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땅에, 다른 하나는 천연암반 위에 그대로 세운 관수루의 활주
김종길
이뿐만 아니다. 관수루 아래를 지나 서원 마당으로 들어와서 다시 관수루를 돌아보면 불협화음을 이루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조화로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인데도 네 귀퉁이의 추녀를 떠받치는 활주가 서 있는 모습 때문이다.
왼편의 활주는 외벌대 기단 위에 기다란 돌기둥을 올린 다음 나머지를 나무 기둥으로 이었다. 이에 비해 다른 한쪽의 활주는 천연바위 위에 맞춤한 구멍을 뚫어 짧은 돌기둥을 박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웠다. 원래 있는 그대로의 생김새에 약간의 변형만 주어 건물을 올렸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관수루의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관수루를 오르는 층계가 별도로 없다는 것이다. 대개 2층의 누각일 경우 아래층의 바깥이나 건물의 중간쯤에 2층으로 오르는 층계를 두게 마련인데 이곳은 아무리 둘러봐도 층계를 찾을 수 없다. 주위를 한참을 살피고 나서야 무릎을 탁 치게 되는데, 관수루를 오르는 유일한 길은 바로 오른쪽의 너럭바위이다. 이 거대한 바위는 바깥에선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는 높이지만 안에서는 비스듬히 경사가 져 있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경사면을 따라 쉽게 오를 수 있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