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보호관찰소 기습 이전, '주민 반발'성남보호관찰소 이전 반대를 위한 분당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부모들이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보호관찰소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며 관찰소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성남보호관찰소가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지난 4일 새벽에 기습 이전했다"며 "학교와 주민 시설이 없는 곳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유성호
이명박 정부에서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집단 민원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누누이 밝힌 터다. 분당과 밀양의 지역이기주의를 단순 비교해보면, 정부의 법과 원칙은 '그때그때 달라요'인 셈이다. 정부가 불과 몇 일만에 백기를 든 분당과 9년째 폭력을 휘둘러온 밀양, 두 곳의 차이는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선, 농성을 주도한 이들이 분당에서는 30~40대 젊은 여성들이라면, 밀양은 70~80대 어르신들이라는 점이 다르다. 분당 주민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문제 삼고 있다면, 밀양은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점도 다르다. '지금 이대로만 농사짓고 살다 가게 해 달라'는 어르신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못해 바보스럽기까지 하다.
차이는 또 있다. 분당에서는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시위를 벌이는 주민들 편에 서서 발 빠르게 정부를 압박한 데 반해, 밀양에서는 정치인들이 어르신들의 편에 서기는커녕 정부와 주민들 사이에서 '대화와 타협'만 되뇌며 9년째 허둥대고 있는 실정이다. 늘 그래왔듯, 정치인들의 주된 관심사는 주민들의 '삶'보다는 그들의 '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곳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지역' 그 자체다. 분당과 밀양. 우리 사회에서 그것이면 충분하다. 정부의 대응과 결론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고소득 중산층이 모여 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부촌 분당과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인근 도시로 모두 떠나 고령화한 밀양의 차이는 확연하다.
수도권의 대도시와 지방의 소도시. 인구수와 1인당 소득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고령 인구 비율부터 성비에 이르기까지 두 지역의 차이는 극과 극이다. 굳이 같은 게 있다면 두 곳 모두 여당인 새누리당의 표밭이라는 점뿐이다. 그런데, 이번 일로 '천당 아래' 분당의 주민들과 시골 밀양 촌로들의 정부가 매긴 '몸값' 역시 천양지차라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됐다. 아무리 목 놓아 외쳐도 정부가 관심을 갖고 들어주는 동네는 따로 있다고나 할까.
언뜻 보면 사소한 이번 일은 지역에 대한 공공연한 차별과 철저히 파편화한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수도권 등 대도시 주민들을 위해 농어촌 주민들의 희생을 우리는 너무도 당연시한다. 전가의 보도처럼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며, 밀양의 어르신들은 졸지에 '나쁜 사람들'로 치부된다.
분당의 집단 항의, 밀양에서도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