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경제성장'은 어떻게 가능할까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 대안모색②] 한국경제 양극화 현황과 극복대안

등록 2013.08.01 15:19수정 2013.08.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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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경제를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주로 대외여건의 변화에 의한 경제위기론과 더불어 경제민주화 입법이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재계의 주장이다. 대외여건이야 우리경제에 주어진 외생변수인 만큼 적응과 대응의 과제가 남는 문제이지만, 전경련 등 재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과연 그렇게만 볼 문제인지 의문과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많은 국민은 행복하지 못하다. 지금까지 대기업과 수출이 주도하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고수해 온 결과 양극화가 심해지고 공정과 상생의 풍토와는 멀어져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경제학계와 나아가 지성인들이 '설교자'로서 보수적인 이념과 자유시장경제의 장점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관찰자'로서 사회적 약자에 공감하고 상생 화합하는 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본 발제문의 문제의식이다. 분배와 복지, 경제민주화 요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면서 이것들이 지나치지 않게 하는 것이 큰 정치이자 오늘의 시대정신이다." - 안국신 중앙대 총장, 2012년 11월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주최 '기로에선 한국경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의 발표문 중

한국사회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분배문제에 관심이 덜한 새누리당 내에서 조차 이런 문제의식이 제기되는 걸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그 실상을 살펴보자.

한국 사회의 불평등·양극화 수준 들여다보기

① 부동산 자산불평등은 거의 극단적 불평등 양상
한국사회는 소득 양극화를 넘어 자산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이다. 2012년 5월 한국개발연구원이 발간한 <부동산시장 동향분석-2012년 1/4분기>에 따르면, <표1>과 같이 부동산 자산의 자산불평등은 거의 극단적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a  주택자산, 부동산자산 지니계수

주택자산, 부동산자산 지니계수 ⓒ 박창규


② 0.3% 부자가 가계 금융자산의 18%, 461조원 보유
올해 3월 하나금융그룹이 발간한 <2013 Korean Wealth Report>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10억 원 이상 금융자산을 가진 최상위 부자가 15만 6000명인데,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9만 7000명에 비해서 4년 만에 1.6배 증가한 것이다. 금융 위기 이후 주가 폭락 사태가 있었음에도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 숫자는 연 평균 13%씩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이들이 가진 자산은 총 약 461조 원, 1인당 평균 약 29억 5000만 원이다. 보고서는 "국내인구의 0.3%가 가계 금융자산의 18%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③ 자영업 소득 포함 노동소득분배율 2006년 이후 급락
소득분배의 불평등 현황은 어떨까? 한국은행이 발간한 '한국의 경제성장과 사회지표의 변화'(조윤제·박창귀·강종구, 2012.1.10)에 따르면, 1997년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자영업자 소득까지 노동소득에 포함한 수정 노동소득분배율은 2006년 이후 더욱 급격히 하락한 반면, 자본소득분배율은 급격히 상승했다. 또한, 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노동소득분배율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수정노동소득 및 자본소득 분배율

수정노동소득 및 자본소득 분배율 ⓒ 박창규


a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 ⓒ 박창규


④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수준 상대적으로 더 악화
이렇게 노동소득분배율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특히,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나빠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평균임금 수준은 1999년 71% → 2002년 67.5% → 2012년 64.1%로 줄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2008년 34.8% → 2009년 34.2% → 2010년 34% 수준에 불과하다.

⑤ 청년들에게 '대한민국은 바늘방석'


2007년 말 이래 지난 5년간 청년고용 현황은 해마다 악화되었다. 아래 <표2>와 같이 2007년 12월 이후 매년 청년(20~29세) 취업자수와 고용율은 하락했으며,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결과'에 따르면 청년층(15세~29세) 비경제활동인구가 1년새 15만 8,000명이 늘었다. 미래세대인 청년들에게 '대한민국은 바늘방석'이라고 할만하다.

a  청년 고용현황

청년 고용현황 ⓒ 박창규


⑥ 국내 중소자영업은 '생존을 위한 전쟁터'
금융연구원 보고서 <50세 이상 자영업자 증가 현황과 대응방안>(2013.3)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30%는 소득 1·2분위인 '생계형 자영업자'로, 한 달 수입이 220만 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금융감독원은 <보도자료-최근 자영업자 대출현황 및 감독방안>(2013.2.13)을 통해 "자영업자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 및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각각 91.1%, 156.7%로서 전체가구 평균을 상회하며, 저소득 자영업자(1,2분위)는 소득상위계층(5분위)에 비해 금융자산 및 소득 대비 높은 수준의 금융부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소득 1분위 자영업자의 평균 DTI비율은 54.4%로 소득 5분위(23.7%)대비 2.3배 높은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2002년 이후 내수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직격탄을 국내 중소자영업이 맞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정치세력의 양극화 해소 방안은 무엇인가?

이런 양극화 실상을 해결할 의지와 대안 없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어떤 정치세력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과연 진보정치세력은 그만큼의 생산적인 토론을 할 만큼 현실 적합한 비전과 대안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가? 진보정치세력은 이제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정의당(대표 천호선) 부설 정책연구소가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 포럼(이하 '포럼', 7월 17일, 24일과 8월 14일, 21일 진행)을 시작했다. '재벌 대기업-수출 주도의 경제성장 체제'가 더 이상 지속가능한 한국 경제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사회경제 양극화를 극복하는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 대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총 4차례 예정된 포럼의 첫 순서로 지난 달 17일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의 과제'에 대해 발표한 김상조 교수(한성대, 경제개혁연대 소장)는 발표의 첫머리에 "한국사회의 보수진영도 진화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공약으로 표출된 보수진영의 진화의 의미를 과소평가하고, 박근혜정부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만을 기대하는 태도야 말로, 진보진영의 위기를 심화시킨다"며 진보진영의 혁신을 강조했다.

한국 자본주의의 고도성장과 발전은 발전국가 시기를 거쳐, 시장자유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60~70년대 개발독재시기 정부의 강력한 경제개입은 80년대 후반 중화학공업화이 안착되는 시점에서 시장자유화란 명분과 함께 약화되기 시작했고, 반면 규모화 된 자본력과 집중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부와의 파트너십 관계를 형성하며 시장권력을 갖게 된 재벌들은 이후 외환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이 되기도 했지만,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을 거쳐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집단으로 적응해나갔다.

한편, 한국경제의 이러한 발전과정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는데, 그 대표적인 것들이 현재와 같은 재벌 대기업의 막강한 경제지배력, 노동배제적 경제발전 체제, 수출과 내수의 연계성 저하 및 성장과실의 독식 체제, 사회경제 양극화 등이다.

김상조 "한국경제의 과거 : 추격형 낙수효과 모델의 파산 선언"

이제 진보정치세력은 지난 경제성장의 짙은 그림자를 거둬내고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을 위해 한국 자본주의를 개혁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김상조 교수는 이렇게 진단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투자율이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압도적 1위이며, 유럽 강소국을 제외하고서는 우리나라만큼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를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에게 만족할 만한 소득과 고용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면, 이는 한국경제의 거시구조⋅산업구조⋅기업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거시적 차원에서는 투자⋅수출 주도 성장 전략의 소득⋅고용 창출 효과가 실종되었고, 산업적 차원에서는 산업간 연관관계가 끊어짐과 동시에 제조업-서비스업 간의 불균형이 악화되었고, 기업 차원에서는 영세화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중략)

표준화된 범용기술을 응용⋅발전시키면서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을 통해 선진기업을 따라잡는 '추격형 모델', 제한된 생산요소를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 지원하는 불균형 발전 전략 속에서도 그 성장의 과실이 다른 부문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을 기대하는 '낙수효과 모델'이 드디어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경제는 재벌 대기업 주도를 다양한 경제주체의 협력체제로, 특정산업 주도를 다양한 산업생태계 조성으로, 수출 주도를 내수와 수출의 연계강화로 바꾸는 한편 생태적 지속가능성까지를 고려한 대안적 성장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대응방향을 갖되, 개혁의 일관성 훼손할 내외부 위험요인 통제해야

그러한 모색에 대해 김상조 교수는 "일반대중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추격형 낙수효과 모델의 파산 선언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룬 것, 이것이 2012년 대선 과정이 한국사회에 남긴 최대의 선물"이라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대안모색의 방향을 제시했다.

▲시장의 폭력을 규제하는 정부의 개입과 함께, 노동시장정책 차원을 넘어 노사관계에서 노동(조합)의 힘과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 ▲R&D 지원 등 정부의 산업정책 부활과 함께, 창의와 융합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 ▲재벌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과 함께 을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향 등.

또한 김상조 교수는 "개혁의 실행과정에서 예측가능성과 일관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정책방향을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한국경제의 외부위험요인으로 '다극화된 현재의 세계경제질서'를 꼽았으며, 내부위험요인으로는 ▲과다부채와 구조조정 문제 ▲복지재원 마련과 재정건전성 문제 ▲노사관계와 사회적 대화 문제를 지적했다.

끝으로, 김상조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진보적 경제질서 구축을 위한 전략과 정책에 관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으로서의 재벌개혁은 공정(fairness)의 문제... 경제민주화의 본령으로서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하도급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영세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들 상호간의 연대(solidarity)를 강화하는 노력이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교수가 제시한 이러한 대안모색 방향과 전략은 진보정치가 그동안 제기해왔거나 고민해 온 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자본에 대한 공적인 '소유, 통제, 기능'을 강화할 방안, 노동의 경영참가를 통한 산업민주주의 실현 방안, 좋은 일자리 창출 및 보편적 복지정책과 연계된 산업정책 실현 방안, 산업구조조정 및 자본혁신을 유도할 미시적ㆍ거시적 정책 방안, 공정을 넘어 상생이 실현되는 시장규제 및 사회적 조절 방안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는 경제민주화 실현의 역사적 경험과도 맥이 닿아 있다.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의 새로운 길찾기에 나선 우리들 모두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만한 대목이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상상력을 끌어내고 그 내용과 구상을 발전시킬 사례를 찾아 연구하는 것이 유용하다. 자본주의의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와 지본주의간의 공존이 가장 많은 진전을 보인 시기와 지역은 전후 황금기(브레튼 우즈시기, 2차대전이후~1970년대 초)이며, 사민주의 노선을 취한 서유럽이다. 여기에는 뉴딜 이후 미국도 포함된다. 이는 곳 수정자본주의 혹은 혼합경제의 시기이며 지역이다. 다수의 연구가 이 시기에 서구 전반에 걸쳐 정책과 제도에 있어서 사민주의적 경향이 나타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유철규 <경제민주화 10문 10답>, 2013.4)
덧붙이는 글 박창규 기자는 '정의당'(대표 천호선) 부설 정책연구소의 전문위원입니다. 이 기사는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포럼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http://www.justice21.org/18645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의당 #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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