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쿵'... "주여, 기도가 부족했습니다"

자전거로 활력 찾는 여수시 자전거 교실 어머니들

등록 2013.04.16 16:14수정 2013.04.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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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학년이 넘은 초보 라이더 김애순씨가 자전거로 도로주행을 하고 있다.
6학년이 넘은 초보 라이더 김애순씨가 자전거로 도로주행을 하고 있다.심명남

"10년만, 아니 5년만 젊었어도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자전거 타기 트레이닝을 받고 도로주행에 나선 초보 라이더 김애순씨는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그의 뒤를 따르며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묻자 "그걸 꼭 밝혀야 되나요? 6학년이 넘었습니다"라고 쑥스러워 한다. 그는 현재 여수시 자전거 교실 7기 회원 중 최고령이다.


친구와 함께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 있는 곽은서(48)씨는 "첨에 자전거를 전혀 탈 줄 몰랐는데 한 달 정도 배우니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면서 "더 열심히 배워 섬진강도 가고, 전국투어를 가는 것이 목표다"며 열심히 라이딩 기술을 익히고 있다.

봄이 되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자전거를 탄다는 게 굳이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거차원적인 캠페인이 아니더라도 라이더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는 "자연을 즐기니 너무 행복하다, 이게 라이딩의 참맛"이라는 것.

이날(15일) 여수시 관기리에서 섬달천까지 도로주행 중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무릎에 피를 봤지만 "주여, 제 기도가 부족했습니다"며 하나님을 외치는 최고령 김씨를 보며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하지만 그만하기 다행이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위로의 말을 들려주지 못했다. 그가 넘어지자 뒤따라오던 여수시 자전거 교실 손정애 강사의 따끔한 질책이 쏟아진다.

 곽은서(48세)씨의 꿈은 자전거를 열심히 배워 섬진강도 가고, 전국투어를 가는 것이 목표다
곽은서(48세)씨의 꿈은 자전거를 열심히 배워 섬진강도 가고, 전국투어를 가는 것이 목표다 심명남

 여수시 자전거 교실에서 라이딩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손정애 강사의 모습
여수시 자전거 교실에서 라이딩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손정애 강사의 모습 심명남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시야를 넓게 봐야 하는데 땅만 쳐다보니 넘어지는 거예요. 넘어지려고 하면 먼저 브레이크를 잡고 멈춰야지 자꾸 먼저 내리려고만 하니 다치는 거예요. 어머니!"

어머니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치고 있는 손 강사는 "자전거를 배우고 나면 꼭 나이 드신 어머니들이 자전거를 얼마 짜리는 타야 한다는 둥, 비싼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정말 화가 난다"며 "요즘은 자전거가 잘 나오기 때문에 초보어머니들은 비를 맞아도 녹슬지 않고 기어있는 자전거를 타면 충분하다"며 자전거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꾸짖기도 한다.


김대정 회장...여수시 생활 자전거 도로 만들어야

여수시 자전거 교실이 올해 7기를 맞고 있다. 이 단체는 매년 수강생들에게 무료로 매주 월·수요일 10시~12시까지 2시간씩 어머니 자전거 교실을 열고 있다. 또 이곳 졸업생은 화·목요일에 만나 함께 라이딩을 한다. 체육관에서 이론과 실기교육을 마치고 나면 열흘간 도로주행에 나선다. 이번 3월에 모집된 7기생은 도로주행이 진행되고 있다. 모집인원 48명 중 대부분이 포기했고 현재 12명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또 8기는 오는 9월 달에 모집예정이다.


 여수시 자전거 교실 7기생들이 섬달천에서 라이딩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수시 자전거 교실 7기생들이 섬달천에서 라이딩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심명남

여수시 자전거 교실 김대정 회장은 "이번 기수는 열의가 대단하다"며 "어머니들이 여가활동과 취미생활로 체력단련까지 일거양득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문제는 여수시의 자전거 도로다"며 "여수시는 시내에 있는 생활 자전거 도로보다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가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거꾸로 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종시는 도로 가운데다가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주부들이 자전거를 타고 시장을 보러 나가고 이렇다 보니 보니 교통량이 해소되어 생활중심 자전거 타기가 정착되었다"면서 "여수시도 교외가 아닌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린 그런 운동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수시자전거교실 #자전거 전용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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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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