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직접 겪은 쌍용차 사측은 정리해고자를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법적인 의무를 지켜야 하는 마힌드라 입장에서는 둘 다 차이가 없는 '해고자'다"
이희훈
- 환노위 의원들이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러 인도까지 다녀온 걸 두고 의외라는 평이 많습니다.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선 끝나고 올해 1월부터 환노위에서 쌍용차 얘기를 많이 했는데 하면 할수록 (마힌드라 경영진을) 직접 만나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원들이 기업별 노조하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사측 이렇게 3자 모임을 만들어볼려고 중재를 했었는데 기업별 노조와 사측이 반대해서 대화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도저히 안되겠다, 국외적으로 타진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지요."
- 국내적으로 해결이 어렵다고 느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현재 쌍용차 해고 노동자는 희망퇴직자, 정리해고자 두 부류입니다. 쌍용차 사측은 희망퇴직자에 대해서는 복직을 시켜 줄 의사가 있지만 정리해고자 150여 명이 회사에 다시 들어오는 것은 우려스럽게 봤습니다. 정리해고자는 2009년 옥쇄 파업을 이끌었던, 상대적으로 강성인 노동자들이거든요."
- 고엔카 사장이 이번 면담에서 2014년까지 정리해고자, 희망퇴직자 구분 없이 모든 해고자들을 대상으로 한 복직계획을 밝히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2009년에 쌍용차 노사가 맺은 8.6합의서를 보면 무급휴직자는 1년 내 복귀하고 희망퇴직자의 경우는 경영실적에 따라서 복귀를 시킨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국내법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이 합의서를 이행해야 하는데 이 협약서에는 '정리해고자'라는 문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정리해고자 역시 우선 재고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공식 의견서를 받아서 마힌드라 측에 보냈지요.
파업을 직접 겪은 쌍용차 사측은 정리해고자를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법적인 의무를 지켜야 하는 마힌드라 입장에서는 둘 다 차이가 없는 '해고자'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한 쪽이) 돈이 더 많이 드는 것도 아니거든요. 면담 때 아난드 회장과 고엔카 사장은 '좋은 기업이고 싶다'는 말도 여러 번 했습니다."
- '좋은 기업이고 싶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마힌드라는 인도에서 재계 순위 4~5위 정도인 유명한 재벌기업입니다. 부채도 거의 없고 전체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좋은 기업', '착한 기업'으로 가져가고 싶어한다는 게 업계 평가더군요. 인도 1위 기업인 타타 그룹이 그런 이미지예요.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들이 반 인권적, 반 노동적 기업으로 비춰지는 것에 매우 민감해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이 쌍용차에서 기술만 빼내려고 하는 '먹튀' 기업이 아니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이 지금 해고 무효확인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에 대해서도 고엔카 사장은 '소송 결과를 보긴 하겠지만 그 결과에만 얽매이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답을 했습니다."
- 이런 답변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갔었나요?"올해 3월에 한국에서 고엔카 사장을 한 번 만났었습니다. 당시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인정했지만 법적 책임 부분에 있어서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마힌드라가 사회적 책임 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미리 언론에 기자회견 같은 걸 하고 가면 마힌드라가 모종의 '압력'으로 느낄까봐 기자들한테도 얘기 안 하고 갔어요.
한국 대기업들은 법원 판결 나와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긴장을 했었는데 고엔카 사장이 의외로 너무 쉽게 수긍을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저희가 하는 주장은 글로벌 스탠다드(표준)에 가까운 내용들이고 이런 요구를 할 때는 긴장할 이유가 없는 건데 말이죠. 상식적인 기업이라면 다 이렇게 해야지요."
"박근혜 정부 나서면 해고자들 복직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