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들이 야전에서 예배를 보고 있다(원주, 1951. 6. 12.).
NARA, 눈빛출판사
노상 기도윤성오 목사는 들고 다니던 가방을 길거리에 놓은 채 준기를 껴안고 포옹했다.
"이러케 만나다니 … 잘 해시오. 이남에 잘 남아시오."그는 곧 준기를 한적한 곳으로 데리고 가더니 가방에서 성경을 꺼내 펼쳤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여호와께서 너로 실족지 않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자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케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시121: 1~7)윤 목사는 성경을 덮은 뒤 준기의 어깨를 짚고는 기도를 나직이 읊조렸다.
"우리의 고난을 알고 계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아바지, 우리가 위급할 때는 늘 아바지께로 돌아가나이다. 주님의 종 김준기씨에게 정신과 육체의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을 허락하소서. 그가 주님의 은혜를 의지하게 하시고, 자기 자신의 힘을 의지하지 않게 하소서. 도움이 필요한 이때에 그를 위하여 봉사하는 손들을 축복하소서. 우리가 우리를 위하여 고난을 당하신 우리 영혼의 감독되신 예수님을 의지하도록 우리 모두를 깨닫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을 받들어 기도합니다. 아멘." "고맙습네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셔서….""당신과 나는 사선을 함께 넘은 동지입네다. 당신이 대한민국에 남은 것도, 또 동대문시장에서 일하게 된 것도, 내레 목사가 된 것도 다 주님의 뜻입네다. 하늘에 계신 그분은 당신이 겪은 환란 이상으로 반다시 큰 복을 주실 것입네다. 제 도움이 필요하실 때는 언제라도 우리 교회로 찾아주시라요. 데기(저기) 보이는 데 천막 교회야요."윤성오는 창신동 언덕 위의 한 천막교회를 가리켰다.
"알갓시오.""내레 부산포로수용소에 있을 때 한 미국인 선교사를 만났디요. 그분 인도로 부상당한 다리도 재수술 받았구, 내레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되시오. 그분 때문에 다시 살아난 셈이디요. 원래 우리 오마니가 펭양(평양)에서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디요.""아, 기러쿠만요. 사람이 살다보믄 멫 번은 변신한다디요. 이데 제 길을 찾은 모습 뵈니 덩말 반갑습네다.""말씀 감사합네다. 기럼, 우리 또 만납세다."윤 목사는 그 시간 막 한 교인 집에 심방 가는 길이라고 하여 거기서 헤어졌다. 준기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지난날 절름거리던 다리가 한결 나아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