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솟은주상절리와 부채꼴주상절리까지의 산책길
변종만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아는 주상절리가 남동해안에도 많다. 31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울산 북구 산하동의 강동화암주상절리(울산기념물 제42호)를 비롯해 경주시 양남면 바닷가에서 주상절리를 연달아 만난다. 하서항에서 읍천항까지의 양남주상절리(천연기념물 제536호)를 이은 바닷가 산책로가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다. 오전 11시가 넘어 하서항이 있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읍천항을 시발점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읍천항을 목적지로 하면 오른쪽 풍경을 바라보며 걷고, 읍천항에 도착해 벽화를 감상하며 여유를 누릴 수 있어 좋다. 파도소리길 안내도를 보고 방파제 앞으로 가면 지역의 특산물을 파는 할머니들이 있다. 이곳 할머니들의 순박한 인정에 이끌려 두 번이나 문어를 사갔다.
벽화를 구경하며 하서항을 돌아서면 바로 해파랑길의 10코스와 겹치는 양남주상절리가 시작된다. 기울어진주상절리부터 누워있는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 부채꼴 주상절리 등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길가에 솟아오른 바닷가에 대해 자세히 공부할 수 있는 현장도 있다.
이곳은 2009년까지 군부대의 해안작전경계지역에 위치해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었다. 그런 까닭에 1.7㎞의 파도소리길에 초소 등 군인들이 경비를 서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고, 기암괴석과 해안선이 멋들어진 이색적인 풍경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바닷가의 주상절리군을 따라 소나무가 늘어선 산책길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한다. 경치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산책하는 내내 바닷바람과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작은 언덕 위 전망대에 올라서면 양남주상절리를 대표하는 길이 10여m의 '부채꼴 주상절리'를 만난다. 돌기둥이 장작처럼 차곡차곡 쌓여 구부정하게 석축을 이룬 오른쪽 끝에 육각형 모양의 주상절리 수백 개가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부채꼴주상절리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만큼 희귀하다. 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다르다. 부채꼴주상절리도 보는 사람에 따라 백두산 천지, 꽃을 피운 해국, 여인의 주름치마를 연상시키며 '동해의 꽃'으로 불린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중앙의 움푹 팬 웅덩이로 파도가 하얗게 부서져 흘러드는 모습이 제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