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화와 문명을 간직한 곳, 후쿠오카

▲ 　　규슈 여행의 중심지이자 출발점인 하카타역입니다. 후쿠오카의 옛 땅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카타역 건물은 1889년 이후 2011년까지 네 번 바뀌었습니다. ⓒ 박현국

8월 5일 일본 남부 규슈 북쪽에 있는 후쿠오카시에 다녀왔습니다. 현재 일본 정치의 중심지는 도쿄입니다. 전에는 교토였고, 그 전에는 나라나 야마토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가장 먼저 정치력과 경제력이 센 곳은 후쿠오카였습니다.

후쿠오카는 규슈 북쪽에 있으며 이 지역 중심지입니다. 그러나 원래 이곳은 하카다항이 있었던 곳입니다. 하카다항은 오래전부터 한반도와 중국 그리고 남부 지역과 활발한 교류와 무역을 통해서 번영을 누리던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후쿠오카시 이곳저곳에는 야요이 시대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환호취락이 발견되었습니다(板付, 이다즈케 유적). 환호취락은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을 중심으로 둘레를 파서 외적이나 도둑의 침입을 막았던 마을입니다. 환호취락의 발생은 정착 농경에 의해 부의 축적과 신분제의 생성과 관련이 깊은 시기로 보입니다. 주로 청동기 시대로 봅니다.

그리고 이다즈케 유적에서는 횡혈식 주거지나 논이 발견되었는데 일본 벼농사 유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입니다. 이 유적은 처음 1916년 발견되었는데 유적 부근에서 옹관이 발견되고 그 안에서 청동칼, 청동창 등이 발견되었으며 이곳에서 처음 나온 야요이토기는 이다즈케식 토기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후쿠오카에 있는 하카다역 부근 가네노쿠마(金隈) 유적은 야요이 시대 공동묘지로 BC. 2세기에서 AD 2 세기 무렵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옹관묘 348 기, 토광묘 119 기, 석관묘 2 기가 발굴되었습니다. 무덤 속에는 당시 부장품으로 넣어둔 많은 유물이 나왔습니다.

한반도에서도 옹관묘가 전라남도 영산강 유역에서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곳과 전라도 지역과의 깊은 문화 교류의 흔적을 찾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적이나 그곳에서 나온 유물들로 보아 후쿠오카 지역은 오래 전부터 대륙과 일본을 연결하는 통로였고, 대륙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현관이었습니다.

▲ 　　하카타역 앞 모습입니다. 주위에 호텔이 많은 것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주변 섬에서 사는 사람들이 일을 볼 때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10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텐신역은 서남부 지역으로 이동할 때 이용합니다. ⓒ 박현국

후쿠오카와 부산은 약 400킬로미터로 비행기로는 30분 쯤 걸립니다. 비행기뿐만 아니라 고속 훼리도 날마다 다니고 있습니다. 후쿠오카 사람들은 부산을 외국 보다는 이웃 마을로 여긴다고 합니다. 한 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70만 명 정도인데 그중 부산에서 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후쿠오카는 오래전 하카다항을 중심으로 무역이 성행하였고, 텐신 지역을 중심으로 상업이 발달하였습니다. 지금도 후쿠오카 시는 하카다역을 중심으로 신칸센 전차가 도쿄와 규슈 남부 가고시마를 연결하고, 텐신 지역을 중심으로 상업과 행정이 두드러집니다.

후쿠오카는 전쟁 때 대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였습니다. 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기도 했으며 대륙이나 한반도로 진출했던 일본 사람 대부분이 이곳을 통해서 다시 귀향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으로 들어온 귀향자가 139만 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는 것처럼 이곳 후쿠오카 사투리도 있습니다. 구석에 있는 국수집을 일본어로 가도노 우동야라고 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이것을 '가로노 우롱야'라고 합니다. 즉 ㄷ 발음을 ㄹ 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구사나 도라는 발음을 즐겨 사용합니다.

한때 영화를 누렸지만 지금은 중심에서 멀어져버린 규슈 후쿠오카 지역은 최근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후쿠오카는 일본 다른 곳과 달리 천 킬로미터 안에 인구 천만 이상의 외국 도시가 가장 많은 곳이 이곳 후쿠오카입니다. 부산, 서울, 상하이, 베이징들이 그것입니다. 이곳 후쿠오카가 앞으로 이웃 나라와 어떻게 교류하면서 발전해 나갈지가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