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들어봤나 '두부 국수', 대박이야~

전남 담양 창평의 한 식당... 시골스러운 소박함과 정 듬뿍 담겨

등록 2013.10.10 09:55수정 2013.10.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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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스러운 소박함과 정이 듬뿍 담겨있다.
시골스러운 소박함과 정이 듬뿍 담겨있다. 조찬현

두부 국수. 지인으로부터 그 이름을 듣고 어떤 음식일까 궁금했다. '두부로 만든 국수일까?', '아니야. 두부로 면발을 만들었을 리는 없고, 아마도 국수에 두부를 넣었을 거야.'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기쁜 마음으로 식당을 찾아갔다.


지난 5일, 찾아간 곳은 전남 담양 창평의 한 '착한 식당'. 앞마당에는 승용차가 가득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창평장(5일, 10일) 이어서일까. 가게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신발장은 물론 입구까지 신발이 빼곡하다. 잠시 기다린 후 자리를 잡았다, 그것도 합석이다. 기다란 식탁이라 서로에게 별 거리낌은 없다. 

 신발장은 물론 입구까지 신발이 빼곡하다.
신발장은 물론 입구까지 신발이 빼곡하다. 조찬현

착한 가격에 콩물과 두부까지 덤

시골스러운 반찬 몇 가지를 내온다. 잠시 후 컵에 담아낸 콩물을 가져온다. 카메라에 콩물 이미지를 담으려다 컵이 손에서 미끄러져 식탁에 콩물을 죄다 쏟아냈다. 아쉬움과 당혹스러움으로 눈치를 살피는데 주인장이 식탁을 깨끗이 훔쳐내고 콩물을 다시 가져다준다. 참 친절하다.  두부 국수 한 그릇 6000원짜리 손님이지만 정성으로 대해줬다.

"사진 찍으려다 콩물을 엎질렀네요."
"허크러(엎질러) 부렀어요. 괜찮아요.

 컵이 손에서 미끄러져 식탁에 콩물을 죄다 쏟아냈다.
컵이 손에서 미끄러져 식탁에 콩물을 죄다 쏟아냈다. 조찬현

시중에 유통되는 식재료와 음식,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매일 안 먹고는 살 수 없는 일. 하루 삼시세끼를 떼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 활동을 하는 우리들 누구라도 외식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럴 때 이렇듯 손님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해주는 업소만 있다면야 무슨 걱정이 있으랴.


여수에서 담양까지 한걸음에 달려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기분 좋은 하루다. 주인장이 맘에 드니 음식은 먹어보지 않아도 그 맛이 가늠이 되고도 남는다. 콩물을 다시 가져다주고 이내 두부 한 접시까지 내온다. 이것 또한 덤이다. 착한 가격에 콩물과 두부가 덤이라니. 오지랖 넓게도 '이렇게 내주고도 주인장은 무슨 이문이 남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버섯하고 반지락하고 면하고 두부가 들어가요.”
“버섯하고 반지락하고 면하고 두부가 들어가요.” 조찬현

기뻐해야 할 외식에 우리는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많다. 찾아간 업소의 불친절과 터무니없는 가격. 한술 더 떠서 MSG로 버무려놓은 음식을 대할 때면 못마땅함을 넘어서 화가 난다. 반면 가끔이지만 이렇듯 친절하고 맛깔난 음식을 대할 때면 행복하다. 좋은 사람들과 다시 찾고픈 마음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쁨보다는 실망이 많아도 늘 맛집을 찾아 나서는지도 모르겠다. 


두부 국수는 어떤 음식일까. 주인장은 두부 국수를 이렇게 설명했다.

"버섯하고 바지락하고 면하고 두부가 들어가요."

합석한 손님은 이 집의 단골손님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식당은 아버지 때부터 두부를 직접 만들었는데 두부 맛이 다른 곳보다 낫다고 했다. 온기가 남아있는 두부는 고소하고 순수한 맛이 도드라진다. 콩물로 속을 달랜 후 두부를 먹어보니 느낌이 좋다. 시골스러운 소박함과 정이 듬뿍 담겨있다.

식후경은 담양 창평 5일장에서

두부 국수를 담아낸 그릇도 별나다. 바지락과 국수면 등의 식재료도 아끼지 않고 제대로 넣었다. 양이 푸짐하다. 둘이 먹어도 될 만큼 양이 많다. 직접 뽑아낸다는 면은 쫄깃한 식감을 잘 살려냈다. 먹다가 포만감에 숟가락을 내려놓는데 아쉬움이 많았다. 정말 맛있는데. 면발 좋고 국물 맛 또한 끝내준다.

 튼실한 알밤 한 되에 5천원이다.
튼실한 알밤 한 되에 5천원이다. 조찬현

 담양 창평의 특산품인 엿이 인기다.
담양 창평의 특산품인 엿이 인기다. 조찬현

 담양 창평 전통시장은 5일과 10일이 장날이다.
담양 창평 전통시장은 5일과 10일이 장날이다. 조찬현

두부 국수를 맛있게 먹고 창평 5일장으로 향한다. 전통 시장인 이곳은 추억이 가득하다. 재벌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문어발식 대형 마트 확장에 갈수록 상권이 쇠락해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잘 버티고 있다. 도시 근교라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정남진 토요 장터와 같은 특화된 경영이 전통 시장을 살려내는 방법이다. 창평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지역 특성을 살린 볼거리와 먹거리를 보다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해 보인다. 창평국밥과 창평 엿 등 이곳만의 특별함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사람들로 늘 북적거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두부국수 #창평 전통시장 #담양 #맛돌이 #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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