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은 가을이면 온통 은빛 억새 물결이다.
김종길
제주 오름. 수년 전만 해도 외지인들이 찾는 경우는 드물었다. 조금 특이한 여행 취미를 가지고 있거나, 제주만의 독특한 풍경을 찾아 나서는 여행 마니아거나, 4·3 등 제주 역사의 아픈 흔적을 기억하는 이들이 간혹 찾는 곳이었다.
올레길이 생기고 제주의 구석구석까지 여행자의 발길이 미치면서 제주의 오름은 세상에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제주의 깊은 속살까지가 아닌 그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 하나로 오름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360여개의 오름이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옮기면서 한 줌씩 놓은 것이 제주의 오름이라고 한다. 산굼부리로 대표되는 오름은 '오르다'의 명사형으로 독립된 산이나 봉우리를 이르는 기생화산들을 일컫는 제주말이다.
예전 유배객들이나 뭍의 영향을 많이 받은 대정읍이나 제주시에서 가까운 곳은 '오름'보다는 '산'과 '봉', '악'이라는 한자로 쓰이기도 했다. 단산, 송악산, 산방산, 사라봉, 견월악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