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30m에 들어선 편의점을 바라보는 이 구멍가게는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김학용
대기업이 만들어 낸 편의점, 슈퍼마켓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오랫동안 지역에 터전을 잡고 주민들과 소통했던 구멍가게는 이제 사라지고 말았다. 옆집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지내던 시대가 있었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어릴 적에 심부름 가서 10원짜리 몇 개 덜 가져왔다고 애교부리는 나에게 다음에 가져다 달라고 웃으며 배웅하는 그들의 모습, 딱 그것뿐이다.
계산대에서 '삐익~!' 하며 흘러나오는 바코드 인식음이 아닌 진짜 미소가 담긴 얼굴로 서로 인사할 수 있는 그곳이 이제는 그립다. 규격화된 매장 형태에 지극히 기계적인 아르바이트생에게 과연 구멍가게 시절의 사람 냄새와 정을 기대할 수 있을까?
24시간 현금인출기능에 교통카드충전, 택배접수, 공과금 수납, 상품권 판매, 티켓 발권, 휴대폰 개통은 물론 포인트 적립에 1+1행사까지…. 소비자의 편의성 지향을 극대화한다며 등장한 편의점의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들은 대기업의 능력을 톡톡히 확인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체의 CF광고가 떠오른다.
"편리한 생활 속의 쉼터, 한국형 편의점!"하지만 이런 메시지가 우리를 결코 행복하게 할 수는 없으리라. 이제는 시골 노모에게 서울 작은 아들이 보낸 택배는 누가 받아주고 군인 간 오라버니 편지는 누가 웃으며 전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