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물 돌리는 '친일·독재미화' 논란 교학사 교과서 저자들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교수(오른쪽)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김충환 전 의원과 함께 "올바른 역사교육이 정립되기 위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과서 문제에 관심을 가져다 달라"며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객들에게 홍보물을 건네주고 있다.
유성호
이명희 교수는 지난 11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 교실' 초청 강연에서 "현재 학계·교육·언론·문화 등 이념 관련 분야는 좌파가 이미 절대적 다수를 형성하며 미래는 자기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여기서 역사학적 분석 방법으로 평가를 배제하고 사실만을 추출한다면 이명희 교수는 역사학계와 역사 교육계가 진보적인 목소리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뉴라이트가 교과서 문제를 처음 제기할 때, 공격을 당한 교과서는 또 있다. 근·현대사 교과서 말고도 경제 교과서도 엄청난 공격의 화살을 받았다. 오늘날 경제 교과서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은 보수 세력의 시각으로 봐도 애초에 경제 교과서가 별로 좌편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교과서를 바꾸는 것에는 그리 큰 무리가 따르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경제학계나 경제교육학계나 모두 비슷한 경제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독 근·현대사 교과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보수 세력이 역사학계를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술적으로 장악이 되지 않으니 온갖 무리수가 나오다가 결국에 함량 미달의 역사 교과서가 출간된 것이다. 뉴라이트에서 핵심적인 학술 역량을 가진 학자들 중에 역사학자가 별로 없고 사회과학자들이 많은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뉴라이트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정권의 힘으로 마치 역사 서술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처럼 이야기해 왔지만, 이명희 교수의 말대로 역사 교과서가 보수 세력의 시각에서 좌편향으로 된 것은 민주 정부가 정권의 힘으로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라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가 이같은 역사 인식에 합의를 도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을 뒤집어엎고 싶다면 정권의 힘, 메이저 보수 언론의 힘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역사 투쟁을 시작하면 될 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에 서울대 교수로 있던 국사학계의 원로 이태진 교수는 정년퇴임을 하면서 "1980년대에 좌편향 역사관을 지닌 제자들을 내보낸 데 회한이 많다"는 말을 보수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리고 이태진 교수는 현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검증하는 총책임을 맡았던 국사편찬위원위원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역사학자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명예로운 자리에 올라가는데 이 발언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으나, 이태진 교수가 제자들을 팔아 자리를 얻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태진 교수는 국사학계에서 꽤 존경받는 원로였기에 이명박 정부가 그를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유영익 교수를 임명한 것은 정권의 힘으로 역사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교훈을 얻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 된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의 오류가 가득한 교과서로 민주화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역사를 좌편향으로 몰고, 민족 통일의 노력을 반자유민주적 행위로 몰고 가고 싶어도 국민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역사의 경구로 '교훈을 얻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경구를 박근혜 정부에게 들려주고 싶다. 현 국사편찬위원장인 이태진 교수가 회한을 밝혔던 1980년대의 역사 교육은 어떠했는가? 일방적으로 독재 정권을 미화하고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역사 교육을 시켰다. 그 시대가 바로 보수 세력이 말하는 좌편향된 역사 인식을 가진 역사학자와 교사들을 가장 많이 배출된 시대다.
기사의 서두에서 '이번 사태의 결말은 겉으로는 보수 세력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승리는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없다. 민주적인 정당성과 과정을 거치지 않은 승리는 종국에는 패배로 가게 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1980년대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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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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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역사왜곡 논란, '교감의 고백'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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