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명으로 개회한 국회 본회의, 25명으로 산회

6월 임시 국회 마지막 본회의 현장 스케치

등록 2013.07.03 12:12수정 2013.07.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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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자료제출 요구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동료의원들과 얘기를 나누며 부채질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자료제출 요구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동료의원들과 얘기를 나누며 부채질을 하고 있다.남소연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일, 본회의장은 뜨거웠다. 전력 수급 비상으로 국회도 '실내 26도 이상을 유지'를 지켜야 하기에, 의원들은 부채와 함께 노타이를 드레스 코드로 정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장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하나 둘 차기 시작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자료 제출 건에 대해 당론을 정해야 했던 민주당은 본회의 개회 시간에 의총을 열어 회의 참석이 늦어졌다. 

결국 오후 3시가 돼서야 본회의 시작을 알리는 강창희 의장의 망치 소리가 회의장에 울려펴졌다.

236명의 의원들이 빼곡히 앉아있는 본회의장은 상당히 더웠다. 의석마다 배치된 안건 자료는 이내 부채로 사용됐다. 의원들은 종이 묶음을 얼굴 앞에서 좌우로 흔들었다. 에어컨 바람은 느껴지지 않았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여·야·무소속 의원을 가리지 않고 손에 장착한 것이 있으니 바로 부채다. '국회 에너지 대안모임'에서 나눠준 부채에는 '여름철 실내온도는 26도 이상 지켜주세요'라고 적혀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도, 문희상 민주당 의원도,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부채를 쥐었다. 이날 '부채 사랑'만큼은 여야가 한마음이었다.

이날의 말말말

본회의 법안 설명에 나선 의원들이 공식적으로 가장 많이 한 말이 있다. "단말기 회의 자료를 참고해 주시고, 우리 위원회에서 제안한 대로 의결해 주시기 바랍니다"가 바로 그것. 각기 다른 당에서 나온 의원들은 모두 20회 이 말을 반복했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어렵게 결의한 안건이니 그대로 표결을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법안 설명이 끝나면 으레하는 고정 멘트가 된 것이다.

또 많이 언급된 말은 "존경하는 OOO의장·선배·동료 의원 여러분"이었다. 의원들은 단상에 오르면 의장석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의장 혹은 부의장에게 존경의 의사부터 표했다.


이 가운데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법안 설명을 위해 나온 자리에서 이병석 부위원장을 박병석 부위원장이라고 말해 회의장이 웃음 바다가 됐다. 때마침 박병석 부위원장이 나와 이병석 부위원장 자리를 대신 해주자 또 한 번 '빵' 터졌다. 나 의원은 "박에서 이만 바꾸면 되지 뭐"하며 즉석에서 펜을 쓱쓱 긋고는 순서를 이어 나갔다.

또 한 번의 해프닝이 있었다. 강창희 의장이 '쌀 가공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읊을 때 '쌀' 발음이 되지 않아 "'살'가공 육성 '살'이용 촉진"으로 발음하자 의원들이 "쌀 입니다, 쌀"이라고 소리친 것. 본회의장에서는 또 웃음이 터져나왔다.


관심이 집중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안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회의록과 녹음기록물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는 자료제출요구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276명 가운데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회의록과 녹음기록물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는 자료제출요구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276명 가운데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남소연

6월 임시국회의 핵심 사안이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과 부속 자료 열람·공개를 위한 자료제출요구서'가 우선 상정됐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섰다. 그가 "신중하지 못한 여야 합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라고 발언하자마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마이크 꺼!" "의원직 사퇴해"라고 소리쳤다. 이 의원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 장내의 웅성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자료 제출 요구안에 대해서 재적 의원 276명 중 257명이 찬성했다. 17명이 반대하고, 2명이 기권했다. 반대한 의원들은 박지원·김성곤·추미애·김승남 민주당 의원, 김선동·김재연·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심상정·김제남·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 안철수·송호창·박주선 무소속 의원 등이다.

핵심 안건이 통과되자 다른 법안들도 빠른 속도로 상정됐고 투표가 이뤄졌다. 총 투표 시간이 10초가 되지 않는 법안도 수두룩 했다. 의원들이 투표를 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책상 오른 쪽 아래에 놓인 기계의 왼쪽 버튼을 누른 후, 찬·반·기권을 택하는 방식이 있다. 또는 의원석 앞에 놓인 스크린에 타원형 투표시작 버튼을 누르고 찬·반·기권을 택하는 방식이다. 클릭하는데 5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 순서가 끝나면 투표 결과가 의회 양쪽 스크린에 뜬다.

의원들 투표 모습 300인 300색

 6월 국회 본회의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2일,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본회 법안 투표 중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동영상을 보고 있는 서병수 의원, 페이스북을 하고 있는 한기호 의원, 트위터를 하며 투표를 하고 있는 이석현 의원. 왼쪽 아래부터는 메세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이는 손인춘 의원, 스마트폰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신경민 의원,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이상민 의원이다.
6월 국회 본회의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2일,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본회 법안 투표 중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동영상을 보고 있는 서병수 의원, 페이스북을 하고 있는 한기호 의원, 트위터를 하며 투표를 하고 있는 이석현 의원. 왼쪽 아래부터는 메세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이는 손인춘 의원, 스마트폰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신경민 의원,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이상민 의원이다.이희훈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해 투표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제각각이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전병현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화 도중 툭툭 버튼을 눌렀다. 박혜자 의원은 휴대전화를 보다가 툭툭, 우원식 의원은 나갔다가 후다닥 들어와 툭툭, 신경민 의원은 자다가 툭툭 버튼을 눌렀다. 이석현 의원은 트위터 하다 툭툭, 최동익 의원도 휴대전화를 보다가 툭툭,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 하다 툭툭이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였다. 이재오 의원은 다리 꼬고 웃으며 딴 짓하다 툭툭, 강은희 의원은 뭔가를 열심히 적다가 툭툭, 김태환 의원은 통화 목록을 한참 들여다보며 툭툭, 신의진·이인제 의원 어디 갔다 와서 휴대전화를 보며 툭툭 버튼을 눌렀다. 대체로 성의가 없어 보이는 태도였다.

투표의 태도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법안을 꼼꼼히 살피고, 의원들의 설명을 경청하는 의원도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 서용교·최봉홍 새누리당 의원, 안철수 무소속 의원,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 등은 단말기 자료와 배포된 자료를 계속 확인하며 투표했다.

본회의가 시작된 지 4시간, 오후 7시가 넘어가자 자리를 떠나는 국회의원들이 늘었다. 투표 태도도 더욱 악화됐다. 의원이 나서 법안을 설명하면 우르르 몰려 나갔다가 의장이 "투표하세요"라고 말하면 헐레벌떡 들어와 터치스크린의 투표 버튼을 눌렀다.

오후 7시 32분, 181명의 의원만이 의석을 지켰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5분 자유 발언을 시작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하나둘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를 지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당 대표인 황우여·김한길 대표는 남아있었다.

그러나,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자유 발언을 시작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민주당 의원 중 한명은 문 앞에서 정 의원을 향해 "사퇴해야 하는데 무슨 발언입니까?"라고 외치고 자리를 떠났다. 지난해 10월 정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말해, NLL 사태를 촉발시킨 바 있다. 이에 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민주당은 본회의 자리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항의의 뜻을 표한 것이다.

이어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이, 마지막으로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자유 발언을 했다. 이제 의석에는 셀 수 있을 만큼의 의원들만 남아 있었다.

마지막 까지 남은 의원들, 고작 25명

박병석 부의장은 "마지막까지 남은 의원들의 이름을 속기록에 남기겠습니다"며 의원들의 이름을 모두 불렀다.

이학영(민주-초선), 배기운(민주-재선), 박민수(민주-초선), 전병헌(민주-3선), 김한길(민주-4선), 김민기(민주-초선), 진선미(민주-초선), 진성준(민주-초선), 김재윤(민주-3선), 김용익(민주-초선), 오제세(민주-3선), 임수경(민주-초선), 함진규(새누리-초선), 이헌승(새누리-초선), 김한표(새누리-초선), 이우현(새누리-초선), 염동열(새누리-초선), 박창식(새누리-초선), 윤명희(새누리-초선), 송광호(새누리-4선), 김재연(통진-초선), 김미희(통진-초선), 송영근(새누리-초선), 오병윤(통진-초선), 정진후(진보정의-초선)의 순이었다.

당별로는 민주당이 12명, 새누리당 9명, 통합진보당 3명, 진보정의당 1명이었다. 초선이 19명, 재선이 1명, 3선이 3명, 4선 2명이었다. 초선의원이 절반 이상 자리를 지킨 것.

오후 8시, 236명으로 개회한 본회의는 25명만 남은 채 산회했다.
#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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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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