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봉쇄 합헌은 나치 형법 논리"
"단순 의심 아니라 구체적 상황 있었다"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 최재천 의원-박한철 후보자 논쟁

등록 2013.04.08 14:03수정 2013.04.0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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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사 퇴임후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서 넉달간 2억 4천500만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과 관련해 "전관예우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사 퇴임후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서 넉달간 2억 4천500만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과 관련해 "전관예우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8일 국회에서 열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공안 검사 출신이 헌법재판소장이 되는 데 대해 우려와 질타가 나왔다. 특히 서울광장 경찰버스 봉쇄 사건에 대한 2011년 박 후보자의 판단을 놓고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과 박 후보자 사이에 논쟁이 오갔다.

최 의원은 "(박 후보자의 논리는) 전형적인 예방 형법의 논리로, 나치 형법의 논리"라고 비판했고,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무제한으로 경찰권이 제한하는 것을 용인한 것이 아니다, (제한할 만한) 구체적인 상황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경찰이 경찰버스로 벽을 세워 서울광장을 봉쇄한 사건에 대해 2011년 6월 30일 헌법재판소는 7 대 2로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 박 후보자는 "일부통로를 개설하여 개별적인 통행이나 여가활동을 허용할 경우 불법집회의 목적을 가진 자들이 그 출입 목적을 속여 서울광장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수 의견으로 합헌 논리를 편 바 있다. 당시 합헌 의견을 밝힌 재판관 2명은 박 후보자와 이미 낙마한 이동흡 전 후보자였다.

오전 청문회에서 열 번째로 질의에 나선 최 의원은 "후보는 지금까지 기본권을 보장하거나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쪽에서 자신의 법적 능력을 행사하지 않고, 반대로 국민의 기본권을 통제하는 쪽에 서 왔다"면서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2009년 서울광장 경찰버스 봉쇄 두고 논쟁 벌어져

a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최재천 "구체적인 예를 들겠다. 2009년 5월 23일, 덕수궁 앞에 차려진 고 노무현 대통령 시민 분향소를 방문한 사람들이 바로 옆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서 불법 집회를 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경찰버스로 광장을 봉쇄하고 시민의 통행을 저지한 행위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느냐 안했느냐 헌법 소원이 제기됐었다. 7명은 위헌이었고, 합헌은 2명이다. 합헌 의견은 누구였는가."
박한철 "저와 이동흡 전 후보자다."

최재천 "멋진 아이러니다. 박한철 후보자의 논리를 보자. '광장을 이용하는 권리는 공동의 물건, 그러니까 공물권을 이용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제한해도 된다'이다. 표현의 자유가 중심이 아니다. 두 번째로 '이 사람들이 빠져나가서, 출입목적을 속여서, 서울광장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달았다. 이것은 예방 형법의 논리다. 나치 형법의 논리다. 개인의 기본권, 표현의 자유가 더 중심에 있지 않고, 국민들을 불온시하고 적대시하고 의심하는 눈초리다. 그 눈초리를 가지고 어떻게 헌법을 지키겠는가. 나는 그래서 후보자를 의심한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나도 민주주의에서 집회, 시위, 결사, 언론의 자유는 굉장히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

박한철 "결정 취지에서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무제한으로 경찰권이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 용인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사안에 있어서 구체적 상황이 당시에 나흘 전에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고, 경찰관과 시민들이 많이 다쳤다. 그런 상황 하에서 통행의 자유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바로 시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있었고, 일반 시민의 기본권, 생명 신체 재산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그 사안에 있어서 이것은 경찰권 행사의 요건이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이 "그것이 공안의 논리이고 국가주의 논리다, 개인의 표현을 자유를 용인하지 않고 의심하는 논리, 시민을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논리다"라고 반박하자, 박 후보자는 다시 "단순히 의심이 아니고 그런 구체적인 상황이 있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한다"고 재반박했다.

박한철 "검찰 출신이 헌재소장 적절하냐는 우려 이해, 그러나..."

공안 검사 출신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우려 질문은 새누리당에서도 나왔다.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은 "헌재의 탄생과정이나 역할에 비추어볼 때 그 대척지점에 검찰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국민들이 판결 과정에서 소수의 이익이나 개인의 기본권보다는 소위 공익이라는 이름 앞에 전체를 옹호하는 결정이 많이 나지 않을까 우려를 하고 있다,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해서 모든 결정을 해달라"라고 말했다. 같은 당 여상규 의원은 "검사시절 근무를 두고 말이 많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자가 기본권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헌재 수장이 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검찰 출신이 헌법재판소장에 적절하냐는 의문과 우려는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나는 기본적으로 법률가로서 과거에 검찰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는 늘 과연 헌법정신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표현의 자유나 집회 시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기본권이 있다 하더라도 공동체를 평화롭게 공존 상생하기 위해서는 공공복리도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한철 #인사청문회 #헌법재판소장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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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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