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양념 냄새가 침샘을 자극하는 싱싱한 배추겉절이
조종안
젊었을 때 작은 백반집을 운영했다는 할머니(82)는 주방에서 내온 겉절이를 옆에 앉은 할머니가 가위로 자르려 하자 "금방 버무린 것이어서 매우면서도 꼬솝고 개운하다"며 "이런 겉절이는 꼬치가루를 입가시다(입가에) 묻혀가믄서 먹어야 지 맛이 나는 거여"라며 한사코 말렸다.
복지관에서도 점심을 먹는데 삼계탕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허허 웃는 할아버지도 계셨고, 집에서는 찬밥만 먹는데 국물이 따끈하고 시원한 삼계탕을 대접해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는 할머니, 몸이 불편해서 집에 있으려다가 정성이 고마워서 나왔다는 장애인 할머니도 있었다.
일찍 도착해서 그릇을 비운 노인들은 휴지로 입가를 닦으며 만족해했다. 노인들은 곧바로 식당을 나가지 않고,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삼계탕을 끓여내는 주인(임경식)을 향해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장사도 잘되고 복도 많이 받으세유!"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맛있게 드시고 고마워하는 어른들을 보면 행복해요!"정오가 넘어가자 식당을 찾는 노인들 발길이 뜸해졌다. 주방의 임경식씨도 한숨을 돌리는 듯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나왔다. 임씨의 삼계탕 봉사는 6년째, 맛있게 드시고 고마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행복하다는 임씨는 처음부터 자기 뜻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어머니의 권언을 늦게나마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삼계탕 봉사를 할 때마다 '네 배가 부르면 남에게 베풀기 어려우니, 배부르기 전에 어려운 이웃과 한 푼이라도 나누면서 살라'고 했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살아계실 때 해야 했는데, 돌아가신 후에 시작해서 죄송하죠. 그래도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지하에 잠드신 어머니도 알면 기뻐하실 것이기 때문이죠.삼계탕 봉사는 1년에 세 번(3월, 9월, 12월)씩 합니다. 저희 영업에 지장이 없게 하려고 손님이 가장 많은 삼복(三伏)더위를 피해서 하죠. 그래도 3월은 입맛이 떨어지기 쉬운 봄철이고, 9월은 추석 명절, 12월은 연말 선물에 해당하니까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고 생각해요." 임씨 고향은 군산시 옥도면 관리도. 손맛이 좋았던 어머니가 '관리도'에서 뱃사람들을 상대로 작은 식당을 운영해서 조금씩 모은 돈으로 1983년 군산에 식당을 개업했다 한다. 그는 "어머니는 생활이 어려울 때도 이웃과 나눠 먹기를 좋아하셨다"며 "삼계탕 봉사는 제 아들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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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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