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장하나 의원 출당 및 제명 요구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9일 오후 긴급의총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18대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주장한 장하나 민주당 의원의 출당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소연
박창신 신부든, 장하나 의원이든, 모두 본질은 하나다. 국가기관이 동원된 부정선거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책임지라는 것. 그런데 그것에는 귀를 틀어막고 마구잡이 '종북' 딱지를 붙이면서 국민의 '자격'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순식간에 정의구현사제단과 장하나 의원의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비국민'이 돼버렸다. 한번 묻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국민의 '자격 기준'이 무엇인지를.
이정현 수석의 거침없는 발언을 듣노라니, 오래 전 봤던 영화 <실미도>에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684부대 훈련병들을 모두 사살하라는 중앙정보부장의 명령에 맞선 부대장의 저항을 묘사한 그 장면.
"684부대를 완전히 정리해주십시오." "어디로부터 내려진 명령입니까?" "국가의 명령입니다." "중앙정보부가 국가입니까?" "권력을 가진 자가 의지를 갖고, 결정을 하고, 명령을 내리면, 그것이 곧 국가의 명령입니다."데자뷰. 권력이 국가를 참칭하던 시대가 다시 온 것인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현 정부가 낡은 레코드판마냥 틀어대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사제와 국회의원이라는 직업과 신분을 넘어, 박창신이든 장하나든 그 누구든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밝힐 수 있어야 하고,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 그에 대한 판단은 소수 권력자들의 몫이 아니다.
이정현 수석도 수많은 '박창신들'과 '장하나들'의 입장에선 철저히 '비국민'이다. 현재 권력을 누가 쥐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 그런 논리를 그대로 들이댄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놓고는 무슨 '국민 통합'을 되뇌고, '대탕평'을 운운하는가. 이미 '비국민'으로 규정한 마당에, 사제를 파문시키고,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차라리 권력의 힘으로 그들을 국외로 추방하라.
지칠 줄 모르는 그들의 '칼춤' 때문일까. 올해 세밑은 유난히 썰렁하고 음산하다. 예년 같으면 송년회 약속 잡자며 북적일 때인데, 조만간 만나 술 한 잔 나누자는 사람이 드물다. 자칫 정치 이야기 잘못했다간 드잡이하며 싸우기 십상이고, 시쳇말로 죽이 잘 맞아도 욕 나올 이야기밖에 없으니 술 맛만 떨어진다나.
하긴 요즘 송년회 술자리 등에서 정치 이야기는 일종의 금기다. 혹 말을 꺼낼라치면, 주변 지인한테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소나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말이다. 요즘처럼 하 수상한 시절엔 입 다물고 조용히 사는 게 최고라는 것이다. 공안 통치의 시대를 떠올리며 그저 웃자고 하는 이야기일 테지만, 퇴근 후 술자리 대화조차도 어디선가 엿듣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며 연신 손가락을 입에 댄 채 쉬쉬 거리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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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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