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동네수퍼, 놀이공원, 키즈카페, 실내놀이터 등 장소를 불문하고 어린이 음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 측과 식품 전문가들은 당 함량이 높은 제품은 어린이들에게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기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간식용 어린이 기호식품의 경우 1회 제공량당 열량이나 당류·포화지방 중 하나가 기준 수치(250kcal, 17g, 4g)를 초과하면서 단백질 함량이 2g 미만이거나 열량·당류·포화지방 중 하나라도 기준치의 두 배(500kcal, 34g, 8g)를 초과하면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즉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어린이들이 먹기에 부적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고열량·저영양 어린이 기호식품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학교매점 및 학교인근 슈퍼마켓, 편의점, 문방구 등에서의 판매가 금지되고, 어린이들이 주로 시청하는 5~7시 시간대 및 어린이 프로그램 중간에 TV광고를 하는 것도 금지된다.
당시 조사에서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분류된 제품은 코카·콜라음료(주)의 '쿠우오렌지'(당 함량 38g), (주)농심의 '카프리썬 오렌지맛'(당 함량 23g), (주)상일의 '유기농아망오렌지'(당 함량 21g), 조아제약(주)의 '튼튼짱구'(당 함량 20g) 등 총 4가지였다. 이 제품들은 어린이의 비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당 함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지적을 받았던 제품은 코카콜라음료의 '쿠우 오렌지'였다. 이후 코카콜라음료는 38g에서 37g으로 당 함량을 1g 낮춰 제품을 판매하다가 올해 초 당 함량을 14g으로 대폭 낮추고 디자인도 새롭게 바꿨다. 고열량·저영양 식품 당 함량 기준인 17g보다 3g이 더 낮아진 수치다.
(주)상일의 '유기농아망오렌지'(21g), 조아제약(주)의 '튼튼짱구'(20g)은 제품 생산이 중단됐다. 이들 제품들은 사실상 어린이 음료시장에서 자진 퇴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조사에서 두 번째로 당 함량이 높은 것으로 지적을 받았던 농심의 '카프리썬 오렌지맛'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어린이들의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농심은 4개 기업 중 유일하게 아무런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당 함량이 10g으로 가장 낮았던 웅진식품의 '자연은 튼튼'은 생산이 중단됐다. 웅진식품은 '자연은 튼튼' 생산 중단 이후 대체 상품으로 '코코몽'을 출시했는데 이 제품의 3가지 맛(딸기, 포도, 사과)은 모두 당 함량이 17g으로 확인됐다. '자연은 튼튼'보다 당 함량을 무려 7g이나 올려 제품을 만든 것.
웅진식품의 또 다른 문제는 지난 2011년 이후 어린이 음료로 출시한 '자연은 키즈' 3종이다. 이 음료수는 '자연은 튼튼' 음료수의 출시 이후 선보여진 어린이 음료로 당 함량은 오렌지 맛은 18g, 사과 맛은 20g, 포도 맛은 22g으로 3종 모두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해당된다.
당 함량이 비교적 낮았던 제품 중에서는 해태음료의 '헬로 팬돌이 블루'(16g)의 당 함량은 3g 더 낮아졌다. 팔도의 '귀여운 내친구 뽀로로 사과맛'(13g)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당 함량이 1g 더 높아졌으나 고열량·저영양 식품 기준보다는 낮았다.
당 함량이 비교적 낮았던 제품 중 한국야쿠르트의 '토마스와 친구들 사과', 롯데칠성음료의 '코알코알 코알라 오렌지 망고' 등은 최근 혹은 1년 전에 이미 단종돼 제품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외에 나머지 제품들의 당 함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음료업체 측 "당 함량 바꾸는 것, 맛이 변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워"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당 함량을 낮추지 않거나 기존 제품보다 당 함량을 올려 신제품을 출시한 기업 측은 당 함량을 낮추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 쉽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농심 관계자는 "당 함량 17g이라는 식약처의 기준선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당 함량을 조정하기 위해 해당 브랜드와 협의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당 함량을 낮출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자연은 키즈' 제품설계 당시 당 함량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며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음료의 당 함량을 바꾸는 것은 맛과 연관되는 부분이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음료업체들은 당 함량을 낮추면 음료의 맛 또한 변하게 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 함량을 쉽게 변경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해태음료 관계자는 "'아이들이 먹는 것이니 가능하면 당을 떨어뜨리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도 당 함량을 낮추면 음료에 맛이 덜하게 돼 아이들이 제품을 먹지 않게 된다. 제품을 파는 회사 입장에선 일부러 맛없게 만들 수 없는 입장이니 항상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카콜라음료 관계자는 "음료는 '기호식품'으로 사람이 음료를 마시면서 기대하는 맛이 있기 때문에 맛을 갑자기 바꾸기란 어렵다. 음료를 마시면서 청량감 등을 느끼기 위해선 당이 어느 정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소비자원 "문제 계속된다면 내년쯤 재조사 추진할 수도"이에 대해 한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기업들의 논리가 틀렸다고 볼 순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설탕이나 과당같은 당을 주성분으로 하는 음료는 어린이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어린 아이들이 이런 음료를 자주 먹게 되면 당에 노출돼 유치 뿌리가 썩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음료를 고를 때 당 함량이 식약처 기준치인 17g보다 낮더라도 당을 대체하기 위해 감미료 등 다른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와 소비자원 측은 이구동성으로 "아이들이 먹는 음료이니 만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당 함량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우리 쪽 입장"이라며 "어린이 음료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내년쯤 다시 재조사를 추진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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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한 어린이 음료의 불편한 진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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