15일 오후 7시 30분부터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앞에서 열렸다.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정리해고 철회 투쟁 500일차 투쟁문화제’가 15일 오후 7시 30분부터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앞에서 열렸다. ⓒ 정민규


#피에스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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