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동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1965년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홍제아파트다. 옥상엔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연통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김대홍
홍제동엔 1984년 이전, 그러니까 지은 지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10곳 이상이었다. 인왕아파트보다 더 오래된 아파트도 찾아냈다. 1965년에 지은 홍제아파트가 주인공이었다. 이 또한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였다.
홍제동에서 발견한 초창기 아파트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단지수가 한 두 동에 불과한 소규모라는 점. 흔히 아파트라고 하면 빽빽하게 숲을 이룬 단지를 생각한다. 무리가 아니다. 실제 강남 아파트단지가 크게 인기를 끈 이후 아파트는 몇 백, 몇 천세대가 사는 대단지아파트가 대세를 이뤘다.
아파트가 도시이미지를 단순하게 만들고, 동네와 동네를 단절시키며, 집값을 높이는 주범이라는 비판은 맞다. 하지만 소규모 아파트단지는 그런 비판에서 비켜나야 마땅하다. 각기 다른 아파트 모양들은 오히려 다양한 주택구조를 만들었고, 동네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한 두동에 불과한 작은 단지아파트가 동네 집값을 들썩이긴 어렵다. 대단지가 대세가 된 1970년대 이후엔 시대 흐름에서 밀려나며 집값 경쟁에서 탈락했다 보는 게 맞다. 동대문아파트, 회현시민아파트, 안산맨션 등은 초창기 연예인들이 많이 산 고급아파트였지만, 1980년대 이후엔 서민아파트로 성격이 달라진다. 집값과 사회 관심에서 멀어진 덕분에 지금껏 살아남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제동 초창기 아파트 유람은 흥미로웠다. 아파트마다 색깔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크기. 홍제동 아파트 가운데 맏형인 홍제아파트(1965년)는 크기가 21㎡(6.4평)에 불과하다. 그 시절 아파트는 넉넉한 집이라기보단 인구밀도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용에 가까웠다. 6.4평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방이 2개에 욕실이 1개다.
1970년 전후 만들어진 홍제동 아파트들은 10평대와 20평대로 방 크기가 넓어진다. 그런 아파트만 살아남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1979년 이후 아파트 3곳은 모두 20평대다. 점점 더 넓은 집에 살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특이한 집은 유진상가아파트로 불리는 유진맨숀(1970년). 34평, 44평대로 당시로선 상당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