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하는 날> 표지 사진
담앤북스
현진 지음, 담앤북스 출판의 <삭발하는 날>이 스님들이 살아가는 세상, 스님들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 준다.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 점점 더 궁금해질 수도 있겠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라는 눈높이로 보면 정말 소소한 이야기, 읽을거리가 두둑하게 들어 있는 이야기보따리다.
책에는 스님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대찰이나 선방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들, 스님들이 머리를 깎는 일에서부터 빨래하고 풀을 먹이는 일, 스님들끼리 주고받는 우스갯소리, 출가한 수행자들이 생활하는 이야기 등이 잘 정리된 일기장처럼 차곡하다.
종종 삭발한 머리에서 내 수행을 본다. 그래서 출가 본분사를 잊고 지낼 때면 소리 없이 자괴감이 일기도 한다. 수행자로서 머리를 깎는 일은 바로 자기를 챙기는 일이다. 그러므로 수행자의 머리가 까맣게 자라 있다는 건 그리 마음 개운한 일이 아니다. - <삭발하는 날> 112쪽 처음으로 혼자서 삭발을 시도한 장소는 공중목욕탕, 만행길에 들어간 대중탕에서 머리가 자란 내 모습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져 용기를 내었던 게다. 목욕탕 수증기가 머리 밑을 눅눅하게 해 주기 때문에 비교적 삭발하기가 수월한 이점도 있다. - <삭발하는 날> 173쪽비록 구도의 삶을 살고 있지만 스님들도 사람이고 생활인이다. 절제하고 또 절제하며 살지만 스님들 역시 먹고, 입고, 자고, 싸야만 산다. 먹기 위해서 김장을 담그고, 감자도 심는다. 좀 더 폼나게 입기 위해 손빨래를 해 빳빳하게 풀도 먹인다.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코도 곤다. 생로병사에 따른 고뇌도 하고 뒷이야기를 하듯 구전되는 스님들 이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