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선으로 들어올 때 마다 사공들의 닻배놀이

[한국의 섬 21] 문화적 풍요와 삶의 안정과 경제적 결핍 공존의 섬, 라배도

등록 2014.01.04 15:24수정 2014.01.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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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어부와 배  바다에 갔다가 돌아오는 부부

어부와 배 바다에 갔다가 돌아오는 부부 ⓒ 이재언


이 섬 이름이 특이하고 재미있다. 나배도라는 이름이 특이한데 사실 섬의 생김새가 나비처럼 생겼다 하여 나비섬, 나부섬(羅富島) 한문으로는 라배도(羅拜島)라 쓴다. 1914년 행정지역 개편 때에 나배도로 표기하였다고 한다. 섬의 형국이 마치 나비와 같다는데서 섬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조도를 중심으로 154개의 섬들로 바다에 솟아난 섬들이 서로 어우러져있는 곳에 라배도는 나비의 모양으로 바다에 내려 앉아있다.
 
라배도의 닻배놀이


라배도의 자랑은 닻배놀이로 유명하다. 이조말엽부터 주로 칠산 바다 조기잡이 닻배가 성행하여 이른 봄에 노를 저어가며 풍어를 기원하던 놀이가 구성진 노래와 함께 전승되면서 명절 때 마다 특히 정월 보름에는 배에다 가를 달고 닻배 노래를 부르는 민속행시가 이어왔다. 

주로 먼 바다에까지 고기잡이를 나가 노를 저을 때나 그물을 당길 때, 또는 만선이 되어 귀향할 때 부르는 노래로써 피곤함과 고달픔을 달래는 대표적인 어업요이다. 물론 닻배놀이는 나배도뿐만 아니라 조도 여러 섬에서도 성행하였으나 나배도 사람들이 즐겨 불렀다. 라베도 마을의 자랑 닻배놀이는 명절 때 마다 특히 정월 보름에는 배에다 가를 달고 닻배 노래를 부르는 민속행시가 이어왔다.

1994년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 상을 받은 바있고 현재 무형문화제를 도에 신청 중이다. 마을의 당은 마을위에 하늘이 보이지 않는 잡나무로 밀집되어 있고 제상은 당 안에 널븐 돌로 깔아 있다. 매년 정월 삼진날부터 사일날까지 깨끗한 사람을 골라 보수를 주어가면서 이어오다 1950년부터 자연 패쇄 됐다. 당이 내리면 2월초1일까지 농악을 쳤다. 이때에도 닷배 노래는 빠트리지 않았다.

 
a 폐교 운동장 이 자리에 대안학교가 있었다.

폐교 운동장 이 자리에 대안학교가 있었다. ⓒ 이재언


섬주민들은 초등학교 개설 반대

교육은 옛날에는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다가 1925년 조도초등학교가 인가되자 학생들이 도선으로 통학하였으며 도서민의 증가로(1960년)  인구가 97호 582명에 이르자 1976년 조도초등학교 나배분교가 (최고 학생수 122명에 이름) 개설되었다가 다시 인구의 감소로 1998년 3월 1일 폐교되었다. 라베도는 한때 초등학교를 세우는 것을 반대한 곳으로 유명한 섬이다. 한때 분교생들이 120명까지 달했었다.


이 섬 사람들은 매일 같이 교대로 불편을 겪으면서도 나룻배로 노를 저어서 하조도 초등학교에 보냈다. 선생 2-3분이 배치되어 복식수업으로 시원치 않은 공부를 시키느니 고생스럽더라도 큰 학교에 보내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서 분교가 세워졌고 그 대신 교육청에서 통학선을 마련해 주어서 중학생 50명과 고등학생 6명이 조도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래도 바람이 부는 날이면 통학선이 다닐 수 없기 때문에 1년에 30일 정도 결석이 불가피하였다. 불과 300m인 이곳에 다리를 놓으면 이 섬의 숙제는 풀릴 것이다. 이제 라베도는 하조도 세목리와 연육교가 설계가 끝나고 금명간에 착공할 예정이다.


a 해안가와 정자  바닷가에서 쉬고 있는 주민들

해안가와 정자 바닷가에서 쉬고 있는 주민들 ⓒ 이재언


하조도 어류포항에서 출발한 지 약 30여 분이면 닿는 '나배도(羅拜島)'.

건너편 하조도 곤우마을과 마주보고 있으며 뒤로는 상조도 섬등포가 있어 라배도는 천혜의 어선 피항처로 알려졌다. 선착장은 섬의 남쪽 중앙부에 위치해 있다. 방파제에는 노란색의 기중기가 있을 뿐 잡다한 것은 없다. 그리고 방파제는 달랑 하나뿐. 방파제 끝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낮으마한 야산 아래 남향으로 마을이 들어섰다. 라배도의 마을은 하나뿐이다.
 
방파제 시작지점에 '라베도리'라는 마을표지석이 있고 그 옆으로 대기소로 사용하는 차양막을 친 공간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버스정류소처럼 보이지만 버스가 없는 곳에 정류소가 있을 리는 없다. 그 안에 벤치가 있고 그 뒤로 안내도가 있는데 진도 전역 조감도다. 그리고 '진도군은 노인공경군'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대기소 옆에 관광안내도가 있다. 나배도를 중심으로 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안내도.

그 옆으로 조그마한 계단이 있으며 그 주위에 몇 개의 돌기둥이 있다. 구호같은 것이 새겨진 돌기둥이다. 계단을 통해 오르는 길 입구에 불을 떼우는 시설이 있고 그 위로 1평 정도 되나 싶은 조그마한 공간이 있는데 '목욕탕'이라고 되어있다. 목욕을 하기에는 아주 좁은 공간이다. 지금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계단을 오르면 오래된 건물 한 채가 있는데 예전에 초소(파출출장소)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이 건물 뒤로 시멘트포장길이 있는데 왼쪽으로는 마을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는 비포장도로로 분교터로 이어진다.

a 말린 톷을 손질하고 있다.  라배도의 산업 톳

말린 톷을 손질하고 있다. 라배도의 산업 톳 ⓒ 이재언


마을 한 복판에는 장자가 지어져서 주민들이 모여 쉼터이며 근처 우물에서 나는 물은 물맛이 그만이었다. 바로 앞에서는 말린 톳을 바람에 날리면서 좋은 것을 골라내고 있다.  면적 1441㎢, 해안선 길이 5.5㎞의 나배도는 정말 가난한 섬이었지만 지금은 톳 양식으로 말미암아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톳으로 연간 5만kg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것이 가장 크며 여름철에는 낚시꾼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한다.

a 우물  바닷가의 우물 모습

우물 바닷가의 우물 모습 ⓒ 이재언


□ 마을의 유래

도서지에 따르면 처음 섬에 들어온 시기는 1600년대 중엽으로 진도 구군면에 살았던 제주 한씨 일가가 들어와 살았으며 그 후 전주 이씨, 김해 김씨, 밀양 박씨와 경주 최씨 등이 섬에 들어와 마을을 이루었다고 한다.

여기는 한때 105호까지 살았지만 지금은 46호에 65여 명이란다. 이 섬에서는 60살이 최고 젊은 사람이고 가장 나이 많은 분은 90세의 할머니라고 한다.

해안도로에는 쉼터가 있을 뿐 특별하게 복잡하다거나 어수선한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 해안도로 서쪽 끝자락. 더 이상 길이 없는 해안가. 그 옆으로 낡은 건물 한 채와 더불어 조립식 건물이 새롭게 지어졌고 그 옆으로 대형 물탱크와 함께 역시 쉼터가 있다.

이곳 골목길은 복잡하지 않다. 거의 사각형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골목마다 바닥이 붉은색과 회색 보도블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심에서나 볼 수 있는 보도블록으로 된 길. 섬 골목길 치고는 호사스럽다. 밭과 집 담장 담벼락은 온통 돌담이다. 이곳에도 밭은 쑥으로 가득하고 그 위로 그물망을 쳐두었다.

a 대안학교 입구  접근성이 어려워 현제는 폐교 상태임

대안학교 입구 접근성이 어려워 현제는 폐교 상태임 ⓒ 이재언


대안학교

해안도로에서 동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분교터가 있는 시멘트 포장길. 거리가 제법 길다. 분교는 도로에서 왼쪽으로 이어져 있다. 동백나무숲길이다. 그 중간에 교문으로 사용했던 돌기둥이 보인다. 학교명대신 '체화당'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체화라는 말은 산앵두나무의 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배분교는 1976년에 4칸짜리 교실로 개교되었으나 98년에 폐교되었다. 그리고 2005년에 외지인에게 팔렸다고 한다. 연세대 교수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곳이 대안학교 풀뿌리학교의 수련장이었다. 이 학교는 한때 122명까지 있었다고 한다.
 
교문 옆으로 운동장으로 이어지는데 완전히 잡초투성이다. 운동장 스탠드 화단에는 이승복 동상과 책 읽는 소녀상 등의 조형물이 아직도 학교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러나 운동장 등의 바깥은 은행나무들이 많긴 하지만 잡초들로 인해 여전히 폐교 그 자체로 남아 아쉬움을 남긴다. 교실 안은 다양하게 꾸며놓았다. 폐교의 활용방안의 본보기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연륙으로 셀래는 주민들

학교 앞에서 길은 서쪽으로 계속 이어진다. 주변에는 쑥밭이 제법 있고 더러 쑥을 캐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 길로 끝까지 가면 길은 끝난다. 공사를 하다 만 것인지 옹벽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2차선 정도는 될 것 같은 공사 현장. 이곳에 다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조도면 하조도~나배도를 연결하는 연도교 건설사업 현장이다.

a 진도 팽목행 차도선  라배도를 지나고 있다

진도 팽목행 차도선 라배도를 지나고 있다 ⓒ 이재언


이 앞 수로가 관매도와 하조도를 오가는 수로인데 여기서 보면 바로 앞이 하조도다. 거리상으로 보면 약 200m 정도. 여기서 그리 멀지도 않다. 불과 수십미터 밖에 안 되는 거리, 세목나루마을은 이미 산행리쪽으로 포장되어 도로가 연결되었다. 그래서 조만간에 시작될 것이라는 게 섬사람들의 기대다.

이곳이 나배도 섬의 동쪽 끝자락이다. 여기서 해안으로 해서 북쪽으로 가면 또 다른 방파제가 있다. 이곳이 세목끝으로 예전에 나배도 나루로 쓰였던 세목나루다. 여기서 조도대교가 뚜렷하게 보인다. 방파제 왼쪽은 모래해변. 제법 길게 이어져 있다. 해변 뒤로는 쑥밭이고 앞에 조그마한 선외기 몇 척이 바다 위에 떠 있다. 해변 끝자락에 빠져나가는 길이 있는데 바로 분교로 이어진다. 분교는 주변 담장이 나무들로 되어있다. 분교 앞 해안가에도 집 한 채가 다 쓰러진 채 방치되어 있다. 선착장 부근에 돼지사육장이 있다. 흑돼지 대여섯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이제 라배도는 머지 않아 조만간에 변할 것이다. 어미섬 하조도를 지척에 두고도 배를 타야만 면소재지를 갈 수 있었던 불편을 하조도와 라베도간 다리가 놓이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름이 오래도록 기억되고 남아있는 라베도를 떠나면서 이곳에도 주민의 최대 숙원사업인 다리가 곧 건설되기를 기원하였다

라배도 개요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1.441㎢, 해안선 길이 5.5㎞, 인구는 45가구 65명이다. 라배도의 동쪽 끝에서 면소재지 하조도까지는 200m 떨어져 있다.

지명유래
섬의 생김새가 나비처럼 생겼다 하여 나비섬, 나부섬, 라배섬, 접등이라고 불렀으며 1914년 행정지역 개편 때에 나배도로 표기하였다고 한다.

☛ 목포항과 진도 팽목에서 하루 2차례 있다.
덧붙이는 글 전과 동일
#라배도 #닻배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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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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