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문제가 밀양만의 일? 전국적인 문제다"

밀양주민 3인 한전본사까지 '국토종단 도보순례'... 대전서 시민단체와 간담회

등록 2013.11.04 20:55수정 2013.11.0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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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전국 국토종단 도보순례를 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이 4일 대전에 도착해 대전시민사회단체 대표 및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전국 국토종단 도보순례를 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이 4일 대전에 도착해 대전시민사회단체 대표 및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송전탑 문제는 밀양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국적인 일이에요. 어느 국민이 자기 집 위로 고압 송전선이 지나가면 가만히 있겠습니까? 왜 우리에게만 피해를 감수하라고 합니까? 제발 밀양의 실상을 전 국민에게 알려주세요."

20일 동안의 단식을 마친 후 3일 만에 국토종단 도보순례에 나선 박정규(52) 밀양시 상동면 금호마을 이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히 호소했다.

지난 10월 28일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밀양시 상동역 앞에서 전국 국토종단 도보순례의 첫걸음을 뗀 박 이장과 주민 박문일(48)·정태호(37)씨가 도보행진 8일만인 4일 대전에 도착했다.

이들은 그동안 경산과 대구·칠곡·김천·영동·옥천을 거쳐 이날 오전 대전에 도착해 도보행진을 벌인 뒤, 성모여고 내 예수수도회교육센터에서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의 상황설명에 나선 박 이장은 "밀양은 지금 전쟁과 같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한전은 주민들에게 거짓말만 해 왔다, 송전선로가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사탕발림으로 주민들을 속여 왔다, 촌놈들이라고 주민들을 무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전탑은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남에서도 당진·예산·아산 등 곳곳에서 이미 비슷한 갈등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전이 밀양에서 아주 혼쭐이 났으니까 이제부터는 처음부터 제대로 설명할 것이다, 아니, 한전은 원래 아주 나쁘니까 더 악랄하게 속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상동에만 경찰 3200명이 들어와 있다, 대기인원도 2000명이나 있다고 한다, 경찰들이 빙 둘러싸 버리니까 주민들은 자기 땅이지만 마음대로 들어가지도 못한다"면서 " 할머니들이 접근하려고 하면 달랑 드러내 버린다, 지금도 주민 200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단식하고 구덩이파고 드러눕고 이렇게 도보순례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제발 우리 주민들의 이야기를 알려 달라, 밀양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호소했다.

"가축 사산율 40%... 사람도 피해 크게 입을 것"


a  지난 10월 28일 밀양시 상동면 금호마을 박정규 이장과 주민 박문일, 정태호씨가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전국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자료사진).

지난 10월 28일 밀양시 상동면 금호마을 박정규 이장과 주민 박문일, 정태호씨가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전국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윤성효


박 이장은 또 "송전탑 하나에는 36개의 선이 걸린다, 철탑에 부딪치는 바람소리 그리고 전선에 스치는 바람소리가 엄청 크다고 한다, 우리가 당진에 가서 송전선로 주변 주민들에게 물어보니까 '들어오기 전에 막으라고 하시면서 들어오면 못산다'고 하셨다"면서 "많은 분들이 전자파 때문에 반대하는 줄 아시는데, 그것은 세 번째 이유밖에 안 된다, 첫 번째 이유는 윙윙 거리는 소리에 시끄러워서 못 산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이유는 땅 매매가 전혀 되지 않아서 재산권 행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체 누가 시골로 들어오면서 송전탑 옆과 송전선로 아래 살고 싶겠나"라면서 "물론 전자파에 의한 피해도 엄청나다, 당진에 가서 실제로 조사해 보니 가축의 사산율이 40%나 되고, 열매식물의 수확은 20~30%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니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큰 피해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아마 자기 집 앞에 송전탑이 세워진다고 하면 100% 다 반대할 것이다, 다수를 위해 소수는 희생하라는 것인데, 왜 우리만 이런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전 국민이 나서면 막을 수 있다, 밀양의 실상을 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홍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박 이장의 절절한 호소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및 활동가들은 송전탑건설 반대를 위해 싸우는 주민들에게 지지를 보내며 격려의 말을 전달했다.

이규봉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참 답답하다, 정부가 하는 국책사업마다 이러한 갈등을 일어나고 있다"며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사람들이 연대하여 희망을 쌓아가야 한다, 우리 대전지역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원 아이쿱대전생협 이사도 "원자력은 가장 비윤리적 에너지다, 소수자의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에너지다, 궁극적으로는 탈핵으로 가야 한다"면서 "밀양주민들에게 마음속으로 지지를 보내고,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 장소를 제공한 천주교 예수수도회 이애령 수녀는 "끝까지 희망을 놓지 말고 싸워달라"며 "지금 언론이 제대로 보도해주지 않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이 현재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성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대전지역 시민단체들과 논의해서 밀양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전에서 하루 밤을 묵은 도보순례단은 세종시와 천안·평택·수원을 거친 뒤 오는 11일 서울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옥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밀양 #밀양송전탑 #송전선로 #도보순례 #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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