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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난 술과 휴식, 아니 휴양(休養)엔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이는 아들과 나누는 술잔과, 또한 마찬가지로 아들과 같이 가서 목욕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터입니다. 아들은 아직 총각인지라 제 등을 밀어줄 때 젊음의 역동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아울러 밀렸던 때를 말끔하게 벗겨주므로 여간 시원한 게 아닙니다. 얼마 전 온양온천에 간 김에 함께 온양관광호텔 대중탕을 찾았을 적에도 함께 목욕을 하면서 아들은 제게 시원한 카타르시스의 기쁨을 안겨주었지요.
과거엔 우리 동네에도 대중탕에 몇 개나 되었는데 이젠 하나밖에 안 남았습니다. 마치 예전의 다방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프랜차이즈 빵집과 기타의 음식점들이 점유하듯 대중탕은 급속히 사라졌지요.
하긴 대중탕을 경영해봤자 수익은커녕 적자투성이라고 한다면 뉘라서 붙들고 운영을 하겠습니까마는. 아무튼 대중탕에 가면 이따금 훈훈한 광경을 볼 수 있어 흐뭇합니다. 그 주인공은, 거동조차 불편한 노부(老父)를 모시고 와 정성스레 목욕을 시켜드리는 아들의 모습이었죠.
이와는 별도로 혼자서 대중탕에 혼자서 오는 이들은 돈을 주고 '세신사', 아니 요즘엔 '목욕관리사'라고 한다지요? 그분을 불러 때를 밉니다. 한데 저는 아직 기운이 남아있는 터여서 여태 한 번도 목욕관리사의 힘을 빌려 때를 민 적은 없습니다.
제겐 저만의 전속(?) 세신사인 아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후일 더 늙어서 기운이 쇠잔해지고 아들도 직장에서 간부로 성장하여 당최 시간을 낼 수 없다손 치면 저도 어쩔 수 없이 목욕관리사의 도움을 청해야만 할 것입니다.
언젠가 뉴스를 보니 목욕관리사로 나서는 대졸 40, 50대들이 급증하고 있다더군요. 이 같은 현상은 경기불황으로 인한 구직난에다 설상가상 실직자와 명예퇴직자까지 늘어나면서 단기간에 전문기술을 배워 취업할 수 있는 목욕관리사직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세상사가 모두 그러하듯 돈을 벌자면 만만한 게 없는 법이죠. 목욕관리사라는 직업 역시도 체력으로만 버티다가는 쉽게 지치는 까닭에 나름의 요령과 테크닉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때만 밀어서는 돈을 많이 벌기 어렵기에 마사지와 경락, 지압 등 목욕과 연관된 각종의 기술도 함께 익히는 것이 시대적 조류와 나름의 생존전략이자 센스가 아닐까 싶네요. 오래 전 건강이 악화되어 보름여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엔 병원의 시설이 낙후되어 샤워시설조차 없었지요. 따라서 당시의 소원은 바로 퇴원하는 즉시 목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추석에 왔다 간 아들이 다시금 집에 올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오면 냉큼 앞세우고 대중탕에 갈 요량입니다. 그리곤 이렇게 거드름을 좀 피우려고요.
"어이~ 나의 전속 세신사, 오늘도 시원하게 아빠 등 밀어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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