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길의 출발지점, 생장피드포르
류소연
나는 이 길에 왜 왔을까? 다른 여행을 갈 수도 있었을 일주일 간의 이스터 홀리데이에, 수업까지 며칠을 더 빼먹으면서, 나는 무엇에 이끌려 이 길에 섰을까? 그래, 생각해 보면, 나는 단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었다. 충분히. 내 삶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기에. 잠깐 나를 둘러싼 다른 모든 것들을 멈추고 걸어 보고 싶었다. 답이 나오든 아니든 간에, 그곳에 가면 내가 간절히 원하던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였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결론부터 당겨 얘기하면, 길은 나에게 기대 이상의 것들을 보여 주었다. 삶의 아름다운 것들이 여기 있다고, 길은 하루하루 나에게 손짓했다. 네가 찾는 아름다운 삶은 어떤 것일까? 하고 길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걷기에 중독된 사람처럼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노란색 페인트로 아마도 수십만에 달할 화살표들을 하나하나 그린 사람들의 노고만큼이나, 나를 위해 준비된 것들은 풍성했다. 그것은, 이 길을 걷는 각 사람마다에게 준비된 풍성함일 것이다. 길은 각 사람마다에게 각기 다른 것을 보여 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