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대기만 꽂으면 당선? 이제 그런 일 없다"

민주당 울산시당, 국정원 수사발표에 "적극 대응 나설 것"

등록 2013.06.15 16:46수정 2013.06.1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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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12년 4.11 총선일을 한 달  가량 앞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울산지역 야권 후보자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춘생, 이상범, 심규명, 이선호, 조승수, 김창현 예비후보. 이어 3월 17~18일 여론조사로 야권연대 후보를 가렸다.

2012년 4.11 총선일을 한 달 가량 앞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울산지역 야권 후보자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춘생, 이상범, 심규명, 이선호, 조승수, 김창현 예비후보. 이어 3월 17~18일 여론조사로 야권연대 후보를 가렸다. ⓒ 박석철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선거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하자 그 여파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 소속 울산 남구갑 이채익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불과 4일 앞둔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은 대선정국에서 자신들의 불리한 상황을 뒤엎어 보려는 불순한 세력들의 폭로이자 기획극"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자 민주당 울산시당은 다음날 "정말 어이없는 억지주장"이라고 비난했었다. 결국 이채익 의원 발언이 무색하게 된 것.

14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있자 민주당 울산시당이 격노하고 있다. 이번 이채익 의원 발언에다 과거 지역에서 진행된 일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에서 민주당 전직 대통령들을 향한 음해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 주축에는 보수 성향 지도층이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다. (관련기사: <김대중-노무현 매도 카톡 메시지 난무... 도 넘었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15일 울산 대운산에서 핵심 당원 100여 명이 모여 긴급 당원대회를 갖고 국정원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대책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선관위에 신고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서봉만 민주당 울산시당 정책실장은 "최근 이채익 의원이 명백한 범죄사실을 불순한 세력의 기획극으로 매도했는데, 지난 10여년 간 울산에서 진행되어 온 민주당에 대한 음해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며 "이제 더 이상 당하고 있지 만은 않을 것이며, 앞으로 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울산시당 "음해에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

국정원 수사 발표 후 울산에서 이처럼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선 이유는 그동안 이들이 겪어온 학습효과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울산시당의 상징인물 송철호 변호사는 선거 몇 개월 전만해도 언론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20% 가량 앞섰다. 하지만 선거일을 앞두고 보수신문이 연일 1면 머릿기사와 사회면 머릿기사로 "송철호 호남출신" "송철호 철새 정치인 확인" 식의 보도를 하면서 결국 당시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에게 패했다. (관련기사: <'빨갱이' 보다 무서운 전라도? 왜 이렇게 됐나>이었다.

마치 울산에서는 전라도가 나쁜 이미지가 있는 양 매도되는 한편, 당 구성원 대부분이 울산사람이면서도 '민주당=전라도' 이미지를 덧씌운 결과였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사건이 향후 십 수년 간 민주당이 울산에서 새누리당과 진보정당 사이에 끼여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원, 단체장 한 석 차지 하지 못하게 된 시발점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울산시당이 이번 이채익 의원 발언과 국정원 수사결과 발표에 격노하는 이유는 지난 2012년 치르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기인한다.

2012년 4.11 총선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새누리당 보수 성향이 강한 울산 남구는 공안검사 출신 3선 최병국 전 의원이 터줏대감이었다. 하지만 2008년 새누리당 소속으로 울주군에서 공천을 받고 낙선한 후 다시 2012년 공천 경쟁에 뛰어든 이채익 후보가 최병국 전 의원을 제치고 새누리당 공천을 거머쥔 것.

야권에서는 울산 북구에서 구청장과,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한 조승수 전 의원이 남구갑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2012년 총선일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3월 17~18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심규명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조승수 전 의원을 이기며 기염을 토한 것.

민주당은 물론 야권에서는 남구 갑에서 조승수 의원을 제친 심규명 후보가 최병국 의원이 빠진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민주당 돌풍을 일으킨 심규명 후보는 결국 새누리당 이채익 후보에게 52.54%(4만687표)대 36.04%(2만7913표)로 패하면서 보수성향이 강한 이 지역 정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민주당 울산시당은이번  이채익 의원의 발언에다 최근 카톡 등으로 번지고 있는 민주당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하글 등이 다시한번 민주당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음해라는 결론을 내리고, 15일 대운산 계곡에서 결의를 다진 것이다.

민주당 심규명 울산시당위원장은 "오늘 당원 대회에서 당원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이제는 당할  수 없다'는 의지가 팽배했다"며 "이제 울산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매도로 상대당을 뭉개고, 이를 토대로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비 이상적인 정치풍토를 바꿔 놓겠다"고 말했다.
#이채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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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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