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해산? 박근혜는 박정희 짝퉁인가

[게릴라칼럼] 4·19 교원노조 해산과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

등록 2013.09.24 09:48수정 2013.09.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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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 대한 노동조합 자격 박탈을 예고하고 나섰다. 추석 연휴 다음날인 23일 고용노동부(노동부) 관계자가 전교조 사무실에 찾아와 "해직교사들의 전교조 가입을 허용하는 관련 규약을 한달 후인 10월 23일까지 개정하지 않으면 '법외노조'가 된다"고 최후통첩을 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전교조 규약 부칙 제5조는 "부당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돼 있다. 노동부는 이 조항에 대해서 "현행 교원노조법은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조항을 삭제하고, 해직 교사들을 전교조에서 내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전교조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시행령' 제9조 2항에 따라 '노조 아님'을 통보해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자격과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1999년 합법화된 지 14년만에 다시 전교조는 법외노조로 전락하게 된다.

아버지는 4·19 교원노조 해산... 딸은 전교조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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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자료사진) ⓒ 연합뉴스


대한민국 최초의 자주적인 교원노조는 1960년 4.19 직후 설립된 한국교원노조총연합회(아래 4.19 교원노조)다. 이승만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강요당했던 교원들이 제자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4·19 직후 '희생된 제자들의 피에 보답하고,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교육자가 되자'는 각성으로 기존의 대한교련(현 교총의 전신)를 비판하며 조직된 것이 4.19교원노조다.

4.19 교원노조는 1960년 4월 29일 대구의 교원 60여 명이 대구시 교원조합결성준비위원회를 결성한 것을 시발로 서울·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되어 최대 4만명(당시 교원 8만명)이 가입한 교원노조로 성장하면서 학원민주화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 보장 등을 요구하며 민주화의 중요한 한 축이 되었다.

그러나 1961년 박정희를 중심으로 5·16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군부세력들은 4·19교원노조를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용공분자로 몰아서 강제 해산하고, 현직교사 1500명을 교단에서 쫓아냈다. 박정희는 강제 해산과 해고로도 성이 차지 않았든지 4·19교원노조 간부 54명은 혁명재판소에 구속기소해 징역 10-15년형을 선고했다.


당시 혁명재판소는 이들 4·19교원노조 교사들에 대해 "북괴의 음계(陰計)수행에 이익이 된다는 사정을 숙지하면서 반공임시특별법안과 데모규제법안에 대한 비판문을 배부"하는 등의 일로 북한을 이롭게 해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 위반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처음에는 '정권 전복을 기도했다'는 혐의를 씌웠지만, 경찰조사 과정에서 아무 것도 나오지 않자 용공분자라는 죄목을 씌워서 교단에서 추방하고 감옥으로 보낸 셈이다.  4·19교원노조 간부들은 감옥에서 나온 뒤 유신정권에서 보안처분대상자로 분류돼 이후 격리처분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받았다.

이 사건은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 재심 권고가 이루어지고 사건발생 50년만인 2010년 재심을 통하여 법원으로부터 무죄선고를 받으면서 박정희 군사정부의 조작사건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5·16쿠데타 세력이나 유신정권 누구도 4·19 교원노조 학살에 대해 사죄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교원노조에 대한 적개심으로 아버지와 똑같이 교원노조를 불법화하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 TV토론회에서 전교조와 가깝다는 이유를 들며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도 했다.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 법외노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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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보낸 통지문. ⓒ 전교조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 대해 최후통첩을 내리기 직전인 2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제7차 EIAP(국제교원연맹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회에서 한국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설립취소 위협을 중단하고, 관련법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교조에 대한 설립취소 위협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이 채택됐다.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교원노조 조합원을 누구로 할 것인지는 교원노조가 자주적으로 결정할 일이지 정부나 사용자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OECD, ILO, EI 등의 국제규범이고 글로벌스탠다드다. 미국이나 유럽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교장과 교원뿐 아니라 해고자 등 전직교사, 교직원, 심지어 학생들까지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독 대한민국만 교원노조의 가입 대상을 정부가 정하고 있어 노조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교원노조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기업노조나 방송사노조 등 일반적인 노조에서도 해고자들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다. 백보 양보해 현행법상 현직 교원만 교원노조의 가입 대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수만명의 조합원 중에서 10여명의 해고조합원을 이유로 교원노조 자체의 법적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100% 대한민국'을 위해 박 대통령이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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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해고자 배제 노조법' 인권위에 진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2월 26일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한 교원노조법의 관련 조항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했다. 강영구 민주노총 법률원 자문변호사, 변성호 전교조 사무처장,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왼쪽부터)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끝난 뒤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인권위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는 일제고사, 시국선언, 정당 후원 등의 이유로 전교조 조합원 수십명을 집단으로 해고했다. 당시에도 법조인들은 해고 사유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 전교조 교사들을 집단으로 해고했고, 정부는 대부분 패소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하여 이주호 당시 교육부 장관과 공정택 당시 서울교육감 등 관련자 어느 누구도 전교조에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뻔뻔한 전교조 탄압이 박근혜 정부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해야 할 일은 4·19교원노조를 강제 해산하고, 교원노조원들을 용공으로 몰아 억울하게 감옥살이하게 만든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교원노조 해산을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잘못인 4·19교원노조에 대한 부당한 해산, 용공조작을 비롯해 전임인 이명박 정부의 부당한 전교조 탄압에 대해서 아버지와 전임 대통령을 대신하여 현직 대통령으로서 사죄부터 하는 것이 순리다. 그래야 본인이 약속했던 "100% 대한민국 대통령"을 실천할 수 있다.
#전교조 #박근혜 #법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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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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