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과 귀농 사이에서 갈등하는 분들, 보세요

공주산업대 배성의 학장님과 농촌 자녀교육에 대한 토론했어요

등록 2013.06.19 17:48수정 2013.06.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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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주 산업대학교 배성의 학장님과 농촌 자녀교육애 대한 토론을 했습니다.

공주 산업대학교 배성의 학장님과 농촌 자녀교육애 대한 토론을 했습니다. ⓒ 강미애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진 18일 충남 예산군 내 농업 인재 양성 요람인 공주산업대학교 예산캠퍼스 배성의 학장님과 농촌 청소년의 대학진로 문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토론했습니다. 배 학장님은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어 예산군 귀농 귀촌 상담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강 기자  : "바쁘신데 이렇게 저희 예산군 귀농 귀촌 센터 방문 요청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충남 예산군으로 귀농 귀촌 상담 문의를 하시러 오는 분 중에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님도 더러 있습니다. 그분들이 예산군 내 농촌 학교 환경과 진로에 대해서 문의를 해옵니다. 현재 예산군 내 농업대학 본고장인 공주 산업대학교 학장님의 고견을 듣고자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교육학박사님이신 학장님은 현재의 한국의 교육 현실과 농촌의 바람직한 진로교육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요?"

배성의 학장 : "현대의 자녀교육은 부모의식에 달려있다. 자식이 현재에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현재의 교육문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자녀의 출세를 위해선 어린시절에 집중훈련을 시켜야한다고 대부분의 부모들이 생각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다 엘리트의 길을 가는 것이 과연 자녀를 위한 행복의 길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부모의 생각이 결코 자녀를 위한 행복의 길이 되는 건 아닙니다. 행복이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활목표를 세워야 만날 수 있습니다. 최근 산촌으로 유학을 오는 도시민 부모들은 아이들을 경쟁 속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서 이 길을 택한 것일 것입니다. 나 역시 아이들을 모두 충남 예산군에서 키웠고 지금은 대학생들입니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지금처럼 경쟁 체제 속에서 아이들 교육을 안 했습니다. 그래서 되돌아보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습니다. 현대 부모들은 어린 시절부터 집중훈련을 시켜서라도 엘리트 대학에 보내는 것이 꿈이라고 하지만, 과연 세속적인 양육이 자녀의 미래를 위한 행복의 길인가,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지나치게 자기 분신화 합니다. 자녀를 독립적 개체로 보지 않고 한풀이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좋은 대학을 못 갔지만 내 자녀는 사회적 지위를 얻도록 하는데 너무 몰입되지 않았나 합니다."

강 기자 : "도시의 척박한 경쟁 관게 속에서 벗어나고 싶고 자연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어린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많은 부모가 지금 자녀교육과 귀농 귀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농촌의 자녀들이 해당지역의 농업대학에 입학사정관 제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과 준비를 해야 합니까?"

배 학장 : "틀에 박힌 학습 공간에서 자란 도시 아이들보다 농촌 아이들이 학습점수가 다소 떨어지는 것은 학습능력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농촌환경과 도시환경 사이에 놓여있는 학습교육 여건의 차이입니다. 어린시절부터 부모가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며 돕고 자란 아이들은 학습능력 이상의 잠재력을 보유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지역농산물을 응용 가공하고 홍보하는 등 농업인으로서 전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학생이 농업계열, 식품가공과 등에 입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전문 농업인이 되기 위해선 초등학교 때부터 농업 관련 경력을 쌓아야 합니다. 대학교 입학 면접 때도 부모의 영농배경과 어린시절 생각, 농업 분야에 어떤 신념을 갖고 있는지를 말하면 됩니다. 그리고 해당 학교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하나씩 준비하면 됩니다. 자신의 재주를 발휘할 수 있는 아이들이 농업대학에 진학하여 영농발전의 주역이 되었으면 합니다."

농촌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나의 경험담


배 학장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난 4년 전 어린 자녀의 교육과 귀촌·귀농을 놓고 갈등하다가 용기를 내어 농촌으로 왔습니다. 큰 아이는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농촌의 농업대학교에 입학하여 지금 농촌 지도사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작은 아이는 초등학생일 때 엄마 따라 시골에 와서 집에서 키우는 토끼와 닭이 알을 품는 모습을 보면서 그림을 그렸고 대회에 나가 상을 타곤 했습니다. 우리는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과 동물을 관찰하며 서양의 타샤 튜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습니다.

아이는 타샤튜더 할머니가 끓여주는 닭고기 스프가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책에서 읽은 타샤튜더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습니다. 한국인 며느리를 처음 만난 타샤 튜더가 처음으로 한 질문이 '무슨 동물을 좋아하냐'였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타샤튜더처럼 동식물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살고 싶다고 해서 흐뭇했습니다.

이번에 군 내에 있는 명문여고에 진학한 아이는 성적이 상위권이 아니라고 걱정했습니다. 충남 예산군은 아직 고교 평준화가 안 돼 명문고에서는 내신 성적으로 대학교를 입학하는 수시 경쟁에는 불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36개 시군에서는 이미 고교 평준화가 이루어져 고교 내신 성적만으로도 우수한 대학에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 되었습니다.

3년 후에 대학 진학를 앞둔 아이와 보모인 저는 많은 고민에 휩싸여 있습니다. 수시 대학 입학하기 위해서는 다소 낮은 등급의 고교를 선택하여 진학 했으면 좋은데, 아이가 문학을 좋아하는 터라, 책 읽는 분위기가 있는 인문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입니다. 인문학교는 타 학교에 비해 내신 등급으로 대학 진학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와서 고등학교를 하양 조정하여 전학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무엇보다 아이는 현재에 처한 면학 분위기를 좋아 합니다. 문제는 지금 당장 성적이 상위로 올라가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중학교를 다녔던 면 단위에 있던 중학교는 학급 수와 학생 수가 적어 학우간에 경쟁상대도 적었습니다. 학원이 멀어서 사교육과는 거리가 먼 곳입니다. 하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경쟁보다는 서로 배려하고 자란 정서적으로 행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농촌에서 아이를 키우며 발견한 한 가지 놀란 점은, 아이들은 무한한 잠재력과 놀라운 환경 적응능력, 자기극복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농촌학교는 비록 학생수가 적고 경쟁상대가 없는 등 비록 학습환경이 많이 부족하지만, 가족처럼 서로 다독이며 사랑하고 배려하는 심성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불우한 친구들을 보살피면서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심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경쟁을 처음 맛봐 혼란스러워 하지만, 이것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자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이는 농촌에서 자랐기 때문에 동식물을 가까이 할 수 있었고 직접 저녁을 차리는 등의 가족을 배려하 것을 배웠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어른이 바깥에서 농사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안에 들어오면 아이가 인터넷을 뒤져서 만들어놓은 요리가 식탁 위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를 하는 바람에 요리 실력이 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는 가족을 배려하는 바른 심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중학교 때부터 이 지역 농산물로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서 사진을 찍고 기사를 써서 충남도청 홈피나 블로그에 올리곤 했습니다.

아이는 영어 공부를 좋아해서 스마트폰으로 서양의 여러 나라 청소년들과 영어로 카톡을 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말하기를, "잘 사는 서양에서도 수학점수가 평균 50점 이상이면 대학에 들어 갈 수가 있다는데, 우리나라는 친구끼리 서로 경쟁을 시켜서 대학에 들어가게 하는 불합리한 환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부모인 저는 아이의 이런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세계인과의 소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내심 아이의 확장된 세계관에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제도는 아직 18세기 교과서적인 학습 위주의 교육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특히 학습 교육의 환경에 노출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인생의 절반도 되기 전에 자기 존재감을 잃고 자괴감을 느끼는 등 방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학장님과 나눈 이야기 속에서 입학사정관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학장님과 대화를 통해 농업 쪽으로 자녀를 키워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농산업은 생산이 주목적인 1차 농산업에서 가공 2차 농산업을 거쳐 유통이라는 3단계 농산업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종합 예술이라는 6차 농산업에 들어서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 화가 한 분이 농촌으로 귀촌하여 체험학습장을 운영하는 농가들의 표지간판에 그림을 그려주는 일을 하더군요.

부모의 농사일을 도운 경험이 있는, 실전에 능한 청소년들이 농업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합니다. 농촌 자녀들이 미래 농촌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자녀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농촌을 이탈하는 젊은 학부모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21세기 교육은 창의적이고 다각화된 실전경험과 산지식으로 승부를 거는 교육환경이 되었으면 합니다.
#농촌자녀교육진로에 대한 토론 #공주 산업대학교 배성의 학장 #농어촌 특별전형 #입학사정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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