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회사 이주만이 주민들 살길"

세종시 레미콘 공장, 민가와 직선거리로 불과 70미터... 먼지와 소음, 폐수배출 심각

등록 2013.10.14 13:47수정 2013.10.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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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금남면 황용리 소재 금창 레미콘(주)
세종시 금남면 황용리 소재 금창 레미콘(주)심규상

세종시에 있는 한 시멘트 공장(금창레미콘)이 폐수를 금강으로 무단방류하고 먼지를 날려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환경사고가 끊이지 않아 생활하기조차 어렵다며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레미콘 공장과 민가는 직선거리로 불과 70미터로 공장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 폐수배출 등으로 주민들과 업체와의 악감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장면 1. 기준치 841배 초과 폐수 그대로 하천 유입

지난 7월 25일 오후 1시경. 세종시 금남면 황용리에 사는 한 주민이 마을 인근 한 레미콘 회사에서 흘러나온 폐수가 금강 지류인 삼성천으로 직접 흘러들고 있다고 신고했다. 한 주민은 당시 육안으로도 회색 침전물과 시멘트가 다량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시청 환경과 공무원들이 현장을 확인하자 레미콘 회사 측은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정화 처리되지 않은 폐수가 약 10분 동안 0.5톤가량 흘러 나갔다"고 밝혔다. 세종시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현장을 방문할 당시에는 폐수 배출이 중단됐다"며 "폐수가 흘러나온 시간과 유출량은 사측 주장으로 정확한 산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레미콘 회사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레미콘 회사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심규상

충북보건환경원에 의뢰한 시료분석결과 물속 부유물질(SS) 수치는 6만 7386밀리그램으로 기준치(리터당 80밀리그램)를 841배나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PH도 11로 배출허용기준(5.8-8.6)을 크게 벗어났다.  하지만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채취량 부족으로 수질분석을 하지 못했다. 

세종시는 금창레미콘(주)은 물론 펌프를 설치한 업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조업정지(10일) 등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장면 2. 하천 시료 채취 앞두고 무단으로 정비공사


지난 8일 오전 11시경.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는 가운데 마을 주민들과 레미콘 회사 관계자가 회사 앞 삼성천 하천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하천에서는 굴삭기가 굉음을 내며 하찬 바닥을 긁어내는 등 하천정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하천정화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 관계자는 세종시청의 허가를 받고 하는 공사라며 공사를 강행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경. 비가 내리는 가운데 레미콘 회사 측이 회사 앞 삼성천 하천 바닥을 긁어내는등 하천정화작업을 무단으로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1시경. 비가 내리는 가운데 레미콘 회사 측이 회사 앞 삼성천 하천 바닥을 긁어내는등 하천정화작업을 무단으로 벌이고 있다심규상

앞서 주민들은 하천에서 악취가 나는 등의 이유를 들어 업체 측의 폐수 방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민들은 인근 하천에 대한 시료채취 및 분석을 요구했다. 만약 폐수를 지속적으로 방류했을 경우 슬로지 등이 하천 바닥에 퇴적돼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세종시청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회사관계자 등이 입회한 가운데 레미콘 회사 앞 하천 토양 등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하천 토양에 대한 시료채취 및 성분분성을 하려하자 사측이 몰래 하천정화 공사를 벌여 토양 오염 등 증거를 없애려 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하천정화작업은 세종시 녹색환경과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 중지명령을 내린 뒤에서야 멈췄다. 확인결과 사측이 주민들에게 세종시청으로부터 하천정비작업을 위한 사전허가를 얻었다는 말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세종시청 치수방재과 관계자는 "하천공사를 하기위해서는 사전 하천공사시행허가 등을 받아야 한다"며 "업체 측이 허가 없이 하천 바닥의 흙을 파 일궈 정리해 현장에서 중지 및 철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건은 계도조치로 마무리하려 하지만 또 다시 무단으로 하천 시설물을 임의로 손댈 경우 고발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면 3. 소음, 먼지로 창문도 못 열어...

 지난 1월. 인근 레미콘 회사 및 공사차량들이 오가며 마을 앞 도로 바닥에 흫리고 간 모래와 시멘트
지난 1월. 인근 레미콘 회사 및 공사차량들이 오가며 마을 앞 도로 바닥에 흫리고 간 모래와 시멘트 제보사진

지난 달 6월 레미콘 화사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세종시에 진정을 제기했다. 업체 측에서 나오는 소음과 먼지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이들 주민들은 "새벽부터 대형 건설기계와 대형 덤프트럭 등 극심한 소음과 시멘트, 모래먼지 등으로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밖에 빨래를 널지 못하고 노인들이 기침과 기관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금남면 43개 마을 주민 수천여명이 연명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지난 달 30일 집회를 통해 "레미콘 화사로 인한 소음, 진동, 비산먼지, 악취, 폐수, 각종 교통사고 등 피해가 엄청나다"며 "레미콘 회사 이주만이 주민들이 살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체 측은 주민들의 민원에 세륜장을 설치하고 차광막을 덮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도 "업체측에 방음벽과 방진벽을 설치하고 세륜시설을 갖추도록 했다"고 말했다.

 인근 레미콘 회사 및 공사 차량으로 파손된 마을 앞 도로(지난 해 11월)
인근 레미콘 회사 및 공사 차량으로 파손된 마을 앞 도로(지난 해 11월)제보사진

반면 박주현 마을이장은 "회사 덤트트럭이 흘린 모래와 시멘트 가루가 도로 옆 하수구를 막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그런데도 업체를 비롯 세종시청은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임시방편적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해결책인 레미콘 회사가 이주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창레미콘(주)은 마을과 70미터 거리에 공장부지 1만 제곱미터를 갖추고 지난 1991년부터 매년 20만 톤의 레미콘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매년 시멘트 약 6만 톤, 모래 12만 톤, 자갈 14만 톤, 혼화제 150톤, 용수 1만 6000톤가량을 사용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7월에는 특사경합동점검 과정에서 사업장 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레미콘 #세종시 #콘크리트 #금남면 #황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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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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