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에서 허리에 벨트를 찬 풍요가 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
김경식
엄격히 통제하시는 선생님의 지시에 다소곳이 고개 숙여 이해를 표한다. 잠시 후, 고향에 갔던 아내와 딸이 돌아오고, 며칠만에 만난 풍요와 아내가 반갑게 상봉의 정을 나눈다.
"풍요야, 잘 있었지? 이제부터 우리는 한 가족이야. 행복하게 새로운 가족으로 열심히 잘 살아보자 알았지?""네, 엄마..."이전에 슬기가 쓰던 집을 풍요의 집으로 단장하여 매트를 깔고 풍요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역시 슬기가 사용하던 요를 그 앞에 펴서 풍요가 편히 누워 쉴 수 있도록 해준다.
"풍요야, 이제 우리 풍요 식사할까?""아, 네..."뛸 듯이 기뻐하며 사료통을 향해 달려가려는 풍요를 진정시켜 제 집에 들여보내고,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 슬기가 평소 식당으로 이용하던 목욕탕으로 향한다.
"풍요야, 이리 와."백미터 달리기를 하는 단거리 선수처럼 순식간에 달려온 풍요가 어느결에 한 그릇의 식사를 뚝딱 해치워버린다.
"풍요야, 맛있니?""그럼요, 얼마나 맛 있다고요. 아빠도 한 번 드셔보실래요?""아, 됐다. 나는 엄마가 해주시는 식사가 제일 맛있어.""히히히.""자 그럼 우리 용변 보러 나가볼까?"앞장 선 풍요를 따라 내가 나가고, 그 뒤를 안내견학교 선생님이 조용히 따라 오신다. 슬기가 평소 화장실로 이용하던 아파트 뒷곁, 화단으로 나간다.
"풍요야, 여기서 우리 용변 보자.""네, 아빠....."잠시 후 시원스레 소변과 대변을 다 본 풍요를 데리고 다시 아파트 안으로 들어온다.
"선생님, 저는 그럼 돌아갔다가 내일 아침 일찍이 선생님의 평소 출근 시간에 맞춰 다시 오겠습니다.""네, 선생님. 제가 여기서 오전 8시에 출근하니, 그 시간에 맞춰 오시면 될 겁니다.""네, 그럼 풍요와 맞이하는 집에서의 첫날 밤, 잘 보내시고, 혹시 풍요가 달라진 환경에, 민감하여, 잠을 잘 못 이룰지 모르니, 선생님이 따뜻이 잘 보살펴주세요.""내, 선생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풍요와 더불어 맞이하는 첫날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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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시인으로 10년째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해바라기'동인으로 활동하고있으며 역시 시각장애인 아마추어 사진가로 열심히 살아가고있습니다. 슬하에 남매를 두고 아내와 더불어 지천명 이후의 삶을 훌륭히 개척해나가고자 부단히 노력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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