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에 위치한 뚜레주르 베이커리. 대리점주는 "작년 크라운베이커리에서 뚜레주르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혜
지난 6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을 찾아갔다. 포털에서 주소를 확인한 뒤 찾아갔지만, 크라운베이커리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뚜레쥬르가 들어서 있었다. 1년 전 크라운베이커리에서 바뀐 것이다. 전화번호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을지로 뚜레쥬르 점주 강아무개씨는 "크라운베이커리에 좀 못 미더운 게 있었다"며 "그래서 다른 제과업체의 가맹점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유는 말할 수 없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주변 화장품가게 점주는 "그 집 크라운베이커리 할 때 장사가 안 됐다, 그 집 아저씨가 뚜레쥬르로 바꿀 때 인테리어 하느라 돈 들어 큰일이라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이밖에도 포털에서 전화번호가 검색되는 서대문구 소재 크라운베이커리 대리점 두 곳과 용산에 있는 대리점을 각각 방문했지만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인천의 한 크라운베이커리 대리점도 6개월 전에 카페로 업종을 변경해 운영하고 있었다.
본부에서 폐업하라면... 대리점주는 "네" 할 수밖에
크라운베이커리는 오는 9월 30일까지 베이커리 가맹사업을 철수하겠다며 지난 3일 전국 가맹점주들에게 사업 종료를 알리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리점주들은 이미 폐업을 예견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크라운베이커리 대리점주는 "꽤 오래전부터 회사에서는 폐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 "근데 차후 계획이나 폐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지 않으니 대리점들은 초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회사와 폐업 진행과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우리같은 대리점주는 '적절한 합의'라는 게 없이 그냥 정리해야 하는 것"이라며 "나도 복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 "다른 업종을 해야 하는지 지금 급하게 알아보는 중"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지난 5월 가맹점주 협의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당시 사업 철수를 강하게 부인했었다. 가맹점주들은 크라운제과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한 바 있다.
당시 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주문제도 일방 변경, 반품 거부, 케익 배달서비스 폐쇄, 할인·적립카드 사용 일방 중단 등 도저히 영업을 할 수 없는 조치를 잇따라 취했다"고 밝혔다.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피해에 상응하는 변상·배상을 해야 함에도 가맹점주들이 스스로 폐점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가맹사업 적자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크라운베이커리 측은 '추진하는 일들에 대해 가맹점주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크라운베이커리는 4개월 만에 입장을 바꿔 폐업을 선언했다.
새로 장사 시작해야 하는 대리점주들... "턱 없이 부족한 보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