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마포구청에서 열린 <서울시 현장시장실>에서 서교센터의 공동운영단이 발언하고 있다.
서교예술실험센터
- 박원순 시장의 답변도 답변이지만 무엇보다도, 지역 예술가 분들이 서교센터의 운영자로 활동했기 때문에 만들어낸 결과인 것 같다. 재단 사람들만 있었으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정화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만들고 지지를 요청했을때 2100여 명이나 되는 많은 분들이 가입하고 또 우리가 열린 운영을 하려는 것을 인정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거기서 힘을 얻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 2012년부터 추진된 민관 거버넌스라는 운영 체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서교센터가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한 과정은 어떠한가. 김유희(서교센터 홍보스태프) 민관 거버넌스 이전까지만 해도 서교센터의 사업을 서울문화재단 직원들의 판단만으로 진행했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예술생태계가 조성되어있는 문래 앞과 홍대 앞을 시발로 예술계 쪽의 창작 공간을 민관 거버넌스로 운영해보자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그때 당시, 홍대 앞의 예술 풍토 때문에 막상 고민이 많았다. 홍대는 불특정 다수의 예술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냈다가 숨기기도 하면서 예술 활동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교센터의 운영에 이 모든 분들을 참여시킬 수도, 그렇다고 특정한 분들만 참여시킬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재작년에 이 지역 예술그룹을 대표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들 이야기의 핵심은 서교센터가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어달라'였다. 홍대 앞은 원래 예술가들의 교류가 많던 곳인데 상권이 발달하면서 점점 예술 주거지가 주변부로 밀려나고, 그래서 네트워크가 많이 단절되었다고 했다. 홍대에서 먼저 활동하던 사람들과 새롭게 유입된 사람들이 이어지고, 다양한 장르들이 서로 얽혀서 새로운 문화 생성에너지가 생겼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들을 개인들이 하기에는 이곳의 유목적인 성격 때문에 어려우니 공공기관이 그 역할을 담당해주길 바랐다.
배소현(서울문화재단 서교센터총괄매니저) 처음 민관거버넌스 TF를 꾸릴 때부터 형식적인, 뜬구름 잡은 민관 거버넌스 말고 진짜 거버넌스 해보자고 설계부터 굉장히 공을 들였다. 동네 홍대 예술가들에게 그냥 센터를 같이 운영하자고 하면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 내가 서교센터에 와서 느낀 건, 이곳 분들한테는 홍대가 굉장히 소중한 곳이라는 것이었다. 홍대 앞에서 제일 이사를 많이 한 분은 이사를 10번이나 했다고 들었는데도 여전히 이곳을 안 떠난다. 그만큼 이곳 분들은 홍대가 굉장히 소중한 작업의 기반이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단순히 '센터를 함께 만들자'는 것이 아니고 '당신들이 사랑하는 홍대가 상업화 때문에 이곳에서 예술이 지속가능하냐는 것이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데, 그 해결점을 센터를 활용해서 같이 찾아보자'고 설득했더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 그렇게 구축된 민관 거버넌스를 운영해갈 7명의 공동운영단은 어떻게 구성했나.김유희 홍대 앞 예술인 200명 정도가 모여서 얘기했다. '술 잘마시는 사람을 선출하자, 그게 가장 홍대스럽다',(웃음)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다면 시키자', '이 사람이라면 예산 집행을 사심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장르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것 사람을 뽑자' 등등 다양한 얘기를 하다가 자천타천, 투표로 6명을 뽑았다. 그리고 서울시와 조율해갈 서울문화재단의 매니저까지 총 7인 체제로 공동운영단이 시작되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운영단의 미션은 하나였다. '처음 우리가 구성될 때,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을 실천하는 사업들을 기획하고 실천하자'.
- 그렇다면 공동운영단이 했던 사업 중에서 서교센터를 통해서가 아니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이정화 무엇보다 홍대 앞 문화예술 아카이브 작업은 이곳 아니면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아카이브가 굉장히 부족한데, 홍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홍대 앞 문화예술 매핑 작업은 10년 전에도 있었던 이야기다. 시도했던 그룹들도 중간에 그만두곤 했다. 그래서 아카이브 작업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영화분야라든지, 대안문화, 대안공간 등 분야별로밖에 없다. 아카이브는 굉장히 많은 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단 예술공간이 200군데라고 하면, 그곳을 일일이 돌고 인터뷰하고 사진작업 하고, 또 그걸 취합하고 결과물은 어떤 식으로 낼 것인가 논의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1년도 짧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올해하지 못한 것들, 계속 바뀌는 것들과의 연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