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금융 지역이었던 런던시티 외에도 템즈강 하류에 위치한 커네리 워프 지역에까지 세계적인 금융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템즈강 너머로 오른쪽에 보이는 오이를 닮아 '더킨'이라 불리는 '스위스 보험' 빌딩이 보인다. 이 지역엔 새로 입주하려는 금융 회사들 때문에 공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주빈
그러나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조사해서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는 충격적이었다. 영국은 행복지수 43.3%로 세계 74위를 기록했다. 1위는 행복지수 76.1%를 기록한 코스타리카였고, 한국은 44.4%의 행복지수로 68위였다.
또 영국은 유엔개발계획(UNDP)이 국가별 국민소득, 교육수준, 평균수명, 유아사망률 등을 종합평가해서 발표하는 '2013년 인간개발지수(HDI)' 순위에서도 26위를 기록했다. 1위는 노르웨이였고, 2위는 호주였으며 3위는 미국이었다. 한국은 영국보다 14단계 위인 12위를 기록했다. "나라는 부자지만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 실감나는 조사 결과들이다.
영국 통계청(ONS)이 조사한 2013년 7월 현재 영국의 실업률은 7.8%로 높은 편이다. 특히 8월 14일 현재 만 16세부터 24세까지 청년실업률은 무려 21.4%에 이른다. 지나치게 취약해진 2차 산업 비중이 높은 실업률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2차 산업의 기반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노동유연성 확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정리해고의 후과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실업률 속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물가는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 가격은 작년에 비해 올해 4월 현재 4.6%가 증가했고, 전기료는 작년에 비해 2.2% 증가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실질 임금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은 2013년 임금이 평균 2% 인상되었지만 물가상승률은 2.8%였다고 발표했다. 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면 노동자는 실질임금은 더 인하되었다고 체감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한 소비자 단체의 조사 발표에 의하면 "영국 가정 인구 5명 가운데 1명은 단지 음식을 사먹기 위해서 빚을 낸다"는 것이다. 또 영국 런던의 임대료는 비싸기로 유명해서 독일 베를린보다 평균 세 배 정도 비싸다.
부자나라에서 국민도 행복해지는 그날은 올까 영국을 다녀간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한 모델로 영국의 금융 산업을 예시하며 금융시장 개방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통계 지표가 말해주듯 영국은 나라는 부자가 됐을지언정 국민은 행복하지 않는 우려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가 국민행복 시대를 여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해왔다. 단지 음식을 사먹기 위해서 빚을 내고, 60%에 가까운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하는 나라가 국민행복 시대의 '롤 모델'은 아닐 것이다.
런던을 떠나기 전 다시 사내를 찾았다. 그는 여전히 복잡 미묘한 표정을 하고, 자본주의 욕망의 거탑 같은 샤드 빌딩을 응시하고 있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금융업으로 다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꿈꾸고 있는 나라, 영국. 사내에게도 '부자가 된 나라'와 함께 살림살이는 나아지고 행복해질 날은 찾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