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선 백두대간 협곡의 절경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김종길
동해역은 한산했다. 도시라기보다는 시골 소읍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리는 한산했고 휑하기까지 했다. 역 주위 허름한 모텔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왔다. 이따금 보이는 식당들에는 손님들이 넘쳐났다. 인근 시멘트 공장에서 막 일을 끝낸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며 저녁을 먹고 있었다. 뿌연 담배 연기와 부딪히는 소주잔에 몇 번 식당 안을 기웃거리다 조금은 조용한 어느 식당의 문을 열었다.
메뉴는 육개장. 김치와 깍두기가 찬의 전부였지만 육개장의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까부터 40대 정도로 보이는 사내와 인생 이야기를 걸쭉하게 나누고 있던 주인인 듯한 사내가 조심스럽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놀랍게도 동향 사람이었다. 자신을 학원장이라고 소개했던 40대쯤 보이는 사내도 역시 동향 사람이었다.
여행 중에, 그것도 강원도의 외딴 도시에서 고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기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예전 청소년국가대표를 지낸 축구선수이기도 했던 식당 주인인 사내는 경남 FC 최진한 감독과는 피가 섞인 형제라고 했다. 이 기막힌 만남에 밤새 술이라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음날 백두대간을 넘어야 하는 일정 때문에 훗날 영동선 취재 때 보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