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시터'된 할머니, 아이들은 어떻게 그렸을까

노인과 아이들, '세대공감'이 필요해

등록 2013.09.27 14:46수정 2013.09.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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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주민센터에서 전시회나 대회준비 작품을 하던 분들이 중도포기를 하고 결석을 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손주들 봐주느라 그러신 분이 많다. 어떤 분은 국립극장 공연을 앞두고 리더 역할을 하신 분인데도 갑자기 그날 빠져 무척 아쉬웠던 적도 있다.


나는 요즘 아이들의 말을 잘 듣지 못하지만 주변에서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귀여운 손주'에서 '감당하기 힘든 손주'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어온다. 그만큼 아이들 돌보기가 간단하지 않은 셈이다. 그냥 데리고 있으면서 지켜만 보고 먹여주던 이전과 달리 아이들의 요구와 언어는 어르신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물질화되고 관념화되고 있다.

 아이들이 그린 할아버지.
아이들이 그린 할아버지.이영미

 아이들이 그린 할머니.
아이들이 그린 할머니.이영미

세대 공감은 말이 쉽지, 현실은 정말 쉽지 않다. 특히 아날로그 시대의 어르신들과 첨단 디지털 문명 세대인 아이들의 공감 풍경은 도시와 시골에 따라 다르고, 가족 형태에 따라서도 다르다. 복지 기관을 찾는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생애 주기에 따라 세대 차이가 난다. 60대와 70대, 80대의 가치관과 사고가 다르다. 60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전문직이자 '신노인'들로 장년이나 중년층의 사고와 별다르지 않다. 나이는 60대이지만 아직 스스로 노인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노인(老人)이란 한문을 문자학적으로 풀어보면 길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란 뜻이다. 굽이 굽이 도는 강물처럼 인생길을 잘 걸어온 노인들의 경험담은 지혜로운 삶을 사는 지침이 될 수 있지만, 귀 담아 듣기 보다 잔소리로 듣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이러한 노인들에 대한 3세대 아이들의 인식이 어떤 것인지 알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이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할 수 있게 하고자 그림 대회를 열었다.

어떤 아이들이 그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학교의 책에서 배운 대로 전형적인 그림들이 나온다.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농작물을 손질하는 그런 모습들이다. 요즘 노인들의 풍경이 어떤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림들도 있다. 베이비시터가 되어 아이들을 씻겨주거나 시중드는 모습들이다


 내가 만든 실버 연주반. 공연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내가 만든 실버 연주반. 공연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이영미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점점 더 노인들이 많아지는데 이들과 잘 소통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어 내 주변의 예술인들은 세대공감 콘서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나도 50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설득해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동요를 여러 악기 연주와 함께 뮤지컬 형식으로 콘서트를 여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그림을 통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존재를 되새겨 보고, 함께 부르는 노래를 통해서 맑은 마음의 향기를 키워가는 것. 이런 것들이 전국 곳곳에 많아지면 좋겠다.

가을이다. 시월 초하루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한 달 동안 초청공연과 경연대회, 콘서트, 페스티벌 등 6개의 공연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어르신들의 기자재 운반, 밥, 교통을 책임지는 몸종이 되기도 하고, 리어카 꾼이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이나 여러 정보기기를 최대한 활용해서 공연기회를 낚아채는 정보 사냥꾼이 되기도 한다.


나는 어르신들이 연주하는 악기와 노래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웃음과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서 공감의 별빛을 읽고 그 빛에서 소리의 향기를 느낀다.
#노인인식개선 #아동이 그린 노인그림 #노인문화예쑬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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