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새 차 사면 가는 곳은?

이소노가미진구 신사를 찾아서

등록 2013.12.24 14:22수정 2013.12.2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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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소노가미진구 신사에서 간직하고 있는 칠지도와 철정, 둥근 고리 손잡이 칼입니다.

  이소노가미진구 신사에서 간직하고 있는 칠지도와 철정, 둥근 고리 손잡이 칼입니다. ⓒ 박현국


지난 23일 오전 나라현(奈良縣) 텐리시(天理市)에 있는 이소노가미진구 신사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는 서기 369년 백제 때 근초고왕의 아들 근구수왕(近仇首王)이 그때 일본 왜왕 지(旨)에게 준 칠지도가 간직돼 있는 곳입니다. 이소노가미진구 신사는 원래 왜의 무기고가 있던 곳으로, 그밖에 한반도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철정이나 둥근 고리 손잡이 칼들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칠지도는 쇠로 만든 것입니다. 날이 일곱 개 서 있는 칼을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 자신의 권위가 서고 신성한 힘을 발휘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쉽게 쇠로 만든 물건을 구하거나 가질 수 있지만, 사람들이 처음 쇠를 사용하기 시작할 때는 그렇게 쉽게 만들거나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a    신사 입구에 있는 누문입니다. 독특한 양식으로 처음 1318년 지었다가 뒤에 다시 고쳐서 지은 것입니다.

  신사 입구에 있는 누문입니다. 독특한 양식으로 처음 1318년 지었다가 뒤에 다시 고쳐서 지은 것입니다. ⓒ 박현국


일본에서 발견된 여러 가지 한반도 관련 기록으로 보아 한반도와 일본은 오래 전부터 서로 교류를 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천리시 지역은 일본에서 나라가 처음 시작된 아스카나 야마토·나라 지역에서 가깝고, 이곳저곳에서 옛 우두머리 고분이 많이 발견된 곳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오래된 신사로는 이세진구(伊勢神宮) 신사, 이즈모다이샤(出雲大社) 신사들을 들 수 있는데 이곳 이소노가미진구 신사 역시 그들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오래된 곳이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a    신사의 신을 모신 본전입니다. 기원하는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습니다.

  신사의 신을 모신 본전입니다. 기원하는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습니다. ⓒ 박현국


이곳 이소노가미진구 신사 경내에는 닭들이 모이를 찾아서 두리번거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다지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닭을 신성하게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먹이를 찾아 흙을 뒤집기도 하지만 먹이통에 놓인 것은 흰 쌀이었습니다. 닭의 운명도 어디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나봅니다. 

일본사람들은 신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기가 새로 태어나면 신사에 가서 아기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새로 사도 신사에 가서 돈을 내고 신사 구지(宮司)가 기원해 주는 푸닥거리나 고사를 지냅니다. 그래야 자동차를 운전할 때 마음이 놓이고 안전운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    신사에서 새 차를 구입한 사람이 고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신사에서 새 차를 구입한 사람이 고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 박현국


자동차를 사서 신사에서 푸닥거리나 고사를 지내는 것은 자동차라는 현대문명의 이기와 오래전부터 사람의 마음을 지켜온 신사 신이 만나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자동차를 타고 속도를 내면서 빨리 이동을 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정신은 신사 신에게 묶여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a    신사 경내에 있는 닭들입니다. 이들에게는 흰쌀을 먹이로 주고 있습니다.

  신사 경내에 있는 닭들입니다. 이들에게는 흰쌀을 먹이로 주고 있습니다. ⓒ 박현국


새해가 시작될 때에도 일본 사람들은 젊으나 늙으나, 남자나 여자나 하츠모데(初詣)라고 해 신사나 절에 가서 복전함에 돈을 던져 넣고 한 해의 건강과 무병장수 그리고 성공를 기원합니다. 또한 신사나 절에서는 참배객들에게 여러 가지 새해맞이 부적을 팔기도 합니다.  


일본에는 800만 신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 800만 신들의 집합소가 신사가 아닌가 합니다. 신사에는 여러 신들이 모셔져 있습니다. 신사에 있는 신들은 자연신이 대부분입니다. 자연신 가운데 대표적인 신이 하늘 신, 측 천신입니다. 이 천신의 아들이 천왕이라고 생각해 천신인 천왕을 섬기는 곳이 신사입니다.

a    신사 안에서 바라본 도리이입니다. 도리이는 우리나라 홍살문과 비슷하고 신성한 지역을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신사 안에서 바라본 도리이입니다. 도리이는 우리나라 홍살문과 비슷하고 신성한 지역을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 박현국


[참고 누리집] 이소노가미진구 신사, http://www.isonokami.jp/
[가는 법] JR교토역에서 출발하는 천리행 긴테츠 전차로 가거나, 오사카 난바 역에서 긴테츠 나라선 전차를 타고 가다가 야마토 사이다이지역에서 천리행 전차로 갈아타고 갑니다. 천리역에서 동쪽으로 걸어서 25분쯤 걸립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소노가미진구(石上神宮) 신사 #텐리시(天理市) #칠지도 #천신 #새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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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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