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5일 저녁 경상대에서 "한국의 공교육, 무엇을 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윤성효
곽 전 교육감은 "이런 드라마틱한 대조가 또 있을 수 있나"라며 "그것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한 혜택이고, 사교육의 고통으로 그것은 '간판 사기'다"고 말했다. 이어 "고통을 통해서 얻은 성과인데,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며 "이런 속에 아이들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떨어져 죽고,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왕따를 겪고 있는데 이것이 우울한 자화상"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엎드려 자면서 파업하고 있다. 그러나 교장은 만족도 1~2위가 나오지만, 평교사는 만족도가 낮다. 교사들은 그냥 직업인으로 좋고, 전문가로서 자기 존중감이 없다. 학부모도 불안하고, 아이들을 노후와 맞바꾸고 있다. 정부도 만족하지 못한다. 오체불만족이다. 지금은 모든 사람한테 고통을 안기는 공교육이다."
곽 전 교육감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꾸지 말자고 하는 세력이 있고, 지금과 같이 학력비교를 강화하자는 세력이 있으며, 제 살 깎아 먹기로 미래와 자식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을 한다"며 "교육개혁하는 사람들이 혁신하려고 몸부림을 쳐야 하는데, 아쉽게도 제가 마주친 장학관과 교장들은 그런 고통을 갖고 있지 않고, 마치 곧 침몰한 타이타닉호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과 같으며, 어떻게 그렇게 태평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사회 공교육은 기회균등이 되어야"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곽 전 교육감은 "민주사회의 공교육을 해야 한다"며 "양극화사회, 권위주의사회가 아니라 민주사회의 공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기회균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 잘 만나거나 잘못 만나 기회조차 차별이 있는 게 아니라 계급계층격차를 공교육이 보완해 주고 극복하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균등을 하지 않으면 공교육은 가치가 없고, 그렇지 않으면 공교육은 있을 이유가 없다"며 "가정의 격차를 심화 확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그것을 부숴야 한다. 격차 사회를 극복한다는 게 말로 그치지 않으려면 공교육에 대한 과감한 재정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곽 전 교육감은 "공교육의 1차 목표는 학력 향상이 아니라 민주교육"이라며 "우리 교육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터부시한다. 학교에는 민주주의 빼고 다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관료주의, 엘리트주의, 권위주의 삼형제는 같다. 그렇기에 학교간 교육격차에 무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으로 '중식지원비율'을 제시했다. 그는 "서울 1400개 학교를 여러 교육여건으로 나눈 뒤, 중식지원비율이 높을수록 교육이나 돌봄 필요가 훨씬 높은 것이고, 가중치에 따라 학교 지원예산이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면 변두리 학교에 많은 돈을 지원할 수 있다. 인사정책도 마찬가지다. 중식지원비율이 높을수록 말썽장이 아이들이 많을 수 있는데, 능력 있는 장학관과 교사들은 중식지원비율이 낮은 학교에 가려고 한다. 오히려 능력이 있는 분들일수록 중식지원비율이 높은 학교에 가야 한다. 능력 있고, 열정이 좋은 사람들이 중식지원비율이 높은 학교에 가서 열정을 쏟아 희망만들기, 격차 줄이기, 빛나는 미래 만들기를 하자고 독려했던 것이다."
수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교사가 학생한테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식 교육을 하면 안된다"며 "토론, 협동식 교육을 해야 한다. 흔히 수업공개가 장기기증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교장이 바뀌면 교사가 바뀔 수 밖에 없다. '쇼'에 만족하고 살 게 아니라 격변의 시대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수업혁신에 앞장 서서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식 전달은 끝났다. 토론 시키고 아이들 끼리 깊이 들어가게 만들고 해서 공부할 수 있는 욕구를 길러 주면 된다. 우리는 진도 빼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는 것도 알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협력하고 토론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인성교육이 안된다. 인성교육 교과목을 만든다고 해서 인성교육이 되는 게 아니다. 엄격성, 경직성에서 창조적 변형을 해야 한다. 교장부터 달라져야 한다."
"훈육 주고 상처 주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