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이 '핫팩' 들고 밀양 간 까닭

울산 주민들, 밀양 어른신 지원 위해 주먹밥 들고 밀양으로

등록 2013.10.04 18:51수정 2013.10.0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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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밀양 어른신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울산 주민들이 준비해 간 주먹밥과 된장국을 먹고 있다

밀양 어른신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울산 주민들이 준비해 간 주먹밥과 된장국을 먹고 있다 ⓒ 한은영


낮 최고기온이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던 지난 7월 20일 오후 6시쯤, 울산 북구 현대차공장 명촌 정문 주차장에는 전국 각 지역에서 출발한 42대의 희망버스가 속속 집결하기 시작했다.

희망버스에서 내린 탑승자 2000여 명이 모인 곳은 현대차 비정규직이 "대법 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280여 일째 철탑농성을 벌이고 있던 곳. 특히 현대차 희망버스 탑승자 중에는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 몇 분도 섞여 있었다.

현대차 철탑농성장 밑 너른 주차장에서 이날 오후 10시부터 열린 문화제에서 마이크를 잡은 밀양 할머니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행복을 공약했는데, 이런 전쟁터가 어디 있느냐, 서로 힘을 모으고 희망을 주고 받자"며 현대차 비정규직들을 위로했다. 할머니들은 이어 구성지게 '흙에 살리라' 노래를 합창해 폭염에 지친 농성 비정규직들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그날 문화제가 막바지에 접어든 7월 21일 오전 2시쯤, 두 명의 철탑농성자 중 한 명인 최병승씨가 철탑 위에서 아래를 향해 "밀양 할머니나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그리고 우리들도 모두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그로부터 75일이 지난 10월 4일, 당시 철탑농성장에서 밀양 할머니들에게 힘을 얻었던 현대차 비정규직들이 밀양으로 향했다. 자신들을 응원하러 왔던 밀양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서다.

민주당 울산시당, 건강약사회 등 속속 밀양으로

a  울산 주민들이 밀양 어른신과 농성주민 시만단체 회원들을 위해 준비한 식용품

울산 주민들이 밀양 어른신과 농성주민 시만단체 회원들을 위해 준비한 식용품 ⓒ 이경순


현대차 비정규직들은 철탑위, 아래에서 2012년 10월 17일부터 2013년 8월 8일까지 296일간 농성을 벌였는데, 지난 겨울 혹한을 이겨내게 한 것은 조그만 핫팩(휴대용 난로)이었다. 현대차 비정규직들은 4일 이 핫팩 수십 개를 들고 밀양으로 향했다. 296일의 철탑농성이 끝난 후 노조 교육관 창고에 보관하던 핫팩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현재 노조 임원 선거기간이라 조합원이 대규모로 갈 수 없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합원 10여 명은 4일 오후 울산을 출발했고, 5일 아침에도 3~4명이 밀양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대차 비정규직들이 핫팩을 준비한 것은, 지난 2일부터 밀양으로 와서 할머니들의 농성을 돕고 있는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밤 추위에 떨었다"고 호소하는 소식을 듣고서다.


4일 오후 5시쯤 밀양으로 향한 민주당 울산시당 당직자들도 이 소식을 듣고 핫팩 30개를 준비했다. 민주당 심규명 울산시당위원장은 "우리 부모님과 마찬가지인 밀양 어른신들이 조그마한 온기나마 느끼시도록 핫팩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울산지부 소속 약사 2명도 4일 오후, 밀양 어른신들을 위해 비상 구급약을 챙겨 울산에서 밀양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앞서 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은 4일 오전 주먹밥과 된장국을 준비해 밀양 어른신과 밤을 지샌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요기를 제공했다.

현재 울산에서는 여러 시민단체회원 100여 명이 밀양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숙박을 하거나 혹은 밤 늦게 다시 울산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밀양으로 향하는 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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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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