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천왕봉의 일출. 모두가 일출광경을 향해 서 있다.
이명화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 그 활홀함이여오전 2시 정각에 깨어났다. 화장실 가면서 바라본 새벽하늘엔 여전히 별이 총총. 맑은 날씨를 주시려나보다. 바깥바람을 쐬고 다시 누웠으나 맨송맨송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2시 30분쯤 되자 부시럭부시럭 소리가 들리더니 단체로 온 사람들인지 여러 사람이 일어나 짐을 꾸리는 모습이 희미한 어둠속에 보인다. 한참을 소리를 내더니 밖으로 나갔다. 나도 더는 잠이 오지 않아 누웠다가 3시 반쯤 벌떡 일어나 배낭을 천천히 꾸린다. 남편도 일어난 모양인지 문 입구에서 조용히 나를 불렀다.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오니 오전 4시. 하늘엔 여전히 달과 별이 쏟아진다. 정확히 4시 5분에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향해 걸음을 내디딘다. 사위는 아직도 깜깜하다. 밤하늘엔 야윈 달이 창백하고 별빛이 아련하게 반짝인다. 먼 산자락 아랜 사람 사는 마을 불빛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길은 장터목산장 옆으로 난 급경사 돌밭 길을 오르는데서부터다. 헤드랜턴 불빛으로 길을 더듬어 걷는 길에 구상나무, 분비나무들도 검은 실루엣으로 어둠속에 서 있고 앞뒤로 불빛들이 반짝인다. 우리처럼 천왕봉일출을 보기 위해 잠을 반납하고 새벽길을 나선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