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에 연고지를 둔 축구클럽 말라가CF는 이번에 사상 처음 챔피언스리그 8강까지 오른 저력을 보여준 팀이다.
김정현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이곳에 온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말라가CF 경기가 있는 날 무조건 말라가를 응원하게 됐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듣다보면 한편으로는 매력적인 구단이다. 카타르 왕족 구단주가 투자를 끊는 바람에 선수들 급여와 이적료가 체불된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 8강까지 내달렸다. 스페인 1부 리그 프리메라리가(La Liga) 6위를 지켜냈다. 선수와 감독의 노력, 스페인 내에서도 손꼽히는 경제위기에도 열광적인 지원과 지지를 해주는 시민들의 힘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젠 자신한다. 마음의 느낌을 넘어 확신할 수 있다. 경기를 직접 보면 그럴 수 있다.
[2013년 4월 10일] 말라가의 챔스, 분노와 아쉬움으로 끝나다말라가 로살레다 경기장에서의 독일 도르트문트와의 경기가 2-3 패배로 끝났다. 말라가가 1차전을 홈에서 0-0으로 비긴 상황이라 4강이 손에 잡힐 듯했다. 원정 다득점 우선 규정이 있어서 무승부 상황에는 원정경기가 남은 팀이 보다 유리하다.
나도 여느 말라게뇨(Málagueño·말라가 사람)들처럼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었다. 말라가, 바르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 4강을 장악하는 꿈같은 상황을.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와 말라가CF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말라가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된다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날 경기는 보지 않았다. 호날두를 보려고 표를 사겠다는 생각에 돈을 아끼고 있었다. 바르샤가 원정에서 상대구단 파리생제르망에게 비겨 4강 진출이 위태위태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다음날 바르샤에게 응원을 보내주려고 힘을 아끼고 있었다. 기대가 실현되고 있었다. 후반 막판까지 2-1로 이기고 있다고 들었다. 거리에서는 경적과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5분 뒤, 갑자기 거리가 정적에 휩싸였다. 뭔가 이상했다. 술집에 경기를 보러간 친구들의 카카오톡 창에 메시지가 떴다.
"졌다. 추가시간에 두골 먹혔어…."아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이요. 내가 꿈을 꾸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