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길 인천공항지부 부지부장조웅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 탑승교 지회장은 인천공항지부 부지부장을 맡아 인천공항에서 첫 파업을 19일간 진행했다.
김갑봉
"비행기가 없으면 우리는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조 지회장은 2000년 인턴시기 월 78만 원을 받았고, 2001년 인천공항 개항 후 하청업체로부터 세전 102만 원을 받았다. 지금은 경력 13년차로 세전 248만 원 정도를 받는다. 여기에 기본급, 야간수당, 휴일수당, 시간외근무수당, 식대, 상여금(=400%)이 모두 포함돼있다.
탑승교운영회사의 근무형태는 '주-주-야-야-비-비'의 3조 2교대다. 3개 조가 주야맞교대로 돌아가는 구조다. 가령 조 지회장이 월요일과 화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했다면, 수요일가 목요일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일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쉰 뒤, 다시 일요일과 월요일 오전 9시에 출근하는 식이다.
야간 조에 들어갈 경우 야간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눈여겨 볼 대목은 공사가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는 비행기가 적다며 휴게시간 4시간을 적용해 이중 1시간은 유급을 적용하고 나머지 3시간에 대해서는 무급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조 지회장은 "그 시간 때 항공기 스케줄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이 없는 건 아니다. 당직근무나 다름없이 일하는 것인데 야근수당 3시간을 덜 주기 위한 것으로 악용되고 있다. 또 휴게공간은 대단히 비좁아서 한 개 조에 60여 명이 투입되는데, 좀 쉬기 위해 누울 경우 옆 사람과 거리가 불과 15cm밖에 안 되는 사육장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조 지회장이 그동안 인천공항에서 일하며 겪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와 인격모독은 신문 지면에 다 옮기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정규직한테 인사 안했다고, 사진 갖다 놓고 비정규직 더러 외우라고 해" "야간조로 투입되는 노동자는 오후 6시부터 노동시간이지만 교대근무를 위해 현장에 5시 40분에 투입된다. 통근버스가 5시 10분에 공항에 도착한다. 이때 밥 먹고 들어간다. 공항이 크다보니 사무실에 도착해서 탈의하고 현장까지 가는 데만 20분이다. 5시 40분까지 현장에 가려면 30분 안에 밥 먹고 옷 갈아입고 현장 도착하는 것을 다 해결해야한다. 조합원 대부분이 밥을 10~20분 안에 후다닥 먹고 또 후다닥 현장에 뛰어간다.""인천공항이 가장 바쁜 시간 때는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다. 이 시간 때 공항 내 모든 게이트가 꽉 찬다. 우리도 정신이 없다. 구내식당은 7시 30분까지만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가해 지면 먹으려 해도 먹을 수 없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까지 꼬박 15시간을 일해도 아침식사가 제공되질 않는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는 대기 공간(=휴게 공간)에 간식으로 컵라면을 비치해 놓고 끼니를 대충 때운다"
"조합원 대부분이 소화불량에 위장병은 기본으로 달고 다닌다. 이뿐만 아니라 만성감기에 두통과 수면부족, 불면증을 안고 산다. 인천공항 노동자의 건강권 관련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수면부족, 만성감기, 과로의 주된 원인이 3조 2교대(=주야연속맞교대)였다"
"우리가 일하는 곳은 비행기와 바로 붙어 있는 곳이다. 항공기 출발 또는 도착 30분 전에 도착할 게이트의 냉난방을 가동한다. 비행기가 없으면 냉난방을 가동하지 않는다. 여름에는 반팔을 입고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지금처럼 추운 겨울에는 전원조차 꺼버린다. 비행기가 없으면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시설물에 불과한 존재다"
"정말 비정규직 차별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인천공항에는 하청업체가 41개 있고, 업체마다 공사 정규직으로 된 노무감독관이 있다. 이 감독관들은 통상 2년에 한 번씩 바뀐다. 이 정규직 감독관들이 사업장을 지나면서 비정규직이 자기한테 인사하지 않았다고 난리가 났다. 급기야 하청업체가 감독관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비정규직더러 정규직의 얼굴을 외우게 한 뒤 만나면 인사를 하게 했다"인천공항지부 만들고 첫 파업... 주야맞교대 없는 세상 살고 싶다2008년 하청업체별로 존재했던 노동조합이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라는 산별노조로 탄생했다. 초기에는 지회 4개가 가입했고, 탑승교지회는 조 지회장이 5대 지회장을 시작하던 2011년에 가입했다.
그리고 2013년 11월 첫 2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12월 7일부터 25일까지 19일 동안 파업을 전개했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중 단체행동권에 해당한다. 인천공항지부는 단체행동권을 얻기 위해 숱한 고비를 넘겨야했다.
조 지회장은 "2013년은 죽어서도 못 잊을 한해다. 모든 조합원이 그렇다. 비록 이번 파업을 19일 전개한 뒤 잠정 중단하기로 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긴 했으나 숱한 차별을 받더라도 파업은 남의 얘기였다. 그러나 이번 파업을 계기로 조합원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노동자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처음으로 행사한 한해였다"고 했다.
그는 또 "파업 전 두려움도 컸고 걱정도 많았다. 조합원을 만나며 서로의 삶을 나누었다. 파업을 위해 행동할 것을 제안하지 않았다. 부당한 대우와 차별에 맞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어야했다. 우리는 가장 큰 자산인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었고,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경험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에서 파업이 19일 동안 진행되는 동안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후원금이 들어오고, 비조합원들이 파업 중인 조합원들을 만나면 '파이팅'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조 지회장은 "인천공항 용역업체 41개 중 12개 사업장은 노조가 있어서 노조 없는 사업장보다 처우개선, 고용, 임금에서 조금 더 나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외 사업장은 부당노동행위를 당하고 고용승계가 안 되도 하소연할 때가 없다. 비정규직 6000여명 중 4100여명이 그런 처지에 있다"며 "그런 이들이 이번 파업 때 후원금을 내놓고, 몰래 다가와 음료수를 건네고, 지나는 길에 파이팅을 외쳤다. 많은 조합원들이 여기서 가장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조 지회장을 비롯한 인천공항지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갑오년 새해의 꿈은 비정규직 차별 없는 세상, 살인적인 3조 2교대 근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조 지회장은 "3조 2교대를 4조 3교대로 바꾸는 게 소원이다. 그러려면 60명을 충원해야하는데, 인천공항은 2008년 이후 여객편수가 150% 이상 증가했어도 탑승교 운영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 하청업체 41개 중 탑승교사업장은 항공사로부터 탑승교 이용료를 받기 때문에 유일하게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장이다.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파업으로 세계 1위 8연패를 달성한 인천공항 이면에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87%에 이른다는 문제가 수면위로 부각했다.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다. 근속수당 월 2만원과 명절수당 20만원을 도입하고, 공사와 하청업체, 노조가 고용승계 보장을 협약하자는 것이다. 근무교대 개편은 지금 당장 하자는 것도 아니고 노-사-정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검토하자는 것이었다"며 "2014년 2월 말에는 다른 사업장에도 노동쟁의권이 생긴다. 다시 한 번 공사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직접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정규직한테 인사 안 했다고 비정규직 더러 외우라 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