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낚는' 수산리 아버지아버지에게 어쩌면 마지막 여름이 될 지도 모르던 2010년 여름. 자식들은 관광버스를 불러 동네 어르신들과 아버지 오랜 벗들을 모시고 계곡에 갔었다. 신나게 놀던 아버지는 갑자기 벗들에게 투망을 던졌다. 아, 아버지 유머에 모두 웃었다.
배지영
- 아버지, 암 진단 받았을 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어요?"나는 암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 띠어내면 끝나지. 난 태평하게 생각했어. 마음으로, 걍 나 죽는다, 생각하면 죽는 거야. '죽으면 죽고, 말으먼 말지'라고 생각해야지. '아유, 큰일 났네. 나 죽게 생겼어'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냐? 이만큼 살았고, 자식들도 잘 됐고, 죽으면 어쩔 수 없고. 다 소용 없어. 죽는 놈이 뭘 알겄냐?"
- 근데 아버지는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제사는 왜 그렇게 열심히 지냈어요?"제사는, 이게, 내려온 예를 지키는 거제. 후손들이 모여서 밥 한 끼 먹고. 사실, 냉정히 따지면, 제사는 아무 소용이 없어. 나 죽으먼, 내 제사는 안 지내도 상관이 없어. 제사를 지내는지, 안 지내는지, 죽은 사람이 어떻게 아냐? 모르잖아. 한 번 죽으면 끝나는 것이지."
- 아버지는 무슨 일이든 먼저 웃어버리잖아요? 화도 안 내시고요."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리? 노래나 불러버리지. 화를 내고 싸움을 하면, 뭣이 부서지든지, 몸이 부서지든지 할 것인디. 그것을 누가 고치겄냐? 천상 내가 고쳐줘야지. 뭣하러 싸움을 혀?"
- 아버지는 언제부터 요리를 잘 하셨어요?"원래부터지.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도 '꼬추'가 떨어질 일이 없지. 허허허. 군대 갔다 와서부터 잘허고, 장사 시작하면서부터 더 잘허고. 나는 재료만 있으먼 무슨 음식이든지 만들 수 있어."
- 강성옥(아버지 막내 아들, 우리 남편)이 집에서 밥이랑 청소하는 것 어때요?"할 수 있으면 해야제. 형편이 어쩔 수 없다면 그렇제만, 하는 것이 좋지. 일해서는 죽들 안 해. 건강한 게 일을 하는 것이여. 그렁게 죽겄냐? 안 죽지. 처자식 줄라고 그러키 밥하는 것은, 열심히 산다는 뜻이다."
"나는 웃으면서 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