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서교센터 폐관 위기? "죽지 않아, 아직은!"

민관거버넌스 1년의 열매, 지역예술가들이 만들어낸 1년의 유예

등록 2013.11.16 16:35수정 2013.11.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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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9일 오후 9시 15분]

서교센터 1층에 자리한 예술다방 이곳에서 홍대 앞 많은 예술가들이 회의를 하거나 모임을 갖는다.
서교센터 1층에 자리한 예술다방이곳에서 홍대 앞 많은 예술가들이 회의를 하거나 모임을 갖는다.서교예술실험센터

홍익대에서 홍대 놀이터 방면으로 쭉 내려오는 길에 위치한 서교예술실험센터. 요즘 내가 카페대신 자주 이용하는 공간이다. 이곳 1층에 따뜻한 차를 무료로 즐기며 머물 수 있는 예술다방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교예술실험센터(이하 서교센터)가 폐관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유는 건물의 임대기간이 끝나가기 때문이다. 서교센터는 동 통폐합으로 서교동사무소가 구 동교동쪽으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빈 공간이 된 동사무소 건물에 서울시가 조성한 창작공간이다. 서울시가 마포구청으로부터 건물을 무상임대 받아 2008년부터 서울문화재단이 서교센터로 위탁운영해 왔다. 그런데 그 임대기간이 내년 7월로 만료됨에 따라 건물을 마포구에 반환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홍대 예술인들 사이에서 우려의 말들이 무성하게 오갔다. 비대위를 조직하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일고, 페이스북에 센터를 지키기 위한 커뮤니티가 생겨나면서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에 호응했다. 그런데 그 뜨거움에 비해서 무엇이 쟁점이며, 서울시와 마포구청, 그리고 센터 사이에 어떤 반목이 있었는지, 아니 반목이 있긴 했던 건지에 대한 정보가 확실치 않았다.

이에 서교센터 2층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는데, 운영 스태프로부터 임대 계약을 1년 연장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서교센터의 이용자로서 안도하면서도 정식 인터뷰 약속을 다시 잡았다. 폐관을 유예시킨 그간의 과정을 서교센터를 아껴온 사람들과 공유하고도 싶었거니와, 서교센터의 향후 1년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갔으면 했고, 또 이번 논란이 비단 서교예술실험센터만의 문제가 아닌 까닭이었다.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서울시의 제안에 따라 2013년 3월부터 서울문화재단 관계자 1인과 6명의 지역예술가가 민관 거버넌스(협력) 체제로 시범운영해왔다. 따라서 서교센터의 폐관은 자칫 행정기관과 일반인들이 협력하여 운영한다는 민관 거버넌스의 가치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었다. 그래서 직접 만나 서교센터 운영자들이 지난 1년간 경험한 '민관 거버넌스'의 가치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인터뷰에는 서교센터 공동운영단에 참여한 지역예술가인 독립출판프로젝트 냄비받침의 이정화 에디터와 서울문화재단의 배소현 서교센터총괄매니저, 그리고 홍보스텝 김유희씨가 함께했다. 아래는 그 인터뷰 내용이다. 가급적 그들의 목소리 그대로 싣는다.


 페이스북에 게재되어 있는 이정화씨의 호소 <서교예술실험센터를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카드를 들고 있다.
페이스북에 게재되어 있는 이정화씨의 호소 <서교예술실험센터를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카드를 들고 있다.서교예술실험센터

- 서교센터 건물의 임대만료에 어떻게 1년의 유예기간을 더 가지게 되었는지 그동안의 과정이 궁금하다.
이정화(서교센터 공동운영단) 임대기간 만료시 서울시가 마포구청에 서교센터를 반환할 것이라고 우리(서교센터공동운영단)에게 입장을 밝혀왔다. 그래서 운영단은 그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결의문을 작성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홍대 앞 예술인들에게 이 문제를 알렸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서울시와 마포구청이 행정절차에 앞서서 이곳의 창작자과 향유자들에게 '앞으로 이 건물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난해부터 1년 동안 우리가 운영해온 것들에 대해 행정기관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민관 거버넌스 체제는 지속적으로 논의해가야 할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예술행정 차원에서도 새로운 제시점일 수 있는데 말이다.

- 처음에는 마포구청이 서교센터를 "폐관한다"고 들었는데 자세히 알고보니 폐관이 확정되었던 것은 아니고 임대만료를 앞두고 행정절차상 서교센터운영자들의 의견을 배제시킨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비대위', '운동의 형태로 활동' 등의 이야기를 할 정도는 험악한(?) 분위기였나.
이정화 서교센터의 향후에 대해 협의하자고 마포구청 관계자들에게 요청했을때 계속 거부당했다. 구청 관계자들은 '우리도 딱히 구상된 사업이 없고 행정적으로 처리할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운영단과 만나서 할일이 없다'고 미뤄왔다. 운영단은 그런 식으로 미뤄지다 날짜가 닥쳐 손 쓸 수 없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래서 10월 24일 1차 라운드 테이블을 열어서 지역예술가들과 더 확대된 차원의 운영체제인 '홍길동(홍대 앞 문화생태계의 길을 만드는 동무들)'을 만들었고, 그를 지지하는 모임인 '활빈당'을 만들었다.


 20여명의 예술인들이 모인 1차 라운드 테이블
20여명의 예술인들이 모인 1차 라운드 테이블 서교예술실험센터

-서교센터 사무실에 처음 방문했을 때, 박원순 시장 이야기를 들었다
이정화 마침 11월 1일에 서울시 이동행정으로 박원순 시장이 마포구청에 왔다. 그 자리에서 공동운영단이 발언을 했다. 서교센터는 홍대 앞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고, 우리가 해왔던 것들에 대해서 긍정적인 것들을 인정해주고 홍대 앞 문화생태계 자체를 지켜주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박원순 시장은 그 자리에서 우리의 의견이 당연하고 또 존중하며, 서교센터가 잘해온 것을 지켜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리고나서 며칠 있다가 마포구청에서 건물임대를 1년 더 연장하겠다고 알려왔다.

 11월 1일 마포구청에서 열린 <서울시 현장시장실>에서 서교센터의 공동운영단이 발언하고 있다.
11월 1일 마포구청에서 열린 <서울시 현장시장실>에서 서교센터의 공동운영단이 발언하고 있다. 서교예술실험센터

- 박원순 시장의 답변도 답변이지만 무엇보다도, 지역 예술가 분들이 서교센터의 운영자로 활동했기 때문에 만들어낸 결과인 것 같다. 재단 사람들만 있었으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정화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만들고 지지를 요청했을때 2100여 명이나 되는 많은 분들이 가입하고 또 우리가 열린 운영을 하려는 것을 인정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거기서 힘을 얻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 2012년부터 추진된 민관 거버넌스라는 운영 체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서교센터가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한 과정은 어떠한가.
김유희(서교센터 홍보스태프) 민관 거버넌스 이전까지만 해도 서교센터의 사업을 서울문화재단 직원들의 판단만으로 진행했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예술생태계가 조성되어있는 문래 앞과 홍대 앞을 시발로 예술계 쪽의 창작 공간을 민관 거버넌스로 운영해보자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그때 당시, 홍대 앞의 예술 풍토 때문에 막상 고민이 많았다. 홍대는 불특정 다수의 예술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냈다가 숨기기도 하면서 예술 활동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교센터의 운영에 이 모든 분들을 참여시킬 수도, 그렇다고 특정한 분들만 참여시킬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재작년에 이 지역 예술그룹을 대표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들 이야기의 핵심은 서교센터가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어달라'였다. 홍대 앞은 원래 예술가들의 교류가 많던 곳인데 상권이 발달하면서 점점 예술 주거지가 주변부로 밀려나고, 그래서 네트워크가 많이 단절되었다고 했다. 홍대에서 먼저 활동하던 사람들과 새롭게 유입된 사람들이 이어지고, 다양한 장르들이 서로 얽혀서 새로운 문화 생성에너지가 생겼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들을 개인들이 하기에는 이곳의 유목적인 성격 때문에 어려우니 공공기관이 그 역할을 담당해주길 바랐다.

배소현(서울문화재단 서교센터총괄매니저) 처음 민관거버넌스 TF를 꾸릴 때부터 형식적인, 뜬구름 잡은 민관 거버넌스 말고 진짜 거버넌스 해보자고 설계부터 굉장히 공을 들였다. 동네 홍대 예술가들에게 그냥 센터를 같이 운영하자고 하면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 내가 서교센터에 와서 느낀 건, 이곳 분들한테는 홍대가 굉장히 소중한 곳이라는 것이었다. 홍대 앞에서 제일 이사를 많이 한 분은 이사를 10번이나 했다고 들었는데도 여전히 이곳을 안 떠난다. 그만큼 이곳 분들은 홍대가 굉장히 소중한 작업의 기반이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단순히 '센터를 함께 만들자'는 것이 아니고 '당신들이 사랑하는 홍대가 상업화 때문에 이곳에서 예술이 지속가능하냐는 것이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데, 그 해결점을 센터를 활용해서 같이 찾아보자'고 설득했더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 그렇게 구축된 민관 거버넌스를 운영해갈 7명의 공동운영단은 어떻게 구성했나.
김유희 홍대 앞 예술인 200명 정도가 모여서 얘기했다. '술 잘마시는 사람을 선출하자, 그게 가장 홍대스럽다',(웃음)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다면 시키자', '이 사람이라면 예산 집행을 사심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장르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것 사람을 뽑자' 등등 다양한 얘기를 하다가 자천타천, 투표로 6명을 뽑았다. 그리고 서울시와 조율해갈 서울문화재단의 매니저까지 총 7인 체제로 공동운영단이 시작되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운영단의 미션은 하나였다. '처음 우리가 구성될 때,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을 실천하는 사업들을 기획하고 실천하자'.

- 그렇다면 공동운영단이 했던 사업 중에서 서교센터를 통해서가 아니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
이정화  무엇보다 홍대 앞 문화예술 아카이브 작업은 이곳 아니면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아카이브가 굉장히 부족한데, 홍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홍대 앞 문화예술 매핑 작업은 10년 전에도 있었던 이야기다. 시도했던 그룹들도 중간에 그만두곤 했다. 그래서 아카이브 작업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영화분야라든지, 대안문화, 대안공간 등 분야별로밖에 없다. 아카이브는 굉장히 많은 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단 예술공간이 200군데라고 하면, 그곳을 일일이 돌고 인터뷰하고 사진작업 하고, 또 그걸 취합하고 결과물은 어떤 식으로 낼 것인가 논의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1년도 짧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올해하지 못한 것들, 계속 바뀌는 것들과의 연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대지역 예술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해 지도 제작과 문화예술공간의 인터뷰 작업을 진행했다. 올해 연말에 그 결과물로 책자가 나온다.
홍대지역 예술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해 지도 제작과 문화예술공간의 인터뷰 작업을 진행했다. 올해 연말에 그 결과물로 책자가 나온다. 서교예술실험센터

김유희 홍대는 아카이브 작업을 하는 그 순간에도 계속 변화하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드나들고, 계속해서 무언가 새로 생기고 사라지는 흐름이 굉장히 빠르고 복잡하게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에 어떤 그룹별로, 분기별로 결과물 내놓기가 어렵다. 또 홍대 앞은 유목적인 특성 때문에 예술가들의 활동이 기록으로 잘 쌓이지도 않는다. 지속적으로 작업하기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오래 총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서교센터가 했다.

- 그 외에도 민관 거버넌스 운영으로 달라진 점이 또 있다면?
이정화 예산분배에 대한 관점 자체가 그 전년도와 완전히 달라졌다. 예산 편성부터 거의 매일 모여서 회의했다. 피터지게. 분야마다 다 생각이 다르니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회의주의자가 되어서...(웃음). 운영에 들어가기 전, 2월 이전부터 이미 500명에 달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듣고 욕도 먹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를 항상 염두에 뒀다. 저마다 각각의 장르만 대표하는 게 아니라 역할의 공공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조율해나갔다.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커뮤니티와 공공성에 대해서 고민한 지점이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여기를 드나들었다. 여기서 작업하고 회의하고 소액다컴을 통해서 재미있는 작업도 많이 하고.

배소현  가장 단적으로 2010년 서교센터가 처음 생겼을 때의 공모사업의 명칭과 포스터 이미지가 2012년, 13년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첫 번째 지원사업 공모명칭은 정말 '정기공모'였다. 그 다음 2011년에는 홍대에 맞게 가자고 해서, 사업명칭을 '홍대지역 문화자원 지원사업 공모'로 하면서 이미지가 조금 바뀌었다. 그러다가 민관 거버넌스를 하면서 2013년에는 사업이름부터 '작은예술 지원사업 소액다컴'으로 바뀌었고, 멘트도 처음엔 너무 자극적이어서(웃음) 이슈화되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덕에 수많은 사람들이 소액다컴을 알게 되었다.

 대부업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이슈를 몰고 왔던 2013년의 지원사업 포스터
대부업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이슈를 몰고 왔던 2013년의 지원사업 포스터 서교예술실험센터

좋은 말로 현장밀착형 지원사업이 된 것이다. 예술행정가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무리 고민해서 만들어도 2011년 정도의 사업 밖에 안 만들어진다. 근데 '소액다컴'은 '나'한테 필요한 지원 사업을 '내'가 설계한 거다. 정말 맞춤형 지원사업인 거다. 지원사업이 이렇게 열린 지원사업이 될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이전에도 시각예술계에서 페차쿠차와 같은 창작자 네트워크는 있었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지원사업에 창작자들이 모여서 각자의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새로운 지원문화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소액다컴>사업으로 서교센터의 지원사업이 단순한 예산지원이 아닌, 창작자들의 작업 공유도 함께 이뤄지는 지원문화 탈바꿈하였다.
<소액다컴>사업으로 서교센터의 지원사업이 단순한 예산지원이 아닌, 창작자들의 작업 공유도 함께 이뤄지는 지원문화 탈바꿈하였다.서교예술실험센터

- 1년동안 민관 거버넌스 체제를 직접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 궁금하다
이정화 아직 해야할 일도 많고 풀어야할 숙제들도 많지만 1년 동안의 참여를 통해서, 창작자로서 예술 공간을 '함께' 지켜나간다는 것, '함께' 꾸려나간다는 것의 의미가 뭔가를 많이 깨달았다. '공간'을 '사람과 함께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야지 단순히 '존재하는 곳, 혹은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는 것과, 우리가 함께할 때 제일 중요한 건 뭘까, 그리고 함께하는 공간에서는 무엇을 해야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까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나'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방법들이 뭘까와 같은 화두를 여기서 많이 얻게 된 것 같다. 그것은 서교만의 화두가 아닌 창작하는 사람, 공간의 화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 앞으로의 계획과 과제는 무엇인가.
이정화  2014년이 특히 중요하다. 거버넌스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창작하는 사람과 향유하는 사람이 원하는 형태로 가야하고 서울시나 마포구청과 같은 행정기관은 이곳을 운영한다기보다 도움을 주는 차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끊임없이 예술인들의 자립의 측면과 공공성의 가치를 계속 주장할 것이다. 또 하나는 예술인들이 지원을 받고 이해받으려면 행정가들을 설득할 수 있는, 나름의 합리적인 방식을 반드시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치', '향유'라는 말을 한다고 해서 행정가들이 달라지긴 힘들다. 왜냐하면 서로 어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야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홍대가 상권이 발달하면서 예술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이 오가는데, 이곳이 일반에게 많이 안 알려져 있는 것은 많이 아쉽다.
이정화 사실 지난해에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이 제일 많았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서교센터를 열심히 운영했지만 실제로 정말 도움이 됐는가, 하는 비판 말이다. 그런데 라운드 테이블에서부터 그 지점이 달라지는 것이 보여서 나도 그때부터 참여했고 그렇게 조금씩 커뮤니티의 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많이 오픈되고 알려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그 고민을 해야한다. 사람들이 서교센터에 오면 재미있는 꺼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으면 좋겠다.

김유희 한정된 예산 때문에 공간에 쓸 수 있는 돈이 별로 없다. 이곳을 꾸미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일단, 사람들이 왔을 때 편한 공간으로 바꾸자고 해서 이렇게 변신했다. 홍대의 예술문화를 접하고 싶어서 오는 분들과의 매개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계속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오는 12월 4일, '더 넓은 라운드 테이블'에서의, 더 유쾌한 소란을 기대하며

한 시간 동안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이번 소란의 주체는 마포구청도 서울시도 아닌, 홍대지역 예술인들이라는 점이었다. 소란이 일기 전에 그들이 먼저 소란을 일으켰다. 그래서 이번 소란은 도시에서 으레 벌어지는 험악한 소란과는 다른, 활기찬 소란이었다. 그래서 단지 비명같은 소란이 아닌, 열매맺는 소란이 되지 않았을까. 민관 거버넌스라는 어려운 말을 쓰고 있지만, 쉽게 말해서 1년의 임대연장이라는 열매는 예술인들이 예술행정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와르르 무너지기 직전에, 소리없이 스러져가는 동네 담벼락을 언젠가부터 동네 사람들이 달려들어 영차영차 막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들은 곁을 지나는 이들에게 함께하자고 지금도 유쾌하게 손짓한다. 그 손짓에 응답하고 싶은, 홍대지역 예술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은 모이시라. 12월 4일, 내년 2기 공동운영단에 대해서 논의하고, 서교센터의 계약구조로 인한 불안정한 운영상태 개선하기 위한 '실험적인 행정 모델' 을 논의하는 자리를 '더 넓은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명칭으로 갖는다.
#서교예술실험센터 #홍대 예술 #서교센터 폐관 #민관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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