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칠곡보에 폭탄 안고 뛰어들고 싶다"

[두 바퀴 현장리포트 OhmyRiver!] '지하수 상승'으로 고통 받는 칠곡보 주변 농민들

등록 2013.10.14 14:26수정 2013.10.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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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10만인클럽 환경운동연합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냅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한강과 금강 구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획기사를 통해 선보이겠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후원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박상태씨(왼쪽)가 지하수 상승으로 박이 다 썩어버렸다고 들어보이고 있다. 전수보씨도 지하수 상승에 따른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상태씨(왼쪽)가 지하수 상승으로 박이 다 썩어버렸다고 들어보이고 있다. 전수보씨도 지하수 상승에 따른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종술

"작년에 감자를 심었다가 다 썩어서 버리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콩을 심었는데 그 콩마저 영글지 않고 쭉정이만 가득해요. 키우던 소까지 설사하고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더니 죽어서 그나마 남아 있는 소마저 다 팔아 버리고 지금은 뭐해야 할지 하늘만 쳐다보고 살고 있다. 이 모든 게 다 4대강사업 때문에 지하수가 상승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폭탄을 안고서 칠곡보에 뛰어들고 싶다."

'두 바퀴 현장리포트 오마이리버' 특별취재팀은 지난 11일 오전 칠곡보 주변에서 옷과 신발에 흙 범벅이 된 농민들을 만났다. 그들은 취재팀을 만나자 한풀이라도 하듯 4대강사업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분통을 터트리던 농민들은 "기막힌 현장을 직접 보여주겠다"면서 기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경북 칠곡군 약목면에 위치한 덕산들은 칠곡보가 준공되고 담수를 하면서 지하수위가 상승했다고 한다. 칠곡보 담수 수위를 25.5m로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덕산들에는 지하수 수위가 높아져 농경지에서 30cm만 파 내려가도 물이 나와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키우던 소까지 처분하고... 심은 콩도 다 죽어 버렸다"

 축사에 소를 120두 키웠는데 지금은 텅 비어있다.
축사에 소를 120두 키웠는데 지금은 텅 비어있다. 김종술

이곳에서 축사를 운영했던 전수보(64)씨는 "4대강사업 전에는 다른 농작물을 키웠는데 단 한 번도 이렇게 지하수가 상승하는 경우는 없었다. 지금은 강 수위보다 농경지가 더 낮다. 그나마 생활이 좀 나은 사람들은 농사를 계속 하겠다는 욕심에 어쩔 수 없이 융자를 받고 빚을 내서 복토를 한다. 그러나 복토를 못한 농가는 오히려 주변이 웅덩이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에 축산 농가들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전씨는 "작년까지 축사에 소를 120두 키웠는데 축사 바닥의 콘크리트가 지하수위 상승으로 습기가 많아지면서 송아지가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호흡기에 문제가 생겨서 죽어버리는 통에 빚만 잔뜩 지게 됐다. 잘못하다가는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줄 것 같아서 소들을 지난 3월에 다 팔아 버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씨의 하소연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축사에 소를 다 팔아버리는 통에 먹고 살길이 막막해서 다른 사람이 짓던 농지 1400평을 빌려서 콩 농사를 시작했다. 못해도 1500만원 정도는 소득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콩밭에도 물이 올라오면서 콩이 누렇게 마르고 죽어 버려서 종잣값도 못 건질 처지가 됐다. 저 콩 다 팔아야 15만 원이나 나올지 모르겠다. 여기 사는 주민들은 비가 온다는 예보만 나와도 농작물이 잘못될까봐 잠을 못이루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주민 박상태씨 이야기는 더 심각했다.

"비만 오면 면에서 군에서 심지어는 국토부나 수자원공사도 다 나온다. 그들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다 알지만, 현실적으로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한다. 나는 욕심이 좀 많아서 융자를 받고 돈을 빌려서 최신식으로 축사를 지었다. 그런데 얼마 안되서 날벼락을 맞았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도 8억원 정도가 되는데 다 빚이다."

 "올해 콩 농사로 잘해서 아이들 교육비도 보내야 하는데 죽정이 뿐이다"며 긴 한숨을 내쉰다.
"올해 콩 농사로 잘해서 아이들 교육비도 보내야 하는데 죽정이 뿐이다"며 긴 한숨을 내쉰다. 김종술

 지대가 높은 도로변에는 푸른빛을 띠고 있지만 1m만 들어가면 쭉정이만 가득하다.
지대가 높은 도로변에는 푸른빛을 띠고 있지만 1m만 들어가면 쭉정이만 가득하다. 김종술

그러면서 박씨는 "소를 70여 마리를 키우면서 송아지를 1년에 30마리 정도 낳으면 한해 7천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빚을 갚아나갈 생각으로 일을 버렸는데, 송아지가 최근에 4마리나 죽었다"면서 "인근에 있는 축사에서 송아지가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 많이 죽은 사람들은 7~8마리까지 죽어서, 축사를 치워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농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기자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몰려왔다. 이들은 "채소농사, 참외농사뿐 아니라 어떤 농사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밭에 가보자, 우리 축사로 가자"고 기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비닐하우스에 채소농사를 한다는 한 주민을 따라 나섰다. 도착한 하우스 주변으로 배수로와 입구 할 곳 없이 물이 가득했다. 하우스 문을 열어 보이려고 들어간 주민의 신발이 푹푹 빠질 정도였다. 인근 복토한 농지에 심은 배추는 한뼘 크기로 자랐지만, 같은 날 이곳에 심은 배추는 싹만 틔웠을 뿐  무슨 채소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이 농민은 수자원공사와 국토부를 향해 분노를 토로했다.

"수자원공사가 지난 여름에 한 달간이나 조사를 하고 갔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에서 저 아래 쪽에 토지를 매입해서 저류지와 수로를 만들어 주겠다는 얘기를 했지만 주민들이 반대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팬대나 굴리는 놈들이 요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안 되면 마는식으로 농민들 가슴에 못 박고, 세금만 축내는 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주민은 "이곳 주민들은 다들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전만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달고 맛있는 물을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강물이 그대로 나오면서 악취까지 풍기고 있다"며 "물을 통에 담아 놓으면 누렇게 변한다. 그래서 주민들이 이 물을 식수로 사용도 못하고, 사먹거나 약수터에서 떠다 마시고 있다. 군청에 수도를 놓아달라고 민원을 신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큰비가 와서 동네를 다 쓸어버리면..."

 비닐하우스 배수로와 입구에는 물이 가득하고 하우스에 심어 놓은 채소는 발아도 하지 못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배수로와 입구에는 물이 가득하고 하우스에 심어 놓은 채소는 발아도 하지 못하고 있다. 김종술

주민의 말을 듣던 박상태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물 때문에 안개가 많아지고 문제가 생기는데 혹시라도 저류지를 파 놓으면 안개도 습기도 더 많아지지 않겠느냐?  4대강사업 전 강변 제방에서 강을 보면 바닥이 다 보일 정도로 맑은 물에 물고기 하나하나까지 다 보였는데 지금은 거대한 물구덩이로 녹조만 가득하다. 이 상태에서 비 50mm만 오면은 동네가 다 잠길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렇게 살아야하면 큰비가 와서 다 싹 쓸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전수보씨도 박상태씨 말에 울분을 보탰다.

"답은 정부가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보다 이곳 수위가 낮은 만큼 제방에 수로를 뚫어서 강물을 빼주든지 아니면 보 수문을 열면 된다. 요즘 같아서는 폭탄을 사서 다 폭파시켜 버리고, 다른 사람들이라도 잘 살게 해주고 싶다."

그러자 다른 주민은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문제가 많은 4대강을 부숴버리든지 아니면 수문만이라도 열어 주면 금방 해결이 될 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뽑은 이유가 국민들 편안하게 발 뻗고 자게 해달라고 한 건데 왜 그렇게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민들이 다들 고향을 버리고 떠나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쏟아냈다.

 10월이지만 칠곡보에는 악취가 풍기고 있다.
10월이지만 칠곡보에는 악취가 풍기고 있다. 김종술

홍수를 예방하고 수질을 살리겠다던 4대강사업이 수질을 악화시키고 인근 농토까지 습지로 만들어 버렸다. 지역주민의 지적대로 지금이라도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 이들의 울분을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천문학적인 유지관리비용이 들어가는 4대강사업을 그대로 두는 것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4대강 사업 #농민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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