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흔한 문화재(?) 도리이우리네 홍살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도리이는 신사의 정문 격인데, 도시 곳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서부원
여행사는 관광객, 곧 소비자가 원하는 곳이니 그렇게 코스를 짰다고 하고, 관광객은 여행사가 꼭 가볼 만하다며 추천한 곳이니 따르게 된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다. 자유여행자들도 여행을 떠나기 전 주로 경험자들의 블로그나 여행사에서 발간한 안내책자를 참고하게 되니 '거기가 거기'인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일본에 왔으면서도 정작 '일본다운' 곳은 잘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에 가면 맨 먼저 성 베드로 성당을 찾고, 프랑스에서는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유궁을, 영국에 가면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버킹엄궁을 찾는다. 가장 이탈리아답고, 프랑스답고, 영국다운 곳이기에 관광객으로서 그걸 느끼고 싶어서다.
그곳들이 관광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도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일본다운 역사문화유적들이 적잖이 산재해 있지만, 일본을 찾은 우리 관광객들은 그곳을 애써 찾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가장 일본다운 곳일수록 외려 더 가지 않으려는 듯하다. 일본에 대한 '국민 정서' 때문일까.
대개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엘 가든 맨 먼저 찾게 되는 곳은 으레 박물관이다.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 개괄적인 내용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섭렵할 수 있는 공인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의 '예습'은 여행을 훨씬 더 효율적이며 풍요롭게 한다. 이러저러한 걸 다 접고라도, 박물관에 찾아가는 건 적어도 여행자로서 그곳에 왔다는 '문안인사'다.
그런데, 한국인 반, 현지인 반인 규슈라지만 그 많은 박물관 어디를 가도 한국인 관광객들을 만나보기란 어렵다. 전시물의 수준과 양이 빈약해서라기보다는, 여행사든 개인인든 애초 여행 일정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 여행 중 시간적 여유가 생겨도 쇼핑을 한두 시간 더하지, 굳이 박물관을 찾아가려 들지는 않는다.
후쿠오카의 유명 관광지인 모모치 해변과 후쿠오카 타워 전망대는 한국인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북적이는데, 거기에서 불과 2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후쿠오카 박물관은 아무도 찾지 않는다. 후쿠오카 최대 쇼핑몰이자 교통 중심지인 뎬진에는 수도 없이 드나들지만, 바로 코앞 후쿠오카 문화관은 존재조차 모른 채 지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