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가 높은 도로변에는 푸른빛을 띠고 있지만 1m만 들어가면 쭉정이만 가득하다.
김종술
그러면서 박씨는 "소를 70여 마리를 키우면서 송아지를 1년에 30마리 정도 낳으면 한해 7천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빚을 갚아나갈 생각으로 일을 버렸는데, 송아지가 최근에 4마리나 죽었다"면서 "인근에 있는 축사에서 송아지가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 많이 죽은 사람들은 7~8마리까지 죽어서, 축사를 치워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농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기자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몰려왔다. 이들은 "채소농사, 참외농사뿐 아니라 어떤 농사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밭에 가보자, 우리 축사로 가자"고 기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비닐하우스에 채소농사를 한다는 한 주민을 따라 나섰다. 도착한 하우스 주변으로 배수로와 입구 할 곳 없이 물이 가득했다. 하우스 문을 열어 보이려고 들어간 주민의 신발이 푹푹 빠질 정도였다. 인근 복토한 농지에 심은 배추는 한뼘 크기로 자랐지만, 같은 날 이곳에 심은 배추는 싹만 틔웠을 뿐 무슨 채소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이 농민은 수자원공사와 국토부를 향해 분노를 토로했다.
"수자원공사가 지난 여름에 한 달간이나 조사를 하고 갔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에서 저 아래 쪽에 토지를 매입해서 저류지와 수로를 만들어 주겠다는 얘기를 했지만 주민들이 반대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팬대나 굴리는 놈들이 요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안 되면 마는식으로 농민들 가슴에 못 박고, 세금만 축내는 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주민은 "이곳 주민들은 다들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전만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달고 맛있는 물을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강물이 그대로 나오면서 악취까지 풍기고 있다"며 "물을 통에 담아 놓으면 누렇게 변한다. 그래서 주민들이 이 물을 식수로 사용도 못하고, 사먹거나 약수터에서 떠다 마시고 있다. 군청에 수도를 놓아달라고 민원을 신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큰비가 와서 동네를 다 쓸어버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