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콜텍기타노동자 문화제2200일이 훌쩍 넘은 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의 농성장 문화제에서 그동안 그렸던 그림들 일부를 전시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동수
그런 가운데 현장에서 그림그리기로 자족하고 있던 내게 내 몸과 맘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뭐라도 해야한다고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처음 노래를 부른 곳은 지금 2000일 가까이 싸우고 있는 재능교육학습지노동자들 시청 옆 환구단 농성장인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 10여 명의 사람들이 바삐 갈 길을 가는 사들을 배경으로 예의 집회를 하고 있던 곳. 그날은 문화제를 열었지만 노래를 부를 사람마저 없었지요. 한 발 물러서서 현장스케치를 하던 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가사도 틀려가면서 부른 '나는 레알로망 만화가'('나는 피리부는 사나이'를 개사한 것). 그렇게 해서 길거리에서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하게 됐습니다.
무엇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들과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길거리로 내쫓긴 노동자들은 절박함 속에서 피눈물로 범벅이 되어도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는데, 내가 할 일이 내 전공인지 아닌지, 얼마나 쑥쓰럽고 부끄러운 일인지 하는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급박함이 저를 몰아세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현장의 문화는 좀 더 준비하고, 좀 더 세련되고, 좀 더 전문적인 솜씨를 가져야 하겠지만, 조금은 덜 준비되고, 조금은 덜 세련되고 조금은 덜 전문적일지라도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기꺼이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2200일이 훌쩍 넘은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농성장에서,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희망버스를 타고 간 한진중공업에서, 희망 뚜벅이 행진을 하면서, 희망식당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제 5월 3일,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에서 열리는 ''시민과 함께하는 연대와 후원의 밤 행사 '대한문에서 만나!'' 문화제에 제가 노래를 부릅니다. 길거리의 노동자들이 용기를 얻고,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무엇이든 할 생각입니다. 여러분들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사측의 부당함에 맞서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널리 알려주시고 많이 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