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노산공원 내에 있는 호연재
김종신
호연재는 조선 영조 46년(1770년)에 건립된 이 고장의 대표적인 학당(서재)이었다가 1906년 일본 경찰에 의해 강제철거되었다가 2008년 복원했다고 한다. 호연재를 잠시 둘러보면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떠올린다. '호연지기의 기상이란 무엇이냐?'고 묻던 고교 시절 시험 문제가 떠올랐다. 흔들리지 않는 굳센 기상으로 간단하게 요약해도 될지 모를 호연지기를 나는 배운 바를 실천하고 있는지 나에게 물으면 나는 뭐라 답해야할까 이리저리 머리만 굴렸다.
호연재를 둘러보고 바로 앞에 있는 박재삼 문학관으로 향했다. 박재삼. 삼천포가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시인의 아들 박상하 씨는 '삼천포 촌사람으로 속정 깊은 사람'이라고 말했던 시인의 발자취를 살펴보러 안으로 들어갔다. 흉상과 그의 일대기가 먼저 반긴다.
시인이 생전에 사용했던 만년필 따위를 재현한 서재도 보이지만 가장 눈에 띈 것은 박재삼 시인이 말하는 시 잘 쓰는 비법이었다. 시인은 "시(時) 창작의 비법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비법 없다고 아쉬워하기는 이르다. 비법은 없지만, 시를 잘 쓰는 나름의 길은 있었다. "다만, 많은 문학체험과 꾸준한 연습, 반복된 수정이 중요하다고 하였으며, 깊고 풍부하 사고능력과 사물을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게 볼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 시인은 "생명의 근원지인 자연에서 그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좋은 시를 창작하기 위한 비법은 없지만, 다양한 노력을 통해 본인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문학관 안에는 노래방 기계처럼 생긴 시인의 시를 낭송하는 체험 장비가 있어 음치라 걱정할 일 없이 마이크를 잡고 시를 선택해 낭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